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부모들 구립 '미래어린이집' 원장 급식비 횡령 규탄 시위

점심 반찬으로 달랑 소시지 한 조각 먹여

상한 재료로 급식 만들어…교재비도 착복

여성부, 보육 실태파악·모든 규정 명문화

“이상하게 집에만 오면 아이가 냉장고에 먹을 게 없나 뒤지고, 마트에 가면 그렇게 뭘 사달라고 조르더라구요. 그런데 전 이유도 모르고 그럴 때마다 아이를 때렸어요.”

“제가 일을 하다 보니까 구청을 믿고 하루종일 아이를 맡겼는데, 어떻게 아이들에게 '푸드뱅크'음식을 먹일 수가 있어요? 구로구가 아닌 강남구라면 구청에서 이러고 있었겠냐구요. 어려운 형편에 겨우겨우 맞벌이하면서 살고 있는데 어디 억울하고 분통터져서 살겠습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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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21일 오후 2시 구로구청 앞에서는 이 같은 내용으로 절규하는 어머니 20여 명의 규탄 집회가 진행됐다. 모두가 빨간 색으로 웃옷을 맞춰 입은 이들은 구로구립 미래어린이집 급식사태 관련 피해자 아동의 어머니들이다.

▶지난 21일 미래어린이집 학부모들이 구로구청 앞에서 급식비리 사건에 대한 책임자 엄중처벌을 요구하고 있다.

이들은 구로구가 위탁·운영하고 있는 미래어린이집 원장 엄정숙씨가 아이들에게 상한 급식재료로 소량의 음식을 주고 급식비 등을 횡령했으며, 구청에서 이 점을 눈감아줬다고 주장하고 있다. 현재 구청을 대상으로 ▲공정하고 투명한 감사 및 책임자 처벌 ▲어린이집 직영 운영 ▲교사들의 고용승계를 요구하고 있으며, 엄 원장을 비롯한 위탁업체인 한국노인복지법인은 6월 15일자로 계약이 해지된 상태다.

이번 급식 비리 사건은 그 동안 엄 원장의 파행적인 어린이집 운영을 지켜본 교사들이 지난 15일 영수증 등 증거자료를 모아 SBS에 폭로하면서 외부에 드러났다.

교사들은 “원장이 1745원의 급식비 중 700∼800원만 급식비에 사용하고 나머지는 이중 장부와 가짜 영수증 등을 채워 공금을 횡령해왔다”면서 “심지어는 돈을 아끼기 위해 간식시간에 요구르트 한 병, 점심 반찬으로 비엔나 소세지 한 조각을 낼 때도 있었고 노인복지관에서 남은 음식을 기증받아 먹일 때도 있었다”고 증언했다. 또한 “엄 원장은 부모들에게 교재비도 2만2000원에 구입한 것을 3만5000원에 판매하고, 따로 교사를 두지 않고 특별활동비를 받아내는 등 부당하게 이익금을 챙겼다”고 덧붙였다.

이에 구로구청은 “엄 원장 및 위탁 운영체인 한국노인복지법인에 대해 즉시 해임 조치했고, 구내 한국노인복지법인이 운영하는 세화어린이집 위탁도 취소했다”며 “현재까지 엄 원장의 비리가 확인된 부분은 급식비 횡령, 학습 교재비 수납 등 회계부정이 드러나고, 교사 인건비와 상해 보험금 등은 횡령 혐의점을 아직 찾지 못하고 있다”고 밝혔다.

그러나 구는 이번 사건을 폭로한 교사들에 대해 원장의 비리를 알고도 묵인했다며 '직무유기'라고 주장하는 “시설장과 교사들이 몇 년간 같이 근무했기 때문에 그 과정에서 관련 여부, 상한 음식을 늦게 고발한 점등은 향후 구청 및 경찰의 조사가 끝나야만 알 수 있다”면서 “조사가 진행중인 지금은 교사들의 고용승계를 확답할 수 없다”고 답했다.

여성부는 “보육업무를 이관받은 후 처음 벌어진 이번 사건으로 보육시설 전반에 대한 운영실태 파악을 실시하기로 했다”며 “보육법 시행령, 시행규칙 개정시 벌칙 또는 제재규정(시정명령, 시설장 또는 교사 자격정지 또는 취소 등)을 명문화하기로 했다”고 밝혔다.

감현주 기자soo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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