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J 때 첫 독립부처 ‘여성부’ 신설
MB도 폐지하려다 오히려 강화 

 

5일 오후 폐지 수순을 밟고 있는 서울 종로구 정부서울청사 여가부 모습. ⓒ뉴시스·여성신문
서울 종로구 정부서울청사 여성가족부 모습. ⓒ뉴시스·여성신문

여성가족부 21년의 역사는 수난의 역사다. 국제사회의 흐름과 여성들의 열망을 담아 2001년 출범한 여성부는 수차례 존폐의 위기를 넘어서야 했다. 정권이 바뀔 때마다 통치권자의 입맛에 맞춰 부처의 규모는 늘거나 줄었고, 그 과정에서 역차별을 조장한다는 비난과 여성 혐오 대상으로서의 조롱을 감수해야 했다.

헌법 제34조 3항 ‘여성주의’ 명시 

대한민국 헌법 제34조 3항은 “국가는 여자의 복지와 권익의 향상을 위하여 노력하여야 한다”고 선언하고 있다. 부당한 성차별이 존재한다는 것을 전체로 성차별을 경감하는 차원에서 정책을 펼쳐야 한다고 헌법은 명시하고 있는 것이다.

1946년 해방 직후 미군정 법령으로 설치한 보건후생부 부녀국은 첫 여성정책 전담 기구였다. 이후 1981년 보건사회부 내 부녀아동국은 가정복지국으로 간판을 바꿔 달았으나 여전히 여성 문제는 변방 취급을 받아야 했다. 이때 한국여성단체협의회 등 보수 여성단체를 중심으로 본격적으로 여성 문제를 다룰 독립 부처의 필요성이 제기되기 시작했다.

한국은 1983년 유엔(UN)여성차별철폐협약에 서명했고 1991년 UN의 정식 회원국이 됐다. 1995년 베이징 UN세계여성회의는 성평등 정책이 정치 주류로 떠오른 계기였다. 모든 정책에서 성평등적 관점이 고려돼야 한다는 ‘성주류화(gender mainstreaming)’ 전략이 공식 채택됐다. 이 같은 국제 흐름 속에서 여성부 신설을 공약으로 내건 김대중 대통령은 당선 직후인 1998년 대통령직속 여성특별위원회를 설치했다. 3년 후인 2001년 1월 약속대로 여성부가 출범했다.

여성부는 정부가 바뀔 때마다 개편을 거듭했다. 출범 후 10년 사이 부처 이름이 네 번이나 바뀌었다. 정권이 바뀔 때마다 존폐의 기로에 서야했다. 부처 명칭이 바뀌며 소관 업무와 역할도 달라졌다.

여성부는 2005년 노무현 정부 당시 보육과 가족정책 기능을 갖춘 여성가족부로 확대 개편됐으나, 2008년 이명박 정부 때는 여가부 폐지 공약으로 존폐 위기에 처했다. 결국 가족과 보육 기능을 보건복지부로 넘겨주고 여성부로 축소됐다. 출범 당시 ‘초미니 부처’로 후퇴한 것이다. 하지만 이명박 정부는 업무 이관 1년 만인 2010년 가족 이슈가 커지자 청소년, 가족 업무가 다시 여성부로 이관해 현재의 여성가족부로 간판을 바꿔 달았다. 

ⓒ여성신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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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1년간 이어진 악의적 루머와 조롱

여성부는 출범 이후 21년간 폐지론과 무용론, 해체론에 시달려야 했다. 여성부를 둘러싼 오해와 악의적 루머 역시 21년간 이어졌다. 과자 ‘조리퐁’, ‘초코송이’, 게임 ‘테트리스’ 판매와 유통을 여성부가 금지하려 한다는 식의 근거 없는 것들이 대부분이다. ‘아빠 힘내세요 성평등 저해’, ‘주민등록번호 뒷 번호 성차별’처럼 시민이나 문화체육관광부, NGO의 지적이나 요구도 모두 여성부 탓으로 돌렸다. ‘군가산점제 위헌 결정’(1999년)에 당시 설치도 안 된 여성가족부가 나섰다는 주장까지 나왔다.

이러한 비판 여론은 여가부를 넘어 여성 전체에 대한 비난으로까지 번졌다. 법제도 개선으로 여성 권익이 전보다 나아진 현실을 두고 ‘이미 성평등은 이뤄졌다’고 인식하면서 조롱과 비난은 더욱 커졌다. 세계경제포럼(WEF)이 발표한 ‘2020 세계 성격차 보고서’를 보면 한국의 성 격차 지수는 153개국 중 108위로 최하위권이다. 성별임금격차는 32.5%로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국가 중 압도적 1위다.

여성부가 존폐 논란을 겪으며 21년간 변하지 않은 것은 또 있다. 제한적인 권한과 낮은 위상이 그것이다. 1988년 최초의 여성정책 장관기구로서 정무장관(제2실)이 설치됐으나 당시 직원은 20명에 예산은 10억원 정도에 그쳤다. 전체 정부 예산의 0.0005%에 불과했다. 첫 독립 부처인 여성부도 상황은 비슷했다. 당시 여성부 규모는 ‘1국 3실, 직원 102명, 예산 300억원’이었다. 20년이 지난 2022년 현재 여성가족부 예산(1조4650억원)은 18개 부처 가운데 가장 적다. 전체 정부 예산의 0.24% 수준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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