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려동물을 가리켜 '가족'이라 칭하는 일이 더 이상 어색하지 않지만, 여전히 우리 사회가 동물을 바라보는 시선은 인간 중심적입니다. [애니멀리티]는 인간의 시선이 아닌, 동물의 시선으로 동물들(animality)을 바라봅니다. <편집자주>

ⓒshutterstock
위협부터 직접적인 가해까지, 약자 혐오자들에 의해 다양한 종류의 학대가 길고양이를 대상으로 이루어지고 있지만 이를 막을 수 있는 효과적인 대비책은 미흡한 형편이다. ⓒshutterstock

지난해 서울 관악구에서 길고양이에게 우산을 휘두르고, 겁먹은 고양이가 몸을 피해 숨어들어 간 ‘길고양이 대피소’를 우산으로 내리치는 등 길고양이에게 위협을 가한 남성에게 지난 9월 17일 2심에서 무죄가 선고됐다. 작년에 있었던 1심에서 동물을 위협하는 행위도 동물 학대에 해당한다고 판단하여 유죄를 선고한 것과 상반된 결과다. 과거 대법원은 사람이 피해자인 경우 신체적 접촉이 이루어지지 않은 사건에 대해서도 폭행죄를 인정한 바 있다. 반면 비슷한 사례임에도 피해자가 사람이 아닌 동물이라는 이유만으로 2심 재판부는 폭행이 아니라고 판단한 것이다.

안타깝지만 소유자 없이 홀로 길에서 살아가는 길고양이에게 이러한 폭력은 새삼스러운 일이 아니다. 게다가 극심해지는 약자 혐오 정서와 맞물리며 온라인상에서 의도적으로 길고양이 혐오 여론을 조성하는 이들도 있다. 위협부터 직접적인 가해까지, 약자 혐오자들에 의해 다양한 종류의 학대가 길고양이를 대상으로 이루어지고 있지만 이를 막을 수 있는 효과적인 대비책은 미흡한 형편이다.

근거 없는 혐오나 편견, 학대 위험과 더불어 길고양이 삶을 더욱 어렵게 만드는 요인이 또 하나 있다. 길고양이는 ‘구조·보호 조치 대상’이 아니라는 잘못된 인식이다. 동물보호법 제14조는 유실·유기동물, 피학대동물 등을 구조·보호 조치 대상으로 정하고 지자체에서 필요한 조치를 하도록 하고 있다. 반면 길고양이는 같은 법 시행규칙 제13조를 통해 그 대상에서 제외한 것을 근거로 구조나 보호할 필요가 없다고 생각하는 것이다.

그러나 이는 사실과 다르다. 해당 조항은 오히려 길고양이의 안전과 생존을 보장하기 위해 만들어졌다. 현재 지자체는 구조·보호 조치 대상 동물 민원이 접수되면 포획 후 동물보호센터로 옮겨 치료 또는 보호한다. 문제는 지자체가 운영하는 대부분의 동물보호센터에서 충분한 치료나 보호가 이루어지기 어렵다는 점이다. 한정된 예산과 인력만으로 지역에서 발생하는 동물 민원을 전부 처리해야 하는 지자체에서는 기본적 수준의 돌봄만 가능하다. 10일간의 법적 공고 기간이 지났음에도 반환이나 입양이 안 되면 합법적으로 안락사를 시행할 수도 있다. 현재 지자체 동물보호센터는 동물의 건강 회복과 일생을 책임지기 위함이 아닌, 동물에게 반려인을 찾을 기회와 잠깐의 시간을 제공하는 곳에 가깝다. 그러나 자연적으로 번식해 자생적으로 사는 길고양이는 원소유자가 없고, 새로운 반려인을 찾을 가능성도 희박하다. 이 때문에 민원 처리를 위해 포획된 길고양이가 보호소에서 죽임당하는 일이 반복됐다. 이러한 비극을 막고자 2012년 동물보호법을 개정해 길고양이를 구조·보호 조치 대상에서 제외했고, 민원이 들어오는 경우 보호소 입소 대신 중성화하여 방사하도록 해당 조항을 마련한 것이다.

동물보호법은 길고양이를 민원에 의한 동물보호센터 입소 대상에서 제외했을 뿐, 마땅히 보호받아야 할 대상으로 규정한다. 따라서 어미를 잃고 생존이 위태로운 새끼고양이나 사고, 질병 등으로 고통받는 길고양이는 구호를 위해 적절한 조치가 이루어져야 한다. 그럼에도 동물보호 의무가 있는 지자체 담당자조차 내용을 정확히 숙지하지 못하고 제대로 대응하지 않는 상황은 개선이 시급하다. 동물을 살리기 위한 조항이 되려 태만과 혐오의 근거로 악용되는 현상을 막고, 길고양이의 법적 지위를 제대로 정립할 필요도 있다. 진정한 공존을 위해 생명 존중을 바탕으로 한 사회적 논의가 진지하게 이루어져야 할 때다. 

저작권자 © 여성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