분만 저수가, 산부인과 폐업‧비급여 진료 부추겨
분만 인프라 지역별 차이 심해

서울 강남구 강남차병원 신생아실에서 간호사들이 아기들을 돌보는 모습. 자녀를 낳으면 국민연금 가입기간을 늘려주는 ‘출산 크레딧’ 제도를 개선하자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뉴시스·여성신문
한국의 낮은 분만 수가가 임산부들의 의료비 부담을 줄이는 대신 산부인과 농어촌 인프라 부족과 비급여 진료를 부추겨 의료 양극화를 야기한다는 지적이 꾸준히 나오고 있다. ⓒ뉴시스·여성신문

한국의 낮은 분만 수가가 임산부들의 의료비 부담을 줄이는 대신 산부인과 농어촌 인프라 부족과 비급여 진료를 부추겨 의료 양극화를 야기한다는 지적이 꾸준히 나오고 있다.

6일 송석준 국민의힘 의원이 보건복지부에서 제출받은 자료에 따르면 올해 8월 기준 소아청소년과와 산부인과가 단 한 곳도 없는 지자체는 경북 군위·청송·영양·봉화·울릉군, 강원 평창·화천·고성·양양군, 전북 무주·장수·임실군, 전남 곡성·구례군, 경남 하동·산청군 등 전국 총 16곳이다. 이처럼 임‧출산 인프라가 부족한 농어촌과 반대로 수도권의 산부인과‧소아과 인프라는 과포화 상태인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서울 강남구에는 산부인과가 64개, 소아과가 41개 운영 중인 것으로 집계됐다.

이와 같은 의료 인프라 차이는 어떻게 발생할 것일까. 의료 전문가들은 낮은 분만 수가에 그 답이 있다고 입을 모은다. 현재 우리나라의 의료비용은 건강보험 행위별 수가제를 채택하고 있다. 이는 의료기관에서 의료인이 제공한 의료서비스(행위, 약제, 치료제 등)에 대해 서비스별로 가격(수가)을 정해 사용량과 가격에 의해 진료비를 지불하는 제도다.

현재 우리나라의 분만 수가는 낮은 편이다. 2018년 기준 의원의 자연분만 수가는 53만 4480원, 병원은 48만 2610원, 제왕절개 수가는 43만 3620원, 병원은 39만 1530원이다. 일견 이는 임신부들에게 도움이 될 것으로 보이지만 실상은 그렇지 않다. 산부인과 병동은 24시간 간호사와 의사 등의 분만 인력과 장비, 시설 등이 항상 대기 및 개방돼 있어야 한다는 특징을 가지고 있다. 분만이 언제 발생할지 모르기 때문이다.

즉 산부인과는 높은 유지비에도 불구하고 낮은 분만 수가로 인해 경영난에 시달리는 경우가 많고, 결국 폐업 및 의사들의 기피로 이어진다. 더불어 의료기관들은 손해를 피하기위해서 건강보험에 포함되지 않는 진료, 비급여 진료를 환자에게 권유하게 된다. 결국 낮은 분만수가가 농어촌 산부인과 의원 수를 줄이거나 비싼 비급여 진료를 받게 되는 결과로 이어지는 것이다.

ⓒ뉴시스·여성신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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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부인과 의사들
“분만 관련 불가항력 의료사고 배상액도 줄여야”

산부인과 의사들은 분만 수가에 비해 의료사고 배상액 비중이 과도한 편이라고 주장한다. 현행법은 보건의료인이 충분한 주의의무를 다했음에도 불가항력적으로 발생한 분만 의료사고에 대해 분만 의료기관이 30%를 보상하도록 하고 있다. 박중신 대한산부인과학회 이사장은 “분만 관련 의료사고는 기본적으로 타 의료사고와 달리 태아와 산모 모두 고려해야 하는 경우도 있어 배상 액수가 큰 편이다. 보통 억 단위의 배상액이 나오는데 불가항력 의료사고에도 의사가 30%를 보상하는 것은 매우 불합리한 처사”라고 말한 바 있다.

보건복지부는 서울아산병원 뇌출혈 간호사 사망사건을 계기로 19일 수요 감소 분야 등 필수의료 기반 강화를 위해 공공정책 수가 도입에 나서 분만 수가 인상, 분만 취약지 지원 등 분만 인프라 회복을 위한 지원도 강화하기로 했지만 아직은 계획 보고 단계에 그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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