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은주의 다른 정치] 기망의 정치, 그것이 문제다
[김은주의 다른 정치] 기망의 정치, 그것이 문제다
  • 김은주 한국여성정치연구소 소장
  • 승인 2022.10.06 09:39
  • 수정 2022-10-10 15:01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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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은주의 다른 정치⑫]
코스피가 2년 2개월만에 최저 수준으로 떨어지고 원·달러 환율이 13년 6개월 만에 1430원을 넘어선 26일 오후 서울 중구 하나은행 딜링룸에서 직원들이 업무를 보고 있다. ⓒ뉴시스·여성신문
원·달러 환율이 13년6개월 만에 1430원을 넘어선 9월 26일 서울 중구 하나은행 딜링룸에서 직원들이 업무를 보고 있다. ⓒ뉴시스·여성신문

현재(9월26일) 환율이 1,431원을 찍었다. 2009년 4월 29일 글로벌 금융위기 때의 환율(1,340원 70전)을 넘어섰다. 정부는 외환보유고가 많아서 괜찮다고 한다. 그때도 그랬다. 괜찮다고. 그러다 두서너 달 만에 900원대이던 환율이 1,964원(1997.12.24.)까지 치솟았다. 기업들은 줄줄이 무너졌고 하루아침에 직장을 잃은 가장들은 노숙자로 전락했고 가족은 뿔뿔이 흩어졌다. 그렇게 우리는 1997년 외환위기를 맞았다.

그때부터 환율은 우리의 경제 상태를 알려주는 국민용 바로미터가 되었다. 그런 환율에 빨간불이 들어왔다. 1997년 12월 31일의 1,415원을 넘어섰다. 환율은 경제상태를 진단하는 수많은 지표 중에 하나에 불과 할른지 모른다. 또 환율에 대한 전문가들의 의견은 국민들의 인식과 다를지도 모른다. 그러나 유독 환율의 변동에 예민하다. 그건 아마도 1997년 외환위기가 남긴 트라우마일지도 모른다.

정부의 말대로 그때와 지금은 다를 것이다. 외환보유고의 측면에서만이 아니라 기업, 금융, 회계 등 전 분야 걸쳐 부정한 자금의 운용을 막는 제도적 장치들이 마련되었고 경제구조도 개선되었다. 그러나 25년 만에 재현된 환율의 폭등은 우리의 트라우마를 자극하고 있다. 경제전문가들은 환율의 폭등은 위기의 징후가 아니라 뉴노멀(New Normal, 새로운 기준)이 형성되는 과정이라고 한다. 그럴지도 모르겠다. 그러나 석연치 않다.

1997년 외환위기의 직접적인 원인은 기업의 방만한 해외투자와 자금운용이었다. 그러나 그 기저에는 외환 금고털이에 일조했던 정치권의 부정부패와 행정부의 무능이 있었다. 코앞에 닥친 위기 속에서도 진실을 가리고 국민을 기망했던 정치의 위기가 국민의 생명과 안전을 무방비상태로 위기의 불구덩이로 던져버렸다. 정치권과 정부의 거짓과 무능과 탐욕이 국민의 가장 평범한 일상의 삶을 희생시켰다.

지금의 상황이 위기의 징후가 아니라 뉴노멀의 형성을 예고하는 과정이라할지라도 뉴노멀, 그것이 정확히 무엇을 의미하는지는 모르겠지만, 이에 대비하지 못한 국민들의 희생은 불가피할 것이다. 국민 중의 누군가가 될지 아니면 대다수의 국민이 될지 경제전문가들의 진단은 말하지 않는다. 그렇다고 그들을 탓할 수는 없다. 이는 그들의 역할이 아니다.

위기의 징후든 뉴노멀로의 전환이든 어떤 상황에서든 국민의 생명과 안전을 보호해야 하는 일은 경제전문가가 아니라 정치지도자들의 역할이다. 그러나 안타깝게도 지금의 정치는 1997년의 정치불능의 시대에 못지않은 위기에 처해있다. 출범한지 5개월도 채되지 않은 정부에 대해 국민은 이미 5년치의 피로감에 쩔어있다. 대통령은 오로지 기이한 행태만으로 자신의 존재감을 드러내고 있고, 부실하고 뻔뻔한 정당들은 당리당략에 매몰되어 정치의 본령을 잊었다.

25년 전의 트라우마를 자극하는 건, 환율의 폭등이라는 단순한 경제적 지표 하나가 아니다. 그건, 위기 앞에 국민의 안녕을 걱정하고 국민의 고통에 공감하며, 국민과 연대하는 정치의 부재이다. 최악의 위기에 비록 부실하기 짝이 없는 정치일지언정 국민이 가장 필요로 했던 그 시기에 사라졌던 그런 정치 부재의 재현이 국민을 불안케 하고 있다.

문제는 경제가 아니라 정치다. 팬덤이 시민을 대체하고 거짓이 진실을 가리고 반지성이 상식을 훼손하는 기망의 정치가 더 큰 문제이다. 적어도 그땐 부끄러움은 알았다. 그러나 지금의 정치는 수오지심을 잃어버렸다. 옳지 못함을 부끄러워하기는커녕, 남탓 하기에 바쁘다.

유권자로서 국민은 언제나 무기력하다. 정당이 내놓은 선택지 안에서 주권을 행사해야 하기 때문이다. 그러나 우리의 정치에 있어서 나와 내 가족, 내 이웃의 안전과 생명, 그리고 정의를 지키기 위해 연대하는 국민은 언제나 강했다. 이제 기망의 정치를 교체하기 위해 연대하는 국민의 또 다른 선택과 실천이 요청된다. 

김은주 한국여성정치연구소 소장
김은주 한국여성정치연구소 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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