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가부 폐지돼도 ‘성평등 정책’ 잘하는 지자체가 뜬다”
“여가부 폐지돼도 ‘성평등 정책’ 잘하는 지자체가 뜬다”
  • 이세아 기자
  • 승인 2022.09.30 23:51
  • 수정 2022-10-03 13:12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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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곁의 여성친화도시 ⑱·끝]
사업 추진 경험 전문가에게 듣다
“여가부가 여성친화도시 사업 중단해도
10여 년간 시민들이 쌓은 경험치는 남아
풀뿌리 참여·논의에 힘쓰며 기반 다질 때
앞으론 여성정책 잘하는 지자체가 돋보일 것
지자체장, 성평등 정책을 강점 삼아야”
ⓒShutterstock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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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어지는 기사 ▶ “인터뷰? 업무 파악부터 하고요” 공무원들은 왜 ‘여성친화도시’가 힘들까 http://www.womennews.co.kr/news/articleView.html?idxno=228477

 

윤석열 정부가 ‘여성가족부 폐지’ 공약 강행 방침을 밝히면서 지자체 여성친화도시 업무 담당자들은 혼란스러워하고 있다. 한편에서는 위기를 기회로 삼자고 말한다. 여성친화도시 사업이 시작된 지 10년이 넘은 지금, 현장의 고충을 살피고 여성친화도시의 의의에 걸맞은 사업 방향성을 짚어보자는 얘기다.

여성신문은 지난 22일 사업 추진 경험이 있는 공무원, 연구자, 민간활동가 등 전문가들과 간담회를 열었다. 지난 3년간 충북 청주시의 여성친화도시 사업을 담당했던 곽현주 충북도청 여성가족정책관 주무관, 서울 마포구에서 성평등 정책제안 활동을 해온 구은경 (사)여성이만드는일과미래 대표, 권문영 경기 파주시 여성정책 전문위원이 참석했다. 

- ‘여성가족부 폐지’ 강행 흐름에 지자체 여성친화도시 업무 담당자들도 혼란스러워하고 있습니다.

권문영(권) : 행정 현장에 있는 사람으로서 공감합니다. ‘여가부가 없어진다는데 이 사업도 없어지는 게 아니냐, 굳이 해야 하느냐’고 묻는 공무원이 있어요. ‘내가 왜 성인지 교육을 받아야 하느냐’고 교육장에서 큰 목소리로 투덜대는 공무원도 있다고 들었어요.

지자체장의 역량이 중요한 변수로 떠오를 거라고 봐요. 여가부가 폐지된다면 전반적인 여성·성평등 정책은 후퇴하겠지만, 여성·성평등 정책에 관심을 갖고 잘하는 지자체는 오히려 돋보이지 않을까요. 지자체장의 재선 여부에 지대한 영향을 미치는 요소가 될 수 있죠. 저는 요즘 중앙의 변화에 좌우되지 않는 우리만의 특화된, 시민의 호응을 얻을 수 있는 정책을 만들어야겠다, ‘파주시 성평등 정책’ 하면 딱 떠오르는 정책을 고민하고 있어요. 그러면 쉽게 흔들리거나 공격받진 않겠지요. 지자체장이 지역의 성평등 정책을 자신의 핵심 공약으로 끌어가야겠다고 인식하는 계기가 된다면 좋겠어요.

구은경(구) : 여성친화도시가 없어진대도 지난 10여 년간 시민들이 얻은 경험치는 사라지지 않아요. 그래서 지역 네트워크가 중요하죠. 우리의 힘을 키울 수 있는 토양이니까요. 저는 요즘 지역 여성들과 무척 자주 교류하고 있어요. 지난 10년간은 정치와 행정의 요구에 응답하느라 바빠서 그러질 못했어요. 이 시기를 또 다른 기회로 삼고, 우리의 경험을 기억하고 유지하는 수밖에 없다고 생각해요.

