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EU "러시아 가짜 주민투표 인정 못 해"...추가 제재 예고

러시아의 미사일 공격으로 파괴된 하르키우의 민간인 아파트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 트위터
러시아의 미사일 공격으로 파괴된 하르키우의 민간인 아파트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 트위터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 217일째인 28일(현지시각) 동부 도네츠크와 남부 니코폴 등 곳곳에서 러시아군의 공격이 계속 됐다. 

AP통신과 워싱턴포스트, CNN 등 외신에 따르면 우크라이나의 니코폴 당국은 러시아 로켓이 밤새 남부 도시를 겨냥해 고층 건물 10곳과 사립 건물, 학교, 송전선 등을 공격했다. 발렌틴 레즈니첸코 현지 군정 책임자는 인명피해는 즉각 보고되지 않았다고 전했다.

동부 도네츠크 지역에서는 러시아군 포격으로 발생한 화재로 5명이 숨지고 10명이 다쳤다. 파블로 키릴렌코 도네츠크 주지사는 이번 공격으로 쿠락호보에서 4명, 바흐무트에서 1명이 사망했다고 밝혔다.

CNN은 우크라이나군이 동부 도네츠크 지역에서 더 많은 이득을 보고 있다고 현지 소셜미디어 영상과 러시아 군사 블로거를 인용, 보도했다.

소셜미디어 영상에는 우크라이나군이 노보셀리브카 마을에서 국기를 게양하는 모습이나 우크라이나 군용 차량이 주변 지역을 이동하는 모습이 담겼다.

노보셀리브카에서 한 군인은 "오늘 우크라이나 국군 81여단이 우크라니아 국가방위군과 함께 노보셀리브카 마을을 해방시켰다"고 말했다.

이러한 군사적 이득은 우크라이나 동부 도네츠크주에 있는 리만 지역과 그 주변에 여전히 친러시아군이 보유한 영토의 일부가 포위될 위험이 더 크다는 것을 나타낸다고 CNN이 보도했다. 우크라이나군은 이미 이 지역의 서쪽과 남쪽의 영토를 통제하고 있으며, 현재 북쪽을 향해 진격하고 있다.

러시아군과 함께 리만 동부에 있는 러시아의 종군기자 세멘 페고프는 28일 "토르스케 마을에서 상황이 나날이 긴박해지고 있다"며 "27일 밤 우크라이나군이 이 지역에서 공격을 감행했다"고 전했다. 우크라이나군이 토르스케를 점령하면 도네츠크 인민군 소속 친러시아 부대가 리만에서 효과적으로 차단된다.

다만 영국 국방부는 리만 인근에서 우크라이나군의 진격이 둔화됐다고 발표했다.

영국 국방부 관리들은 이날 정보브리핑에서 "러시아 연방 가입에 대한 주민투표가 마감됨에 따라 러시아가 이전보다 더 실질적인 방어를 강화하고 있다"며 "아마도 우크라이나 진군이 현재 루한스크 일부를 위협하고 있기 때문일 것"이라고 말했다.

러시아 국영 RIA노보스티 통신은 26일(현지시간) 러시아 국방부 관리의 말을 인용해 우크라이나군이 리만을 공격하려다 실패해 피해를 입었다고 보도했다. 통신은 제66여단과 제93기계화여단에서 70명 이상의 사상자, 전차 4대, 보병전투차 6대, 장갑차 3대가 손실됐다고 전했다.

◆ 미·EU "러시아 가짜 주민투표 결과 인정 못 해"...추가 제재 예고 

미국과 유럽연합(EU)은러시아가 우크라이나 점령지에서 합병 여부를 놓고 실시한 주민투표 결과를 인정할 수 없다면서 추가 제재를 예고했다.

28일(현지시각) 로이터통신 등 외신에 따르면 미국은 러시아가 우크라이나 점령지에서 가짜 주민투표를 실시해 러시아 점령지를 불법적으로 합병하려 한다며 이를 받아들이지 않겠다고 밝혔다. 

카린 장-피에르 백악관 대변인은 이날 브리핑에서 “미국 정보에 따르면 러시아는 이번 국민투표 진행 과정의 각 단계를 사전에 준비하고 조정했다”면서 “이미 몇 주 전에 러시아 관리들은 사전에 결정된 투표 결과를 발표할 계획이었다”고 말했다. 

그는 “러시아는 가짜 주민투표를 우크라이나 영토 병합의 명분으로 삼을 것으로 보이나 이는 국제법과 유엔헌장의 노골적인 위반”이라며 “우리는 결코 불법적인 병합 시도를 인정하지 않겠다”고 강조했다.

네드 프라이스 미 국무부 대변인은 이날 브리핑에서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과 그의 조력자들이 뭐라 주장하는지와 상관없이 해당 지역은 우크라이나 영토”라고 강조했다. 

그는 “미국은 (우크라이나의) 영토를 가로채려는 러시아 및 러시아를 도운 개인이나 단체들에 대한 압력을 높이겠다”며 “수일 내 추가 조치가 있을 것”이라 밝혔다.

우르줄라 폰데어라이엔 EU 집행위원회 위원장도 이날 기자회견을 열고 “EU는 우크라이나에서 벌어진 엉터리 국민투표와 그에 따른 어떠한 방식의 병합도 용납할 수 없다”고 말했다. 

그는 “지난주 러시아는 우크라이나 침공의 긴장을 한 단계 고조시킨 행보를 단행했다”면서 “우리는 러시아가 이 같은 긴장 고조에 대해 대가를 치르도록 새로운 제재 부과를 결의한다”고 덧붙였다.

EU의 추가 대러 제재는 러시아산 원유 가격 상한제 도입과 70억 유로(약 9조7000억원) 상당의 수입제한 조처와 항공·전자·화학 등 군용 핵심 기술에 대한 수출 금지 조처 등도 포함된다. 

수입제한 대상으로는 철강 제품과 석유정제 시 필요한 일부 특수종의 석탄, 다이아몬드 등이 포함될 것이라고 외신들은 전했다.

이번 제재안은 다음 달 6~7일 체코 프라하에서 열리는 정상회의에서 채택될 전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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