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2 스토킹 보고서] ④
피해자 6명, 스토킹으로 인한
물질적·정신적 손해를 말하다

피해복구·의료·주거·경호 등 지출에
취업·학업·사회활동 중단 등 손해 심각
왜 피해자 홀로 감당해야 하나

ⓒShutterstock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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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토커를 피해 이사하고, 차를 바꾸고, 경호원을 고용하고, 정신과 진료를 받고, 약을 먹었다.

여성신문은 스토킹 피해자 6명과 함께 스토킹으로 인한 물질적·정신적 피해비용을 따져봤다. 의료·이사·보안 등을 위해 피해자들이 실제 지출한 비용 위주로 계산했다. 몇몇 피해자들은 대출까지 받았다. 취업·학업·사회 활동도 중단해야 했고, 인간관계와 커리어에 큰 타격을 받았다. 그 기회비용까지 합해 약 5억원이다. 사법체계, 보건체계, 상담소·보호시설 등 사회서비스 비용을 합치면 총 비용은 몇 배나 치솟는다. 

왜 스토커가 일으킨 피해를 복구하고, 일상을 되찾는 일을 피해자 홀로 감당해야 하나. 국가가 답해야 할 질문이다.

ⓒ이세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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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시마(가명·20대)씨는 2020년 한 모임에서 가해자를 만났다. 가해자는 시마씨의 집 앞에 찾아가 찍은 사진, 자신의 신체 부위 영상 등을 약 반년간 지속적으로 보내며 스토킹했다.

더 안전한 집으로 이사하는 데 든 비용 : 약 3502만원

이시마씨는 스토커를 피해 집을 옮겼다. 보증금 2000만원, 월세 35만을 내고 살던 집을 떠나 치안 좋고 집값도 좀 더 비싼 동네로 갔다. 대로변이 가깝고, 높고, CCTV·이중 도어락이 설치된 집으로 이사했다. 새집 보증금은 3000만원, 월세는 50만원이다. 증가 폭만 따지면 월세는 20만원, 관리비는 12만원 늘었다. 1년 기준으로 총 432만원을 더 내게 됐다. 부동산 비용 40만원, 이사비용 30만원도 들었다. 보증금 3000만원은 대출받았고 이자는 계산하지 않았다.

방범·호신용품 구입 비용 : 약 56만원

후추 스프레이(3~4만원), 애플워치(40만원)를 구입했고, 현관문 도어락 교체(10만원), 현관문 안전고리도 추가로 설치(약 3만원)했다.

병원비·약값 : 약 400만원

이시마씨는 스토킹 피해를 겪은 2019년부터 약 3~4년째 정신과 진료를 받고, 치료제를 복용하고 있다. 매달 약 10만원 정도가 드니 최소 400만원이 든 셈이다.

그 외의 스토킹으로 인한 기회비용 : 약 1000만원

그간 전화번호도 6~7번 정도 바꿨다. 프리랜서로 일하면서 개인 전화와 업무용 전화를 따로 사용하는데, 번호를 모두 바꾸면서 업무상 혼란과 손실이 생겼다. “인간불신”을 느끼면서 네트워킹도 거의 중단했다. 한동안 업무 관련 식사·술자리에 참석하지 않았다. 2019~2020년까지 2년간 놓친 작업 의뢰액만 합치면 약 1000만원 정도다. 여성 팀원이 없는 거래처, 남성과만 연락을 주고받아야 하는 업무의 경우 의뢰를 거절하기도 했다. 남성 모델만 촬영하는 일은 모두 거절했다. 원래 촬영 의뢰 10건 중 3건은 남성 모델 촬영이었는데, ‘남성 모델 촬영 의뢰는 받지 않는다’고 SNS에 공지했다. 수입도 그만큼 줄었다.

ⓒ이세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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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보라(가명·30대)씨의 스토커는 전 애인이었다. 스토킹은 2011년부터 10년 넘게 계속됐다.

스토커가 부순 노트북 손해액과 휴대전화 등 주요 소지품 교체 비용 : 약 3460만원

가해자가 부순 노트북에는 보라씨의 졸업작품이 들어 있었다. 8학기를 다닌 결실이었다. 학기당 등록금이 약 400만원이니 4년간 등록금 약 3200만원에, 졸업작품 제작비 200만원을 합치면 최소 3400만원 손해를 본 셈이다. 휴대전화도 두 차례 교체했고 약 60만원이 들었다.

