쓰레기만두 사태에 대한 주부 3인방의 성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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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쓰레기만두' 파동 이후 겉잡을 수 없이 터져 나오는 위해 식품 사건으로 마음이 뒤숭숭하다. 정부는 관련자들의 처벌을 강화하는 등 대책을 속속 발표하고 있지만, 이를 받아들이는 주부들의 시선은 차갑기만 하다. “이번 사건이 일어나기 전에도 그와 비슷한 식품 사고는 일어났고 더 이상 새로운 소식도 아니”란 것이다. 주변에 먹을 것은 널려 있지만 몸과 마음을 살리는 진정한 먹거리가 점차 사라지고 있다는 위기감이 팽배하다. 만두 파동을 계기로 가족의 건강을 책임지는 주부 3명이 14일 본사 사무실에 모여 먹거리 불신과 관련한 이야기를 나눴다. 고등학생·중학생 자녀를 둔 김옥화씨(45), 6살과 4살 된 아들 둘을 키우며 시간강사로 일하는 조성원씨(34),

지난 98년부터 부인과 역할을 바꿔 6살 된 딸을 키우며 살림을 맡고 있는 오성근씨(40)가 함께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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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쓰레기만두' 파동을 계기로 가족의 건강을 책임지는 주부 조성원(좌측부터), 오성근, 김옥화씨 등 3명이 본사 사무실에 모여 먹거리 불신과 관련한 이야기를 나눴다.

“불량식품 때문에 이민가야 하나”

“500원짜리 새우깡은 사면서500원짜리 참외는 비싸다고 해서야”

정부의 유기농 지원정책 강화 촉구 한목소리

-'쓰레기만두' 사태를 어떻게 받아들이는지 궁금하다.

김옥화(이하 김): 뉴스를 접했을 때 크게 놀라지 않았다. 평소 음식에 대한 불신이 컸기 때문이다. 하지만 화가 났다. 예전엔 이민가려는 사람을 이해할 수 없었지만 이제 불량 먹거리 때문에 이민을 가야 하나 그런 생각도 했다. 가족들이 둘러앉아 소, 돼지, 닭을 직접 키워서 먹자는 이야기도 나눴다.

조성원(이하 조): 직장생활을 하는 엄마의 영향으로 어릴 때부터 외식이 잦았고 패스트푸드의 맛에 익숙한 상태로 자랐다. 평소 야채호빵, 고향만두, 초당만두 등을 즐겨 먹었는데 뉴스를 보고 난감했다.

오성근(이하 오): 가깝게 지내는 친구로부터 '평소 냉동 만두를 사다놓고 먹는 편은 아니지만 마트 등에 갈 때마다 시식 코너에 있는 만두를 다 먹었'는 얘길 들었다. 대한민국 국민이라면 '쓰레기만두' 파동에서 아무도 자유로운 사람은 없을 것 같다.

- 가정에서 평소 음식 준비는 어떻게 하고 있나? 나름대로 소신이 있다면?

김: 요리 시간이 오래 걸려도 집에서 만든 음식이 최고'란 생각을 하고 있다. 빵 만드는 오븐, 닭을 튀기는 튀김 그릇 등 요리 기구를 사다놓고 만들어 먹는다. 집에서 두부도 만들어 보았다. 요즘은 바빠서 잘 만들지 못한다.

조: 나는 패스트푸드에 익숙하지만 아이들에게는 생협에서 주문한 유기농산물로 만든 음식을 주고 있다. 아이들이 어릴 때부터 아토피가 너무 심해 먹거리에 관심을 가졌다. 돈은 많이 들지만 건강한 음식을 주고 싶은 것이 부모의 마음 아닌가. 남편과 나는 유기농과 일반 농산물을 섞어 먹고 있다. 유기농산물이 너무 비싼 탓에 아이들이 늘 먹고 싶은 만큼 배부르게 먹지 못하는 문제가 있다.

오: 현미와 잡곡을 섞은 쌀로 밥을 하고, 반찬이 되도록 시장에서 유기농산물을 사다 만든다. 아이에게 과자, 초콜릿 등을 사준 적이 없다. 지난해 아이는 처음으로 '쭈쭈바'를 먹었다. 처음엔 사주지 않으려고 했는데 다른 아이들이 쭈쭈바를 먹는 모습을 보면서 아이가 심하게 보챘다. 마음에 상처를 줄까 걱정돼 그냥 사줬다.

국민 10명당 6명 “먹거리 못 믿어”국내산이라고 다 믿을 수 있나

- 집에서는 부모의 음식 통제가 가능하지만 집 밖에서가 정말 문제인 것 같다.

조: 대문 밖으로 나가면 그때부터 아이의 갈등이 시작된다. 시장을 볼 때마다 많이 싸운다. 아이들은 과자, 아이스크림, 껌 등 다른 애들은 다 먹는 음식을 엄마가 유해 색소, 농약이 있다고 못 먹게 하는 것을 이해하지 못한다. 이런 것에 대한 욕구 불만이 공격적으로 표현될 때가 있다.