곽현주(곽) : 여성친화도시 사업에서 딱 하나만 남기라면 시민참여단을 꼽겠습니다. 일반 시민들을 공적 영역에 참여시켜 사회를 보는 눈을 깨워줄 수 있는 가장 좋은 사업이라고 생각해요. 저는 청주시에 있는 동안 일반 시민, 중년 여성, 가정주부들과 함께 사업을 추진했어요. 정말 어려웠지만, 그분들이 성인지 감수성과 사회 참여 활동 역량을 갖추고 행정에 참여할 기회를 얻는 과정을 통해서 그분들도 저도 성장했습니다.

담당자가 바뀔 때마다 사업을 아예 새로 시작해야 하는 한계는 우려스럽습니다. 그런 상황이 반복되면 쌓아온 것들이 흐지부지될 수 있어요. 지속가능한 여성친화도시 사업을 추진할 수 있는 기반이 필요합니다.

- 많은 지자체 담당자들이 여성친화도시 사업 추진 시 가장 어려운 점으로 ‘예산 부족’을 꼽았습니다.

 : ‘3단계 여성친화도시’로 지정돼도 현판 하나 달랑 내려오니 맥이 빠지긴 하더라고요. ‘문화도시’로 지정되면 내려오는 게 많던데....

 : 공무원들끼리 ‘여성친화도시는 할 일은 많은데, 예산은 자잘한 것들을 끌어모아야 마련해야 하니 어렵다’는 얘기를 해요. 시민 공감대가 형성돼야 예산 확보가 쉬운데, 여성친화도시 사업 자체가 공감을 사기 어렵다 보니 다른 이름으로 예산안을 짜게 되기도 해요. 중앙정부나 광역단체에서 예산을 준다면 ‘가속페달’ 효과가 날 거예요.

 : 정부에 기대할 수 있는 게 많지 않을 때일수록 현장에서 시민들이 머리를 맞대야 한다고 봐요. 제가 활동하는 마포구 사례인데요. ‘마포여성네트워크’라는 여성들이 만든 거버넌스 네트워크가 있어요. 2012년 출범했고, 마포구 양성평등조례에 근거 규정을 두고 있는데 오랫동안 예산이 없었어요. 여성들이 2~3년 전부터 성과공유회, 구의원 간담회를 열고 꾸준히 요구한 결과 정기 예산을 확보했죠. 작지만 큰 성과입니다. 이렇게 우리에게 필요한 걸 꾸준히 요구하고 정책으로 만드는 게 현실적인 대책이라고 봐요.

- 여성친화도시는 ‘여성을 포함한 사회에서 주목받지 못했던 이들의 경험과 목소리를 정책과 사업에 반영하는 과정’입니다. 그런데 단순 임신·출산·육아·돌봄 정책만을 ‘여성친화도시’ 사업으로 소개하는 지자체가 적지 않아요. “여성정책이 그렇게 단순하냐”는 독자 지적도 나왔고요.

: 아무래도 임신·출산·육아가 여성의 삶과 밀접하고, 누군가는 해야 하는 일이다 보니 여성친화도시 담당 부서의 업무가 돼 버리는 경향이 있어요. 안타까운 현실이죠.

: 정치에 따라 정책이 흔들리는 게 문제예요. 마포구는 지난 몇 년간 젠더 거버넌스(시민과 행정이 함께 성인지 관점으로 정책을 점검하고 개선하는 과정) 사업을 해왔는데, 신임 구청장은 (이러한 흐름과 동떨어진) 임산부 지원 및 출산장려를 위한 센터를 만들겠다고 해요. 여성들이 스스로 삶의 선택지, 결정권을 가질 수 있다는 인식을 가진 정치적 리더가 필요하다는 걸 느낍니다. 저희는 요즘 성인지 관점으로 마포구 지역 기반 일자리를 모니터링하면서 ‘돌봄’ 노동에 어떻게 충분한 보상을 제공할 것인지, 어떻게 남성을 돌봄의 영역에 소환할지 논의 중입니다.

