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애하는 전문직 드라마의 좋은 예, ‘법대로 사랑하라’
연애하는 전문직 드라마의 좋은 예, ‘법대로 사랑하라’
  • 김은영 고려사이버대학교 문화예술경영학과 외래교수
  • 승인 2022.09.27 11:06
  • 수정 2022-09-27 16:03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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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은영의 영상 뽀개기]
KBS2 ‘법대로 사랑하라’
KBS2 드라마 ‘법대로 사랑하라’. 사진=KBS
KBS2 드라마 ‘법대로 사랑하라’. 사진=KBS

예전에 한국 드라마, 미국 드라마, 일본 드라마의 차이점을 둘러싼 우스갯소리가 있었다. 동일한 전문 직업을 가진 주인공이 등장하는 경우, 미국 드라마는 일만 하고, 일본 드라마는 교훈을 주고, 한국 드라마는 주인공들이 연애를 한다는 것이다. 모든 것이 연애와 로맨스로 귀결되는 한국 드라마의 특징을 꼬집은 표현이었다. 하지만 점차 한국 드라마가 전문 직업을 배경으로 소모하는 것에서 벗어나 치밀하게 직업 세계를 묘사하면서 전문직 드라마의 성격은 변화를 보였다. 일은 열심히 하되 로맨스도 놓치지 않는 방향으로 말이다.

법정 로맨스물 표방한 로(law)맨스물

드라마 제목과 기획의도에서 대놓고 법정 로맨스물이라 표방하는 <법대로 사랑하라>(KBS2, 이하 <법사>)는 전문직 드라마의 로맨스물로의 회귀를 보여주면서, 치열한 법적 논리 싸움과 판결을 통해 승패를 가르는 최근 법정물의 흐름에서 벗어나 있다. <법사>는 검사 출신 한량 건물주 김정호(이승기)의 건물에, 그의 첫사랑이자 4차원 변호사인 김유리(이세영)가 로(law)카페를 차리게 되면서 이야기가 시작된다. 둘은 아옹다옹하다가 특정 사건을 계기로 의기투합하여 사건 해결도 함께하고 둘의 얽힌 인연도 푸는 로(law)맨스물이다. 이처럼 변호사들 간의 사랑이야기라는 것을 애써 숨기지 않는다. 게다가 드라마 남녀 주인공 모두 변호사지만, 보통 법정물에서 상대 변호사나 검사의 법리적 허점을 찌르고 유리한 판결을 이끌어 내는, 그리하여 시청자들의 무릎을 탁 치게 만드는 법정 공방에도 힘을 쏟지 않는다. 오히려 드라마는 주인공들이 소송 당사자 간 합의를 이끌어내어 의뢰한 사건들을 해결하면서 법정 장면은 종종 생략된다.

KBS2 드라마 ‘법대로 사랑하라’. 사진=KBS
KBS2 드라마 ‘법대로 사랑하라’. 사진=KBS

<법사>의 남녀 등장인물과 사건 전개 과정은 로맨스 장르가 남녀 주인공을 차별적으로 활용하던 서사 관습들을 답습한다. 남주인 김정호는 드라마의 전체 사건의 핵심을 꿰뚫고 있는 것으로 묘사되는 반면, 여주인 김유리는 아버지 죽음의 실상도, 남주가 자신을 밀어내는 이유도 알지 못한다. 김정호가 대기업인 외가의 부조리와 불법들, 그리고 이것이 여주와의 사랑을 방해하는 악연의 원인임을 알고, 외가의 비리를 폭로하는 웹소설가로 활동하고 둘의 관게의 주도권을 잡고 있지만, 김유리는 김정호의 외가인 대기업과의 갈등을 더욱 얽히게 만들면서 사건을 크고 복잡하게 만든다. 이는 이야기 전개 과정에서 사건 해결에 주도적인 남성과 사건 해결을 지연시키는 여성이라는 성차별적인 재현인 것이다. 또한 김유리는 포악한 재벌의 심기를 건드린 대가로 위협을 받고, 이에 물밑에서 활동하던 김정호가 외삼촌에게 경고를 하며 전면에 나서게 되는데, 여주를 구하는 남주와 보호받는 여주라는 전형적인 모습이다. 그리고 정의감이 투철한 여주가 불의에 앞뒤 가리지 않고 감정적으로 행동하는 모습을 보이는 반면, 남주는 감정적으로 격앙된 여주에게 사건의 본질과 해결 방안을 제시하는 이성적인 모습으로 그려진다. 더 나아가 코믹한 요소가 덧붙여지지만 여성에게 거들먹거리며 잘난 체하며 설명하는 남성(맨스플레인·mansplain)의 모습이 엿보인다.

사랑을 고백하는 가장 적절한 방법

그럼에도 이 드라마에 관심이 간 이유는 지난 5회에 등장한 사랑을 고백하는 방법에 대한 에피소드였다. 5회에서 강제 추행 가해자의 ‘좋아서 그랬다’는 뻔뻔한 태도에 화가 난 여주가 정신과 의사이자 남주의 사촌형인 박우진에게 ‘자신의 좋아하는 마음을 전하되 상대가 부담스럽지 않게 전달하는 방법’에 대해 물어보는 장면이 등장하다. 여기에 박우진은 쉽고 좋은 방법이라며, ‘상대방에게 직접 물어보는 것’을 제안한다. 더 나아가 이젠 ‘노 민즈 노(No means No)’가 아니라, ‘예스 민즈 예스(Yes means Yes)’라고 덧붙인다. 즉 예스(yes)가 아닌 모든 대답은 다 노(no)라는 것으로, 상대의 마음을 모르겠을 때는 넘겨짚지 말고 자신의 마음을 분명한 언어로 표현해야 한다는 것이다. 상대방이 사랑의 고백을 거절할 경우 최선의 방법은 “당신을 기다려도 될까요?”라고 또 물어보는 것인데, 이것조차 상대방이 거절한다면 그때는 “슬퍼도 그 마음을 혼자 간직해야”한다는 것이다. 스토킹 범죄와 안전 이별이 주요 화두가 된 이 시기에 사랑에 대해 고민하는 모든 이들에게 보여주고 싶은 드라마의 명장면이다. 

김은영 고려사이버대학교 문화예술경영학과 외래교수
김은영 고려사이버대학교 문화예술경영학과 외래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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