김: 큰아이가 중학생이 될 때까지 집에 있었다. 어릴 때부터 한식을 만들어주었기 때문에 아이들은 밥, 김치, 국, 마늘 등의 맛에 익숙하다. 지금도 피자보다는 밥을 더 좋아한다.

오: 지난해 아이의 생일잔치를 우리집에서 했다. 생일 상을 차린다고 수수팥떡을 만드는 등 이틀간 준비했다. 하지만 아이들은 정성껏 차린 음식을 먹지 않았다. 오히려 애들을 데리고 온 부모들이 잘 먹었다며 인사를 했다. 다른 집에서 왜 패스트푸드를 시켜주는지 이해할 수 있었다.

- 최근 정부가 식품 사범에 대해 강력한 단속 입장을 발표했음에도 한 신문사에서 주관한 여론조사 결과를 보니까 10명당 6명꼴로 정부를 못 믿겠다고 응답했다.

조: 먹거리를 생산하는 업체가 생명 존중을 하지 않고 이윤만을 추구한다. 이윤만 많이 챙겨야 한다는 생각이 팽배하다. 건강, 생명, 윤리에 대한 생각을 하지 못한다. 정부 또한 처벌 강화만 얘기하지 근본 대책을 마련하지 못하고 있다. 농산물 표시제를 어긴 업체에 대한 처벌을 완화하는 방안을 발표해 또 한 번 비난을 받았다. 어떻게 정부의 대책을 믿을 수 있나?

오: 정부는 수십 년 동안 경제개발을 위해 농경을 수탈하면서 저임금 유지정책을 펴왔다. 이 결과 사람들은 500원에 파는 새우깡은 비싸다고 말하지 않으면서 500원짜리 참외는 비싸다는 인식을 하게 됐다. 사람들이 농산물을 날로 먹으려는 경향이 강하다. 하나의 과일이 열매 맺기까지 그 과정을 접한 사람이라면 이렇게 쉽게 생각하지는 않을 것이다.

김: 내가 직접 만들어 보니 정부와 식품업체를 더욱더 못 믿게 된다. 국산 콩으로 두부 한 모를 만들었을 때 재료비만 4000원이 들었다. 국산 깨로 참기름을 만들었더니 재료비만 2만원이 들었다. 그런데 시중에서 판매되는 국내산 두부나 참기름 가격을 보면 유전자 변형 콩이나 수입산이 섞였을 가능성이 높겠다는 판단을 하게 된다.

조: 먹거리를 선택하는 것도 가치의 문제란 생각이 든다. '무엇을 좋다고 생각하는가'의 문제다. 농약 없이 자란 농산물은 크기도 작고 여리고 벌레가 먹은 흔적도 남아 있다. 건강한 생명의 아름다움은 이런 빈약함 속에 있다. 요즘 많이 회자되는 '웰빙'은 그야말로 소박한 반찬이 주를 이룬 옛날 식탁으로 돌아가자는 것이다. 기업의 상술로 인해 웰빙이 왜곡됐다.

기업 상술로 웰빙 왜곡…소박한 밥상으로 돌아가자

- 안심하고 음식을 먹을 수 있는 사회가 되려면 무엇이 바뀌어야 한다고 생각하나?

조: 유기농을 하는 농부들을 살릴 수 있는 지원 정책이 강화되는 것이 중요하다. 정부가 유기농 음식을 대중화하기 위해 지원 정책을 꾸준히 시행해야 한다. 저농산물 정책으로 죽어가는 농촌 공동체를 살려야 한다. 농촌 공동체 관계자들이 자신들이 직접 땅에 적합한 품목을 선택하고 영농법을 개발할 수 있도록 주변 여건을 조성해야 한다.

김: 우리나라에는 우리 몸에 좋은 곡식이 많다. 개인적으로 우리 밀을 좋아하는데 너무 비싸다. 우리 밀을 많이 소비해야 가격이 내려간다. 정부의 보조가 필요한 중요한 작물은 정부가 관리해야 한다.

- 식품회사 등 먹거리를 만드는 관련 업체들에게 하고 싶은 말은?

김: 식품회사나 농업에 종사하는 분들은 일반 사람들보다 먹거리에 대해 잘 알고 있을 것이다. 자신의 아이들과 가족을 생각한다면 쓰레기 만두 같은 음식을 만들지는 않을 것이다.

오: '당신이 만든 것을 당신의 아이에게 떳떳이 먹일 수 있는 것을 팔아라'고 말하고 싶다.

조: 식품업체 관계자들이 먹거리를 담당하는 자신의 직업에 성심성의를 다하는 사회가 됐으면 좋겠다.

진행

임현선 기자 sun5@

정리

임영현 객원기자

sobeit314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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