여성신문은 지난 22일 온라인 간담회를 열었다. 곽현주 충북도청 여성가족정책관 주무관, 구은경 (사)여성이만드는일과미래 대표, 권문영 경기 파주시 여성정책 전문위원이 참석했다. 최유진 한국여성정책연구원 성별영향평가센터장이 자문을 맡았다. ⓒ여성신문
여성신문은 지난 22일 온라인 간담회를 열었다. 곽현주 충북도청 여성가족정책관 주무관, 구은경 (사)여성이만드는일과미래 대표, 권문영 경기 파주시 여성정책 전문위원이 참석했다. 최유진 한국여성정책연구원 성별영향평가센터장이 자문을 맡았다. ⓒ여성신문

- 일각에서는 ‘여성친화도시’ 명칭을 ‘성평등친화도시’로 바꾸자고도 합니다. 여성친화도시라는 명칭이 사업을 좁은 프레임, 또는 위의 댓글에서 반복되는 주장처럼 왜곡된 프레임에 가둘 수 있다면서요.

: 여성발전기본법이 양성평등기본법으로 바뀔 때 같이 바꿨다면 몰라도, 이제 와 바꾸는 것은 여론에 밀린 듯해 마음에 들지 않아요. 그런데 ‘여성친화도시’ 명칭을 유지하고 싶어도 오래가지는 못할 것 같아요. 오해를 일으키고, 반대 여론을 불러서 사업을 추진하는 지자체나 담당 공무원들을 힘들게 하니까요. 여성친화도시가 여성을 포함한 모든 사회적 약자를 위한 것이라면 차라리 ‘배려도시’라고 해야 하나 싶기도 해요. ‘도시’라는 명칭에 의문을 제기하는 사람도 많아요. 극소수가 참여하는 경우가 많고, 파급력과 체감도가 낮다고요. 중앙에서 지자체의 의견을 수렴해서 방향을 빨리 제시해 줬으면 합니다. .

: ‘여성친화도시’라는 명칭이 사업의 지향을 잘 드러내고 있고, 그게 중요하다고 봅니다. 시민들이 오해하고 추진 과정이 힘들긴 하죠. 그렇지만 목표와 지향이 뚜렷하다면 갖고 가야 한다고, 정면으로 부딪쳐야 하지 않을까요. ‘여성’이 들어가는 정책에 대해 시비를 걸거나 농담하는 문화도 멈춰야 하고요.

: 단순히 이름을 바꾸는 문제를 넘어서 실질적으로 우리의 선택권, 결정권을 더 확보할 방법을 고민해야 한다고 봐요. 여성친화도시는 여성을 포함해서 모든 사람들이 더 많은 선택권, 결정권을 가질 수 있는 사회를 만들기 위한 일이잖아요. 그 이름이 직관적으로 우리에게 부족한 것을 보여준다고 생각하지만, 행정 편의를 위해서 바꿀 수도 있겠죠.

제가 활동하고 있는 서울 마포구의 ‘마포여성네트워크’(여성들이 만든 거버넌스 네트워크)도 여성친화도시의 결과물이에요. 행정이 어려움에 봉착하면 민간이 견인해야 하는 시기도 있다고 봐요. 어떻게든 살아남아야죠. 여성친화도시가 없어져도 더 멋진 사업이 생기지 않을까요.

: 여성친화도시를 홍보하는 최고의 방법은 지역 여성들이 지역의 변화를 체감할 수 있도록 하는 것이라고 생각해요. ‘여성친화도시가 되니까 우리 도시가 살기 좋아졌다’는 경험을 쌓아가고 싶어요. 그렇게 나아가다 보면 더 큰 보상이 오지 않을까요.

 

자문 : 최유진 한국여성정책연구원 성별영향평가센터장

*본 기획물은 정부광고 수수료로 조성된 언론진흥기금의 지원을 받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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