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2 스토킹 보고서] ③ 통계로 본 스토킹 대응 실태
스토킹처벌법 시행 후 신고 폭증
17%만 검찰로...80% 이상 경찰 단계서 종결

경찰, 스토킹 신고해도 1.4%만 구속영장 신청
9%만 가해자 구속돼 재판 넘겨져
62% 재판 없이 벌금형 선고
“여전히 스토킹 위험성 인식 못해”

여성신문이 조오섭 더불어민주당 의원실을 통해 입수한 경찰과 검찰의 올해 1월~6월 스토킹 사건 접수 현황. 검찰의 관련 사건 접수량은 경찰 접수 신고 건수의 16.54%에 불과하다. ⓒ여성신문
여성신문이 조오섭 더불어민주당 의원실을 통해 입수한 경찰과 검찰의 올해 1월~6월 스토킹 사건 접수 현황. 검찰의 관련 사건 접수량은 경찰 접수 신고 건수의 16.54%에 불과하다. ⓒ여성신문

“스토킹 가해자가 형사재판을 받기는커녕 경찰 수사 단계에서 막히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겨우 검찰에 가고, 겨우 기소까지 가도 법원에서 또 막힌다.” (최유연 한국여성의전화 여성인권상담소장)

정말 그렇다. 스토킹처벌법 시행 후 약 반년간 스토킹 범죄 신고량이 폭발적으로 늘었지만, 기본 수사를 마치고 검찰로 넘어간 사건은 17%에 불과했다. 충분한 수사나 재판을 받지 못하고 경찰 단계에서 종결된 사건이 80%가 넘은 셈이다. 

경찰이 접수한 스토킹 신고가 가해자에 대한 구속영장 신청으로 이어진 경우는 1.4%뿐이다. 검찰이 가해자에게 재판 없이 벌금형만 내린 경우가 62%였다. 재판까지 가도 벌금 평균 279만원, 징역형 평균은 1년 1개월에 그쳤다. “수사·재판 기관이 여전히 스토킹 범죄의 위험성을 인식하지 못한다”는 지적이 나왔다. 

여성신문이 조오섭 더불어민주당 의원실을 통해 입수한 ‘경찰의 스토킹 범죄 관련 사건 접수 및 검찰송치 현황’을 보면, 스토킹처벌법 시행 후 약 반년간의 신고량이 시행 전년도 1년치 신고량의 다섯 배에 달한다.  ⓒ여성신문
여성신문이 조오섭 더불어민주당 의원실을 통해 입수한 ‘경찰의 스토킹 범죄 관련 사건 접수 및 검찰송치 현황’을 보면, 스토킹처벌법 시행 후 약 반년간의 신고량이 시행 전년도 1년치 신고량의 다섯 배에 달한다.  ⓒ여성신문

여성신문이 조오섭 더불어민주당 의원실을 통해 입수한 ‘경찰의 스토킹 범죄 관련 사건 접수 및 검찰송치 현황’을 보면, 스토킹처벌법 시행 전인 2020년 1년간 112 관련 신고 접수량은 총 4515건이다. 법 시행 직후인 2021년 11월부터 올해 상반기까지 신고량은 2만 623건이다. 스토킹처벌법 시행 후 약 반년간의 신고량이 시행 전년도 1년 신고량의 다섯 배에 달한다. 

검찰이 맡은 스토킹 범죄 사건 건수도 스토킹처벌법 시행 이후 폭증했다. 법무부가 조오섭 의원실에 제공한 ‘스토킹처벌법 위반 사건 접수 및 처리 현황’을 보면, 스토킹처벌법 시행 후 올해 1월~6월 검찰의 관련 사건 접수량은 총 3412건이다.

이는 같은 기간 경찰이 접수한 신고 건수(2만623건)의 16.54%에 불과하다. 검찰로 넘기지 않고 경찰 수사 결과 ‘혐의없음’ 등으로 자체 종결한 사건, 경찰이 수사를 중지한 사건이 80%가 넘는다는 뜻이다.

용혜인 기본소득당 의원실이 공개한 경찰청과 법무부 자료 요약. 경찰 신고가 스토킹 가해자에 대한 구속영장 신청으로 이어진 경우는 1.4%, 검찰이 가해자를 재판에 안 넘기고 벌금형만 내린 경우는 62%였다. ⓒ이세아 기자
용혜인 기본소득당 의원실이 공개한 경찰청과 법무부 자료 요약. 경찰 신고가 스토킹 가해자에 대한 구속영장 신청으로 이어진 경우는 1.4%, 검찰이 가해자를 재판에 안 넘기고 벌금형만 내린 경우는 62%였다. ⓒ이세아 기자

‘스토킹은 사랑싸움, 가벼운 범죄’라는 판단에 가해자에게 관대한 처분을 내리기도 한다. 최근 용혜인 기본소득당 의원실이 공개한 ‘경찰의 스토킹범죄 구속영장 신청’ 자료를 보면, 경찰은 스토킹 처벌법 시행 이후부터 올해 7월까지 접수한 신고 중 1.4%(351건)에 대해서만 구속영장을 신청했다. 경찰의 스토킹 대응 매뉴얼에도 구속영장 신청에 대한 기준은 없다.