더 안전한 집으로 이사하는 데 든 비용 : 약 297만원

가해자가 보라씨의 집에 침입해 난동을 부린 여파도 감내해야 했다. 기물파손을 이유로 보증금에서 40만원이 차감됐다. 여기에 청소비 5만원, 옷값 2만원, 냉장고 파손비 10만원 등 약 57만원이 더 들었다. 계획에 없던 이사로 보증금 200만원을 추가로 마련해야 했다.

병원비·약값 : 약 972만원

보라씨는 스토킹을 겪은 후 정신과에서 외상후스트레스장애(PTSD)와 경계선인격장애 판정을 받았다. 20대 중반부터 3년가량 꾸준히 정신과 치료를 받았다. 잦은 실신, 감정 조절 어려움 등 사회생활도 쉽지 않았다. 단순 치료비용만 계산해도 1회당 2만원씩 총 192만원이다.

2017년부터 꾸준히 상담·약물 치료를 받고 있다. 약 6개월 동안 매주 상담을 받았고, 1회당 6만원, 총 약 244만원을 지불했다. 이후에는 한 달에 한 번씩 진료를 받고 있다. 약 4년간 336만원가량을 치료 비용으로 썼다. 지난해 말 한 위치 기반 채팅앱에서 가해자를 만나면서 여전히 불안해하고 있다. 성형, 개명 신청 비용으로도 200만원 정도를 썼다.

그 밖의 기회비용

스토커가 보라씨의 직장에 찾아와 사람들 앞에서 폭언과 폭행을 하기도 했다. 이런 일이 반복되면서 오히려 보라씨가 ‘이상한 사람’, ‘제대로 처신 못 하는 여자’로 낙인찍혔다. 정신적 스트레스로 인해 단순 업무조차 못 할 만큼 힘들었던 적도 많았다. 이직에도 불이익을 겪었다.

인간관계 유지에도 어려움을 겪었다. 스토커와 함께 만난 지인들, 대학 동창 등과 연락이 끊긴 지 오래다. 휴대전화가 파손돼 연락처를 잃어버리기도 했고, 가해자가 주변인들에게 보라씨의 신상을 캐묻고 다녔기 때문에 많은 이들의 연락을 차단했다. 보라씨는 “가해자로 인해 제가 입은 인간관계 손실, 잃어버린 사회생활의 기회비용까지 포함하면 최소 1억원 이상은 보상을 받아야 한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이세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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빈츠(이하 B·20대)는 2020년 시작된 스토킹 때문에 멀쩡한 집을 포기했다. 전셋집에 들어가지 못하고 친구 집에 신세를 진 지 약 2년째다. 전세 보증금 1억원, 매달 관리비 8만원을 합하면 약 1억 96만원을 날린 셈이다.

병원비 : 27만원

B도 병원에서 세 번에 걸쳐 상담치료를 받았다. 1회당 9만원씩 지불했다. 스토커를 피해 휴대전화 번호도 바꿨다.

ⓒ이세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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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수진(가명·30대)씨는 2018년부터 업무상 알게 된 남성에게 스토킹을 겪고 있다. 초기에는 업무상 가해자의 연락을 무작정 피하거나 강력히 대응하기가 어려워 큰 스트레스를 받았다.

중고차 마련 : 약 1900만원

수진씨는 먼저 업무와 생활 동선을 바꿨다. 이 과정에서 가해자와 마주치지 않고, 마주치더라도 빠르게 도망칠 수 있도록 자동차를 샀다. 신용대출을 받아서 중고 소형 SUV(기아 스포티지 R)를 1700만원에 구매했다. 처음으로 구매한 차라서 자동차 종합보험료 200만원 정도가 더 들었다.

