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2 스토킹 보고서 ②]
수사·사법 절차에서 스토킹 피해자가 겪는 일들
사이버 스토킹 제대로 처벌 못하는 스토킹처벌법
“해당사항 없죠? 스토킹 아닙니다” 경찰 말에 낙담
여성신문이 만난 스토킹 피해자들은 경찰이나 법을 온전히 신뢰하지 못했다. 특히 스토킹처벌법 시행 전 경찰에 신고한 2명은 피해자를 지키지 못하는 수사·사법체계에 대한 실망과 좌절을 말했다. 스토킹처벌법이 시행됐지만 사이버 스토킹 등 다양한 현실의 범죄를 아우르지도, 피해자를 충분히 보호하지도 못한다.
피해자들은 발의 후 150일간 잠들어 있던 ‘스토킹피해자보호법’ 제정 논의도 촉구했다. 최근 ‘전주환 사건’으로 국회가 뒤늦게 논의를 시작했다. 갈 길은 아직 멀다.
“그 사람이 접근하거나 따라다니거나 길을 막아섰어요? 아니라고요. 주거, 직장, 학교, 그 밖에 일상적으로 생활하는 장소 또는 그 부근에서 기다리거나 지켜봤어요? 아니고. (...) 집이나 자주 가는 공간 주변의 물건 등을 훼손했어요? 아뇨? 그럼 스토킹에 해당하지 않습니다.”
강지영씨(가명·30대)는 경찰관의 말에 맥이 빠졌다. “3년간 온라인상 스토킹에 시달리다가 처음으로 신고했거든요. 직접적이고 물리적인 행위가 아니면 스토킹 범죄로 인정조차 하지 않다니 말이 되나요? 그런데 법률상담을 받아보니 저 같은 사람이 굉장히 많았어요.”
스토커는 지영씨와 같은 아이돌 팬이었다. 서로의 SNS 계정을 팔로우하다가 온라인상 논쟁을 벌였다. 스토커는 2019년 즈음부터 지영씨의 ‘신상 털기’에 나섰다. 지영씨가 SNS 등에 올린 사진, 학교와 아르바이트 근무 장소 언급 내용 등을 찾아내 인신공격을 했다. 스토커는 이후로도 익명 계정을 만들어 주기적으로 지영씨를 조롱하고 있다. 지영씨의 SNS 게시물을 캡처해 악의적으로 조작한 글, 비방글을 유포하기도 했다. 지영씨는 지난 8월 기존 SNS 계정을 모두 폐쇄했다. 지금도 스토커가 자신의 온라인 커뮤니티 활동을 추적하고 있다고 느낀다.
그러나 스토킹처벌법은 지영씨와 같은 피해자들을 보호하지 못한다. ‘물리적 접근, 직접적 도달’에 해당하지 않는 행위는 현행법상 ‘스토킹 범죄’로 인정하기 어렵다. 피해자가 원치 않는 글·말·음향·그림·영상 등을 당사자나 그 가족에게 보내는 행위 정도만을 온라인 스토킹으로 규정하고 있다.
지영씨의 사례는 온라인 스토킹 피해를 5년 넘게 겪다가 지난해 가해자들을 고소한 배구선수 김희진씨의 사례와 비슷하다. 사칭 SNS 계정으로 지인들에게 접근해 피해자를 폄하하고, 조작·합성 이미지를 유포하는 등 행위는 스토킹처벌법상 규제 대상이 아니다. 지영씨는 최근 법률상담을 받았고, 스토킹처벌법이 아닌 정보통신망법상 명예훼손 등 혐의로 가해자를 고소할 계획이다.
[2022 스토킹 보고서] ② 수사·사법 절차에서 스토킹 피해자가 겪는 일들
‘3년간 SNS 염탐·비방’ 처벌 못하는 스토킹처벌법
“남자는 첫사랑 못 잊어” 스토킹 신고하자 경찰이 말했다
“100% 피해자 탓할걸” ‘자기검열’과 싸우는 스토킹 피해자
‘아웃팅’ 걱정해 스토킹 신고조차 못하는 게이 피해자
“혐의 인정·수사 협조” 이유로 스토커 풀어준 경찰
*본 기획물은 정부광고 수수료로 조성된 언론진흥기금의 지원을 받았습니다.
- “100% 피해자 탓할걸” ‘자기검열’과 싸우는 스토킹 피해자
- ‘아웃팅’ 걱정해 스토킹 신고조차 못 하는 게이 피해자
- “혐의 인정·수사 협조” 이유로 스토커 풀어준 경찰
- “도와주세요” 매달 113건...스토킹 홀로 고민하는 사람들
- “전 남친 때문에 괴로워” 스토커 대부분은 연인
- 스토킹 피해 호소 10명 중 1명은 미성년자
- 일상이 된 사이버 스토킹, 탈출구가 없다
- SNS 프로필 도용·염탐·팔로우...스토킹 아니라는 한국 법
- “차였지만 열 번 찍어 못 넘기는 나무 없어” 스토킹 편견 여전
- 김태현부터 전주환까지...반복된 스토킹 살인, 막을 수 있었다
- 욕설·감시 한 번도 용납 안 돼...사소한 폭력이 스토킹 불씨
- 옛 연인·배우자가 스토커로...스토킹 첫 정부 차원 실태조사 보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