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성끼리 주짓수 스파링을 하는 모습. 사진=양민영 작가 제공
여성끼리 주짓수 스파링을 하는 모습. 사진=양민영 작가 제공

어떻게 하면 운동에서 소외된 여성들이 운동에 쉽게 접근하도록 할 수 있을까? 예비사회적기업 ‘운동친구’가 활동을 시작하면서 가장 중점적으로 고민한 문제였다. 우리는 이 문제의 답을 여성 전용에서 찾았다. 여성 전용으로 운영하는 스포츠클럽이나 운동 공간이 여성의 운동 참여율을 높인다는 결론은 오래 전에 학문적으로 입증됐다.

그러나 단순히 여성 전용을 표방한다고 해서 문제가 해결되는 건 아니다. 예를 들면 미국의 여성 전용 피트니스 프랜차이즈로 세계적인 성공을 거둔, 국내에도 동네마다 하나씩 찾아볼 수 있는 커브스(Curves)의 경우가 그렇다. 대외적으로는 이 브랜드는 ‘3노(NO) 정책’이라고 해서 ‘노 맨’, ‘노 미러’, ‘노 메이크업’을 내세우며 여성이 자유롭게 운동할 수 있는 피트니스 센터를 지향한다. 그러나 이와 같은 정책이 무색하게 남성이 운동을 가르치고 ‘굴곡’이라는 이름에서도 알 수 있듯 이곳의 운동 프로그램은 효율적인 체중감량을 목표로 한다.

결국 근본적인 문제점을 해결하지 않으면 여성 전용이라는 새로운 카드도 답이 될 수 없음을 깨달았다. 그래서 운동을 가르치는 지도자까지 모두 여성으로만 섭외하는 원칙을 세웠다. 또 운동의 목적을 감량이 아닌 체력 증진과 신체 단련에 두고 일반적으로 여초 운동이라고 인식되는 종목과 대비되는 럭비, 레슬링, 농구 등으로 프로그램을 구성했다.

이때부터 나는 『운동하는 여자』를 쓰던 시절에 만나고 취재했던 여성 선수와 지도자들을 만나서 여성 전용 클래스를 맡아달라고 부탁하고 다녔다. 그리고 그때마다 비슷한 질문을 받았다. ‘레슬링을 배우려는 여성이 있어요?’, ‘여성만으로 클래스를 만들 만큼 희망자가 많아요?’ 내 대답은 ‘네’, 그것도 확신에 찬 ‘그럼요!’였다.

사실 여성이 운동하는 이유가 다이어트를 위해서라는 오해를 사는 원인은 업계가 고객의 니즈를 빠르게 파악하지 못하는 데 있다. 여성 고객에게도 다양한 운동으로 신체 능력을 개발하고 싶은 욕구가 있는데 업계는 아직도 여성이 성공적인 감량만을 원한다고 본다.

고객은 격투기나 구기 종목을 남성이 아니라 여성의 운동 능력과 신체에 관한 이해도가 높은 여성에게 배우고 싶어 하는데 업계는 수요가 없다는 이유로 이를 시도조차 하지 않는다. 그 결과 남성보다 지도자가 될 기회가 부족한 여성 선수나 전문가는 고객과 만나지 못하고 고객은 여성 지도자와 만나지 못한다. 그러므로 좀처럼 만나지 못했던 두 집단을 만나면 시너지가 엄청나다. 지도자와 참가자 모두 어찌나 열심인지, 지도자는 노하우를 전부 알려주려고 하고 참가자는 한 가지 기술을 10번만 연습하라고 하면 20번도 더 반복한다.

비슷한 열의를 강연장에서도 만날 수 있다. 여성들끼리 운동을 주제로 이야기만 나누어도 충분히 즐겁다. 그동안 배운 운동, 그 과정에서 겪은 일, 운동 종목에 따른 특이점 등등 다양한 질문이 쏟아진다. 운동에 얽힌 짤막한 일화만으로도 웃음이 떠나지 않는다.

“작가님, 팔 한 번만 만져 봐도 돼요?”

기념 촬영 때 이런 요청을 받으면 어색하게 웃으면서 ‘요즘 웨이트를 하지 않아서 근육이 없다’고 둘러댄다. 그런데도 기어이 팔을 만지면 진땀이 흐르는데 여성에게만 약한 나는 당장 풀업바에라도 매달려야겠다고 다짐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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