관객 몰입형 공연과 파인다이닝의 만남
2018년 영국서 인기 끈 공연
국내 최초 시도...관객 참여도가 변수
내년 3월 1일까지 서울 용산구 블루스퀘어

서울 용산구 블루스퀘어 카오스홀에서 열리는 이머시브 다이닝 ‘그랜드 엑스페디션’ 공연 현장. ⓒ아이엠컬처·뉴컨텐츠컴퍼니 제공
서울 용산구 블루스퀘어 카오스홀에서 열리는 이머시브 다이닝 ‘그랜드 엑스페디션’ 공연 현장. ⓒ아이엠컬처·뉴컨텐츠컴퍼니 제공
서울 용산구 블루스퀘어 카오스홀에서 열리는 이머시브 다이닝 ‘그랜드 엑스페디션’ 공연 현장.
서울 용산구 블루스퀘어 카오스홀에서 열리는 이머시브 다이닝 ‘그랜드 엑스페디션’ 공연 현장.

거대한 동화책을 열고 들어서자, 열기구 모양의 테이블들이 나왔다. 자리에 앉자 여정이 시작됐다. 진짜 열기구에 탄 듯 바람도 불어왔다. 360도 스크린에 펼쳐지는 동화 일러스트 같은 풍경, 목적지마다 제공되는 다양한 요리, 테이블 주변을 돌며 춤추고 연기하는 배우들이 기다린다.

서울 용산구 블루스퀘어 카오스홀에서 열리는 이머시브 다이닝 ‘그랜드 엑스페디션’은 ‘80일간의 세계일주’에서 아이디어를 얻은 관객 몰입형 공연이다. 미쉐린 가이드 1스타 레스토랑 쉐프의 요리를 즐길 수 있는 ‘파인 다이닝’을 결합했다.

한국에서 처음 시도하는 장르다. 관객들이 배우들과 함께 춤추고 연기하며 만들어가는 공연이다. 서사를 앞세우기보다 관객에게 복합적이고 색다른 경험을 제공하는 데 초점을 뒀다.

즉 관객 참여도가 공연의 재미를 결정한다. 배우들이 이끄는 대로 적극적으로 따라갈 준비가 된 관객, 배우보다 더 ‘쇼맨십’ 있는 관객, 아이 동반 관객이라면 즐거운 시간을 보낼 수 있을 것이다. 그렇지 않다면 남들 눈치 보며 어색한 시간만 보내다 올 수도 있다. ‘미식’이나 극의 서사 자체에 더 관심이 많다면 아쉬움이 남을 수 있다. 관객 후기도 이 지점에서 엇갈린다.

지난 7일 열린 프레스콜에서 이경윤 캡틴퍼포머는 “막상 공연이 시작되면 관객들이 퍼포머와 호흡을 맞추고 갈수록 즐기게 되더라”라고 말했다. 백새미 프로듀서·초대 블루스퀘어 극장장은 “한국 관객들도 충분히 참여하며 느낄 수 있도록 퍼포머들이 잘 이끌어줄 것”이라고 말했다.

서울 용산구 블루스퀘어 카오스홀에서 열리는 이머시브 다이닝 ‘그랜드 엑스페디션’ 공연 현장.
서울 용산구 블루스퀘어 카오스홀에서 열리는 이머시브 다이닝 ‘그랜드 엑스페디션’ 공연 현장.

분위기는 시종 경쾌하다. 조종사 복장에 익살스러운 분장을 한 배우들이 무어라 재잘대며 장난을 친다. 관객들이 여행 기분을 낼 수 있도록 일부러 알아들을 수 없는 언어(gibberish)를 쓴다. 배우들은 다양한 의상과 컨셉을 선보인다. 브라질에서는 삼바 리듬에 맞춰 몸을 흔들다가, 우주에서는 하얗고 나풀나풀한 옷을 입고 하늘의 별들 사이에서 신비로운 춤을 춘다. 중간중간 관객에게 함께 춤이나 간단한 게임을 권한다. 

여행이 시작되는 영국 그리니치에서는 돼지고기 소시지롤과 토마토 처트니 등 영국식 전채요리가 나온다. 눈의 왕국 홋카이도에서는 따뜻한 소바를, 시베리아에서는 펠메니(만두 요리)에 보드카를, 리우 데 자네이루에서는 브라질 소고기 바베큐를 즐길 수 있다. 채식, 비건 옵션도 제공한다.

영국 출신으로 한국에서 4년째 거주 중인 쉐프 조셉 리저우드(Joseph Lidgerwood)의 작품이다. 그는 한국 식재료와 음식을 재해석한 테이스팅 메뉴로 2020년부터 3년 연속 미쉐린 가이드 1스타를 유지하고 있는 레스토랑 EVETT(에빗)의 쉐프다.

2010년부터 영국에서 이머시브 다이닝 공연을 선보인 브랜드 ‘진저라인(GINGERLINE)’의 작품이다. 2018년 초연 당시 유료 객석 점유율 90%를 넘으며 인기를 끌었다. 한국 공연은 연극 ‘더 헬멧’, ‘카포네 트릴로지’, 뮤지컬 ‘오늘 처음 만드는 뮤지컬’ 등을 만든 아이엠컬처와 뮤지컬 ‘프랑켄슈타인’, 뮤지컬 ‘벤허’ 등 창작뮤지컬을 개발한 NCC가 합작했다. 

정인석 프로듀서는 “새롭고 다양한 장르를 선보여 관객층을 확대”하고자 한다며 “새로운 시도라 두렵기도 하지만 관객들이 꿈 같은 2시간을 보내다 갈 수 있도록 하겠다”고 말했다. 2023년 3월 1일까지.

저작권자 © 여성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