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화여대 교수·학생 등 음악가들
7개월째 러시아 대사관 앞 ‘평화 음악회’
한국 거주 러시아·우크라이나인도 동참
“종전까지 계속”

주한 우크라이나 대사관 초청으로 열린 ‘평화를 위한 작은 음악회’. ⓒ박일환 이화여대 음대 교수 제공
주한 우크라이나 대사관 초청으로 열린 ‘평화를 위한 작은 음악회’. ⓒ배일환 일환 이화여대 음대 교수 제공

러시아가 일으킨 전쟁이 끝날 때까지 계속되는 음악회가 있다. 주한 러시아 대사관이 있는 서울 정동길에서 열리는 ‘평화를 위한 작은 음악회’다. 주말과 비 오는 날을 빼고 매일 낮 12시 30분 열린다. 마지막 곡은 늘 우크라이나 국가다.

배일환 이화여대 음대 관현악과 교수의 아이디어로 시작됐다. 러시아가 우크라이나를 침공한 2월 24일 이후 음악은 무얼 할 수 있을까 고민했다. 후배들과 뜻을 모아 3월21일 첫 음악회를 열었다. 벌써 7개월째다.

“음악으로써 음악인들의 마음을 대변하고 싶었어요. 한두 번으로 끝내지 말고 전쟁이 끝날 때까지 하자고 했어요. 이렇게 길어질 줄은 몰랐지만요. 일본에서 온 신문기자가 ‘종전까지 연주하겠다는 팀은 세계 최초’라고 하더라고요. 정동길 주민들과 직장인들은 ‘정동길 문화’라며 자랑스러워해요.”

이대 음대 재학생과 졸업생이 모인 음악 봉사 동아리 ‘이화첼리’, ‘이화다움’이 주축이 돼 준비했다. 인근 이화여고의 협조로 연주 장소를 마련했다. 음악가들은 우크라이나 국기가 그려진 마스크를 쓰고 클래식 명곡, 가요 등을 연주하며 자연스레 시민들의 이목을 끌었다.

주한 러시아 대사관이 있는 서울 정동길에서 열리는 ‘평화를 위한 작은 음악회’. 우크라이나에서 온 엘레나 씨가 한국 연주자들의 반주에 맞춰 노래하고 있다. ⓒ박일환 이화여대 음대 교수 제공
주한 러시아 대사관이 있는 서울 정동길에서 열리는 ‘평화를 위한 작은 음악회’. 우크라이나에서 온 엘레나 씨가 한국 연주자들의 반주에 맞춰 노래하고 있다. ⓒ배일환 이화여대 음대 교수 제공
주한 러시아 대사관이 있는 서울 정동길에서 열리는 ‘평화를 위한 작은 음악회’. 러시아가 우크라이나를 상대로 일으킨 전쟁이 끝날 때까지 이어진다.
주한 러시아 대사관이 있는 서울 정동길에서 열리는 ‘평화를 위한 작은 음악회’. 러시아가 우크라이나를 상대로 일으킨 전쟁이 끝날 때까지 이어진다.

반응은 뜨거웠다. 배일환 교수는 ‘전쟁 반대’ 피켓을 들고 동참한 중·고교생들, 유치원생들·초등학생들과 함께 무대에 오른 어린이날, 물과 간식, 마스크를 건네던 시민들 이야기를 들려줬다. 주한 우크라이나 대사관에 초청받아 각국 주한대사들 앞에서 공연한 날도 잊을 수 없다.

오는 24일엔 러시아 출신 알렉스 쉐이킨, 우크라이나 출신 줄리아 스테파네츠, 탈북민 한지은 음악가가 함께 무대를 펼친다. 아코디언 합주와 노래를 들려줄 예정이다. 러시아 연주자가 먼저 참여 의사를 알려왔다. “바로 옆이 대사관이고, 언론에 신상이 노출될 수 있는데 괜찮겠냐고 물었더니 ‘괜찮다, 푸틴이 있는 한 러시아에 돌아가지 않겠다’고 하더군요. 전에 참여했던 러시아인 피아니스트도 ‘망명할 거라서 괜찮다’고 했어요. 그들도 이 전쟁의 피해자라고 생각해요.”

오는 11월 연주를 마지막으로 겨울에는 음악회를 쉬어간다. 겨우내 전쟁이 끝나지 않으면 내년 봄 다시 정동길로 돌아온다. 

“음악은 칼보다 강합니다. 순수한 힘이 있어요. 저희가 전쟁을 멈출 수는 없지만 음악으로써 마음은 바꿀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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