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연혁의 북유럽 이야기] 우리가 경계해야 할 것들
[최연혁의 북유럽 이야기] 우리가 경계해야 할 것들
  • 최연혁 스웨덴 린네대학 정치학과 교수
  • 승인 2022.09.25 09:04
  • 수정 2022-09-25 13:3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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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ixaba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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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은 좀 무거운 아침이다. 전날 새벽 1시까지 총선 개표방송을 지켜 보느라 늦은 밤 잠을 청하기도 했지만 극우 정당의 약진을 보면서 깊은 잠에 들지 못한 탓이기도 하다. 

이번 선거는 안전에 관한 이슈가 선점했다. 스톡홀름, 예테보리, 그리고 말뫼 등의 대도시에서는 최근 몇 년 동안 빈번한 총격사고와 높은 범죄율이 큰 사회적 문제로 부상했다. 스웨덴 사회에서 소외되거나 사회적응에 실패한 이민자 자녀들이 주로 범죄에 가담하면서 범죄율이 늘어 났다는 인식이 팽배해졌다. 인도주의 차원에서 국제난민을 더  받아들여야 한다는 좌파계열 정당들의 주장은 극우정당의 집중공격을 받았다. 내전을 겪었던 소말리아 난민, 이란-이라크 전쟁 이후 급팽창했던 중동난민, 피노체트 정권의 탄압을 피해 온 칠레난민, 유고슬라비아 내전 전쟁을 피해온 코소보 난민, 베트남 난민, 버마난민 등 아시계까지 포함해 전 세계의 모든 인종에 문호를 개방해 지금은 인구의 20%가 이민자 출신으로 구성되어 있어 난민문제에 민감해져 있다. 극우정당은 이것을 간파하고 신규난민유입금지, 이민자 출신 범죄인 추방, 언어능력평가와 복지제공 연계, 가족초청제안 등으로 스웨덴 대 비스웨덴 계열 국민으로 나눠 선거운동을 펼쳐 인기를 끌었다.  

두 번째로 중요했던 쟁점은 역시 에너지 문제였다. 자고 일어나면 에너지 가격이 뛰어 뉴스를 보는 것이 이제 두려워졌을 정도다. 1992년 우파정권 시절 에너지 시장이 민영화 되면서 우후죽순처럼 생겨난 전기회사들은 경쟁적으로 가장 싼 에너지 가격으로 480만 가구에 전기를 공급했었지만, 지금은 너나 할 것 없이 모두 다 전기값 인상으로 고공행진 중이다. 전기값이 오르자 단독주택 가정에서는 전기 대신 벽난로를 때기 시작하면서 전국적으로 땔감이 동나기 시작했다. 전기값이 2중 구조로 되어 있는 것이 더 큰 문제다. 전력망 관리와 전기공급이 이원화되어 있어 사용한 전기량만큼 전력망 이용료를 내야하기 때문에 전기료가 4배가 뛰었다면 가정부담은 결과적으로 8배가 뛴 것이 된다. 겨울이 되어 10배가 더 뛴다면 결국 20배로 늘어나기 때문에 가정마다 700만원 이상을 따로 준비를 해야 한다는 말이 나올 정도다. 말그대로 맨붕상태에서 선거를 치루고 있는 셈이다.

전기값이 단기간 급격히 오르자 불똥은 핵발전 신규건설 중단과 가동중인 발전소가 수명이 다 하기 전 폐기하자고 주장했던 1980년 당시 집권당 현 중앙당에 튀고 말았다. 1979년 미국 해리스버그 발전소에서 방사선 누출사고가 나 충격을 받고 스웨덴도 사전에 안전사고를 예방한다는 차원에서 폐기를 주장했던 것이었다. 하지만 이번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 이후 가스공급을 축소하거나 중단하겠다는 협박으로 에너지 위기가 촉발된 이후 극우정당인 스웨덴 민주당은 핵발전 폐기를 주장했던 중앙당과 폐기를 실행한 사민당이 전적으로 책임이 있다고 공격의 고삐를 늦추지 않았다. 이번 선거에서는 40년 전의 정책 결정을 다시 소환시켜 낸 것이다.

또 다른 쟁점으로 안보를 들 수 있다. 이번 총선은 우크라이나 전쟁이 발발하고 난 후 처음 치르는 선거였다. 우크라이나 전쟁은 인접국이 마음에 들지 않을 경우 언제든 침략할 수 있다는 교훈을 남겼기에 특별예비비까지 끌어다 국방력 강화를 위해 천문학적인 돈을 쏫아 부었다. 소련붕괴와 베를린 장벽의 붕괴 이후 국방비를 줄여 복지에 쓰자고 했던 사람들은 언제 그랬느냐는듯 꼬리를 내리고 조용히 잠수를 탔다. 하지만 국방비를 줄이기 위해 러시아의 침공에 대비해 운용되었던 공군비행장, 대공부대, 대전차부대, 미사일부대, 해군함정, 잠수함 부대 등이 대거 해체 되었고, 징병제에서 모병제 개혁을 서둘러 진행해 나갔다. 국방비 절감으로 생긴 여력으로 1991년 재정위기를 겪으며 약화된 복지에 투자해 당시에는 최고의 인기를 끈 정책이었다. 하지만 러시아가 우크라이나를 침공하면서 이번 선거에서는 당시의 결정을 다시 소환해 내 책임론까지 거론하는 상황이다. 

이번 선거의 최대 승자는 극우 정당이다. 에너지, 국방, 난민 등 30~40년 전의 정책을 문제 삼아 끝까지 물고 늘어져 큰 재미를 보았고, 국내 치안과 안전문제는 스웨덴계-비스웨덴 계로 국민을 둘로 갈라 민족주의 감성을 자극해 표를 결집시켰다. 스웨덴계 국민들에게는 더 많은 복지지원금을 약속하는 등 인기영합주의를 십분 활용했다. 

나라가 위기에 처해 있을 때 사회를 분열시켜 반사이익을 챙기는 레토릭은 경계해야 한다. 희생양을 만들어 내가 속한 사회집단에 이익을 가져다 주는 제로섬게임은 배척해야 한다. 그렇지 않을 경우 사회는 대립과 배척, 분열과 증오의 전염병으로 사회를 병들게 할 것이기 때문이다. 무거운 아침, 출근하는 발걸음은 더 무겁게 느껴진다.

최연혁 스웨덴 린네대 정치학과 교수 ⓒ여성신문
최연혁 스웨덴 린네대 정치학과 교수 ⓒ여성신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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