관세청, ‘입국장 인도장’ 도입 추진
내년 상반기 부산항에서 시범 운영

지난 5일 인천국제공항 제1여객터미널에서 이용객들이 면세점을 둘러보고 있다.  ©뉴시스·여성신문
지난 5일 인천국제공항 제1여객터미널에서 이용객들이 면세점을 둘러보고 있다. ©뉴시스·여성신문

출국 전 구매한 면세품을 입국할 때 찾을 수 있는 ‘입국장 인도장’ 도입에 난항이 예상된다. 관세청은 해외 여행자의 불편 해소를 내세워 도입을 추진하고 있으나, 입국장 면세품 인도를 허용하게 되면 기존 입국장 면세점들은 매출이 줄어들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윤태식 관세청장은 지난달 14일 서울 중구 신세계면세점에서 면세업계, 유관 부처 및 기관 관계자 등과 면세산업 발전 간담회를 열고 면세산업 활성화 대책을 발표했다.

관세청은 국민 편의 제고, 면세점 경영 안정화 지원, 규제 혁신을 통한 물류 경쟁력 강화 등 3개 분야의 15개 추진 과제를 대책에 담았다.

한국의 면세산업은 지난 2010~2019년까지 연평균 21%의 성장률을 기록하며 2019년 매출 25조원, 세계 시장점유율 25.6%로 1위를 달성했다. 그러나 2020년 코로나19 사태가 터진 후 매출이 줄며 어려움을 겪는 중이다.

이번 발표의 핵심 중 하나가 입국장 면세품 인도장 도입이다. 현재 시내면세점이나 온라인면세점에서 구매한 면세품은 해외 출국절차를 마친 후 출국장에 위치한 면세품 인도장에서만 찾을 수 있다. 

관세청은 “해외체류 기간 동안 면세품을 계속 휴대해야 하는 불편함을 덜 수 있고 여행기간 휴대 부담으로 국내보다 해외 면세점을 이용하는 경우도 많다”며 “내년부터 입국장 면세점이 없는 부산항에서 내년 초 입국장 인도장 시범운영을 시작한다”고 밝혔다. 단, 입국장 면세점의 구매 한도(1인당 800달러) 기준을 적용받는다.  

윤태식 관세청장이 지난달 14일 서울 중구 신세계면세점에서 열린 '글로벌 면세산업 선도 및 국민편의 제고를 위한 면세산업 발전 간담회' 에서 발언하고 있다.  ©뉴시스·여성신문
윤태식 관세청장이 지난달 14일 서울 중구 신세계면세점에서 열린 '글로벌 면세산업 선도 및 국민편의 제고를 위한 면세산업 발전 간담회' 에서 발언하고 있다. ©뉴시스·여성신문

중소·중견 입국장 면세점 사업자들 시름 

2019년 5월 도입된 기존 입국장 면세점 운영업체들은 반발하고 있다. 이들 은 입국장 인도장을 도입하면 해외 여행자들은 면세품 짐 없이 여행하기 위해  대기업들이 운영하는 시내·온라인 면세점에서 제품을 구매하고, 입국장 인도장에서 받으려는 소비자가 늘어날 수밖에 없다고 우려하고 있다. 면세 한도가 1인당 800달러로 제한돼있어 기존 입국장 면세점 매출은 줄어들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현재 입국장 면세점은 경복궁, 그랜드 등 중소·중견업체가 운영하고, 시내·출국장 면세점은 신라·신세계 등 대기업이 운영하고 있다. 

한 입국장 면세점 관계자는 관세청의 입국장 인도장 발표를 두고 "입국장 면세점의 존폐를 좌우하고 중소·중견 면세사업자의 면세시장 도태를 만드는 사안"이라고 지적했다. 그는 "코로나19 여파로 여객이 97% 감소하고 대기업 면세점도 임대료 부담으로 출국장 면세점 문을 닫는 어려운 상황 속에서도 입국장 면세점을 운영하기 위해 새벽까지 문을 열고 직원들의 고용도 유지했다"며 "코로나라는 긴 터널을 해쳐 나와 이제 여객이 회복되기 시작했는데 입국장 인도장 설치 발표로 다시 걱정이 커졌다"라고 말했다.

관세청에 따르면 입국장 인도장은 중국, 태국, 홍콩, 호주, 뉴질랜드 등 해외에서도 운영 중인 제도다. 이미 관세법상 운영근거가 마련된 상태로 앞서 2019년에도 입국장 인도장 도입이 추진된 바 있다. 당시엔 국내 면세시장의 균형 발전과 중소·중견면세사업자 육성을 명시한 관세법에 따라 도입이 보류됐다.    

관세청은 "국민 편의효과, 시범운영 결과, 인천공항공사 등 시설권자 협의, 중소·중견기업 입국장 면세점 영향 등을 종합적으로 감안해 도입 여부와 세부 방안을 결정하겠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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