사설경호·호신용품 구매 : 약 7420만원

가해자는 법원의 잠정조치 명령을 보란 듯이 위반하고, “왜 사람을 범죄자 취급하느냐”며 위협적으로 굴었다. 수진씨는 “나는 내가 지켜야 한다”고 다짐했다. 2019년부터 사설 경호원을 고용하고 있다. 스토커에게 집 주소가 노출됐을 때, 혼자 출장 갈 때는 동행 서비스도 이용했다. 매달 300만원 정도 소요됐고, 2022년 10월까지 총 약 7000만원을 지불했다. CCTV 감시와 위급 시 출동 경비 등을 제공하는 가정용 경비 서비스도 이용하고 있다. 지금까지 월 10만원씩 1년 10개월간 220만원이 들었다. 만약을 대비해 주짓수도 배우고 있다. 강습비는 한 달 15만원이다. 그간 12개월(총 180만원)치를 지불했고, 도복 구입비 약 20만원 정도가 들었다.

이직 포기로 인한 기회비용 : 약 1230만원

수진씨는 원래 2019년 이직할 계획이었다. 연봉 30% 인상이라는 파격적 제안도 받았다. 그러나 스토킹을 겪으면서 정신적 스트레스가 심해져 결정적인 이직 기회를 놓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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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명지(가명·30대)씨는 2019년부터 약 1년간 전 남자친구에게 폭행·스토킹 등을 겪었다.

더 안전한 집으로 이사하는 데 든 비용 : 약 8000만원

명지씨는 스토커를 피해 치안이 더 좋고 직장과 가까운 대도시로 이사했다. 전셋값이 많이 오른 시기에 계획에 없던 이사를 감행하면서 어쩔 수 없이 보증금 7000만원을 추가로 마련해야 했다. 잠시 제2금융권에 손을 대기도 했다. 대출 이자, 이사 비용 등을 합해 총 8000만원 정도 들었다.

사설경호 비용 : 약 800만원

2020년 말 사설 경호원을 고용했다. 매달 200만원씩 총 4개월간 서비스를 이용했다. 정신적 안정에 도움이 됐으나 비용 부담이 커서 이후로는 이용하지 못하고 있다.

ⓒ이세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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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유미(가명·30대) 씨는 가정폭력을 일삼던 남편과 2020년 합의 이혼했는데, 갑자기 마음을 바꿔 재결합을 요구하는 전 남편에게 약 1년간 스토킹당했다.

스토커가 부순 휴대전화 교체·수리 비용 : 약 240만원

스토커가 집어던져서 파손된 휴대전화 액정을 교환하는 데 약 40만원을 지불했다. 이후에도 스토커 때문에 휴대전화를 두 차례 교체했고 약 200만원이 들었다.

방범·호신용품 구입 비용 : 약 28만원

호신용 스프레이건(약 15만원), 휴대용 스프레이(약 3만원) 등 호신용품을 샀고, 현관 도어락도 교체(10만원)했다.

이사 포기로 인한 주거 지출  : 약 5000만원

원래 집값이 좀 더 저렴한 타지로 이사할 계획이었으나, 경찰서와 법원 등을 오가느라 이사를 준비할 여유가 없어서 전셋집 계약을 연장했다. 집주인의 요구대로 보증금을 5000만원 더 올려줬다.

병원비 : 1400만원

유미씨는 스토커의 폭행으로 광대뼈 등 안면 골절상을 입었다. 치료 과정에서 성형수술도 했다. 수술비, 입원비 등 약 1400만원이 들었다. 은행과 친지에게 급히 빌린 돈으로 병원비를 냈고, 아직 빚을 갚고 있다.

 

*스토킹 범죄의 사회적 비용에 관한 국내 연구는 아직 없다. 가정폭력의 사회적 비용 추정 연구 자료 등을 검토해 피해자들을 인터뷰하고 기사를 작성했다.

기초자료로 활용할 적절한 통계 자료도 부족하거나 아예 관리가 되고 있지 않았다. 기자는 복수의 의원실을 통해 법무부와 대법원에 스토킹 피해자의 손해배상 청구소송 관련 자료를 요청했으나, “별도의 통계자료로 관리하지 않아 제출할 수 없다”는 회신을 받았다. 

*참고문헌 : 문유경(2009), 가정폭력의 사회적 비용 추정, 한국여성정책연구원
UN 서아시아경제사회위원회(ESCWA), Estimating the Economic Cost of Domestic Violence, 2020

본 기획물은 정부광고 수수료로 조성된 언론진흥기금의 지원을 받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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