검찰이 스토킹처벌법 시행 이후부터 올해 8월까지 스토킹 가해자를 구속 상태로 재판에 넘긴 건(구속구공판)은 9%에 불과했다. 불구속 상태로 재판에 넘긴 경우(불구속구공판)는 28.7%, 재판 없이 벌금형(구약식 기소)은 62%였다. 재판까지 가도 벌금 평균액은 279만원, 징역 평균은 13개월에 그쳤다.

용 의원은 “스토킹 범죄가 피해자의 목숨을 빼앗는 범죄로 이어지는 사례를 보면 피의자가 구속되지 않았기 때문”이라며, “피해자의 개인정보를 알고서 스토킹 범죄를 저지르는 피의자를 도주나 증거인멸 우려가 없다는 이유로 구속영장 신청조차 않는 것은 직무유기”라고 꼬집었다. 또 “스토킹 범죄에 대한 경각심이 높아졌는데도 경찰은 여전히 스토킹의 특수성을 파악할 의지가 없는 것 아니냐”고 말했다.

스토커 전주환이 신당역에서 피해 여성을 살해한 '전주환 사건' 이후인 지난 9월 22일, 서울 종로구 보신각에서 여성단체와 시민 노동단체가 피해자를 추모하고 젠더폭력 강력 대응을 촉구하는 '어디도 안전하지 않았다. 우리는 끝까지 싸울 것이다' 행진 집회를 개최했다. ⓒ홍수형 기자
스토커 전주환이 신당역에서 피해 여성을 살해한 '전주환 사건' 이후인 지난 9월 22일, 서울 종로구 보신각에서 여성단체와 시민 노동단체가 피해자를 추모하고 젠더폭력 강력 대응을 촉구하는 '어디도 안전하지 않았다. 우리는 끝까지 싸울 것이다' 행진 집회를 개최했다. ⓒ홍수형 기자

“경찰 단계서 종결 사건 80%는
피해자가 보상 등 전제 합의하거나
보복 두려워 처벌 원치 않는다고 밝힌 건”
법무부, 피해자가 반대하면 처벌 못하는
‘반의사불벌죄’ 폐지 추진...피해지원단체 “이제야”

스토킹 범죄는 ‘반의사불벌죄’다. 피해자가 원치 않으면 가해자를 처벌할 수 없다. 흉기 등 위험한 물건을 휴대하고 스토킹 범죄를 저지른 경우만 예외다.

스토킹 사건 대부분이 경찰 단계에서 특별한 대응 없이 종결되는 주된 이유다. 경찰청 관계자는 “피해자가 가해자에게 피해 보상이나 접근금지 등을 전제로 합의하거나, 보복이 두려워서 처벌을 원치 않는다고 밝혀 ‘공소권 없음’으로 종결된 사건이 80% 이상”이라고 설명했다. 

이제야 법무부가 스토킹 반의사불벌죄 규정 삭제를 추진하기로 했다. 피해지원 현장에서는 ‘입법 단계에서부터 꾸준히 문제를 제기했다’며 아쉬움을 토로한다.

현행법상 스토킹 범죄의 정의가 너무 좁아서 현실의 다양한 스토킹 범죄를 법적으로 처벌하지 못하는 문제도 심각하다. 온라인상 타인을 비방하는 내용의 게시물을 작성·유포하는 등 최근 늘어난 사이버 스토킹킹이 대표적이다. 현행 스토킹처벌법상 스토킹 행위의 정의에 들어맞지 않아 처벌은 물론 신고도 어렵다. 

올해 1월 1일부터 검·경 수사권 조정으로 새로운 형사사법시스템이 가동된 여파도 있다. 한 검찰 관계자는 “검사의 수사지휘권이 크게 약해졌다. 경찰이 사건을 송치(구 기소의견)하거나 송부(구 불기소의견)하기 전에는 원칙적으로 검찰이 사건을 직접 들여다볼 수 없다. 경찰 수사에서 검찰 기소까지 가는 단계도 더 복잡해졌다”고 설명했다. 

이 관계자는 “최근 스토킹 살인사건으로 국민 관심이 높아지면서 검경이 다시 들여다보고 재수사나 구속기소하는 사건이 늘고 있다”고 덧붙였다. 김광호 서울경찰청장은 ‘전주환 사건’을 계기로 스토킹 관련 사건 400여 건을 이달 18일까지 전수조사하겠다고 밝힌 바 있다. 검경 스토킹 대응 협의체 운영, 재발 위험성 판단조사표 개선 등도 약속했다.

최유연 소장은 “경찰에 신고하는 스토킹 피해자들 대부분은 1년 이상의 오랜 기간 피해를 겪다가 법의 도움을 받고자 한다. 순식간에 강력범죄로 이어지는 스토킹 범죄 특성상, 수사기관과 사법기관이 초기부터 빠르고 적극적으로 개입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본 기획물은 정부광고 수수료로 조성된 언론진흥기금의 지원을 받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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