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위크> 한국판 편집장

지나친 신중함이 흠이라고 알려진 열린우리당 김근태 전 원내대표가 모처럼 '몽니'를 부리고 나섰다. 6월 14일 김 전 대표는 당의 공약인 아파트 분양원가 공개를 백지화하려는 노무현 대통령에게 “계급장을 떼고 논쟁하자”면서 깜짝 놀랄 만한 도전적 발언을 던졌다. 현 정권 참여 이후 노 대통령에게 이렇게 노골적으로 불손한 언행을 보인 여권 인사는 없었다. 더군다나 다른 사람도 아닌 '김근태'라니 말이다.

김 전 대표의 돌발적인 '몽니'를 두고 정치권에서는 여러 가지 해석이 분분하다. 이중 가장 보편적인 시각은 7월 초순경에 있을 개각문제를 놓고 노대통령과 마지막 힘겨루기를 하는 양상이라는 것이다. 이런 생각이 드는 데는 그럴만한 이유가 있다.

그는 4·15 총선이 열린우리당의 승리로 끝난 직후 노 대통령과 독대했다. 이 자리에서 노 대통령은 그에게 원내대표 경선을 포기하고 입각할 것을 제의했다. 노 대통령이 당내 강력한 대권주자인 김 전 대표와 정동영 전 당의장을 내각에 끌어들여 차기 논쟁이 조기 과열되는 것을 막으려 한다는 것은 총선 직후부터 나도는 얘기였다.

개각대상 부처가 메뉴에 올랐고, 김 전 대표는 통일부 장관직에 대한 소망을 드러냈다. 노 대통령은 이 자리에서 정동영 전 당의장의 거취문제도 거론했다. 정 전 의장은 총선 막바지에 노인폄하 발언과 장애인 사진 공개문제 등으로 물의를 일으켰으니 관련 주무부서인 보건복지부를 맡겨 이 문제를 스스로 풀게 해야겠다는 복안을 밝혔다.

하지만 며칠 후부터 언론을 통한 하마평의 방향은 뒤집어져 갔다. 정 전 의장이 통일부를 맡고 김 전 대표가 보건복지부로 간다는 말이 떠돌았다. 뭔가 일이 잘못돼가고 있다고 느낀 김 전 대표는 다시 노 대통령을 만났다. 노 대통령은 그에게 정 전 의장이 보건복지부를 자신없어 한다면서 그에게 이 자리를 맡아달라고 말을 바꾸었다. 그는 “보건복지부는 잘 모르는 분야”라는 말로 완곡한 사양의 뜻을 밝혔지만 대통령의 마음을 돌릴 수는 없었다. 노 대통령은 2002년 민주당 대권후보 전국 마라톤 경선에서 '패배의 완주'를 해줌으로써 경선을 완성시킨 정 전 의장에 대한 빚을 잊지 않고 있었던 듯하다.

김 전 대표는 그 이후에도 다시 한 번 노대통령을 만나 보건복지부를 맡을 의사가 없음을 분명히 밝혔다. 그러나 청와대에서는 사실상 자리가 확정된 것인마냥 이 사실을 공개해 대세로 못 박기까지 했다. 김 전 대표로서는 두 번째 쓰디쓴 조롱을 당한다는 생각을 가질 법한 상황이 된 것이다. 노 대통령은 지난해 대선자금 기자회견에서 그가 민주당 대권후보 경선 당시 사법처리 대상이 되는 위험을 무릅쓰고 밝힌 '2000년 민주당 최고위원 경선자금 2천만원 수수 고해성사'를 두고 “웃음거리”라는 말로 가슴에 생채기를 낸 적도 있다.

개각리스트에 그의 이름이 오를지, 오른다면 어떤 자리로 최종 낙착이 될 지 아직 모를 일이다. 노대통령이 “계급장 떼고 논쟁하자”며 달려든 그를 어떻게 '처리'할지 자못 궁금하다. 정 전 의장은 '몽니'를 부리고 있는 김 전 대표와는 달리 6월 13일 미국에서 제임스 켈리 국무부 차관보 등 대한국 관리들을 만난 뒤 25일까지 돌아오겠다며 우아하게 서울을 떠났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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