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2일 서울 보신각서 86개 여성·노동·시민사회단체 주최 집회

22일 서울 종로구 보신각에서 여성단체와 시민 노동단체가 '어디도 안전하지 않았다. 우리는 끝까지 싸울 것이다' 행진 집회를 개최했다. ⓒ홍수형 기자
22일 서울 종로구 보신각에서 여성단체와 시민·노동단체가 '어디도 안전하지 않았다. 우리는 끝까지 싸울 것이다' 행진 집회를 개최했다. ⓒ홍수형 기자

서울 도심 한복판에서 신당역 스토킹 살인 사건 피해자를 추모하는 시민들의 목소리가 울려 퍼졌다.

여성노동연대회의가 주관하고 총 86개 여성·노동·시민사회단체가 주최하는 ‘어디도 안전하지 않았다. 우리는 끝까지 싸울 것이다’ 집회가 22일 오후 7시 서울 종로구 보신각에서 열렸다. 주최 추산 약 500명의 시민들이 모여 신당역 사건 피해자를 추모하고 서울교통공사와 정부에 대책을 요구했다.

이날 집회에서는 김희영 한국여성민우회 사무처장이 사회를 맡고 △이현경 서울교통공사노동조합 대의원 △박지수 한국여성민우회 활동가 △황연주 젠더정치연구소 여.세.연 사무국장 △도지현 한국여성의전화 활동가 △노헬레나 한국여성노동자회 연대사업국장 등이 발언했다.

이현경 대의원은 “공사는 지금까지 단 한 번도 고인에게 사과하지 않았다”며 “대책이 나왔지만 ‘여직원을 당직에서 빼겠다’, ‘야간에는 남직원을 집중투입하겠다’, ‘화질좋은 CCTV를 설치하겠다’는 내용이었다”고 말했다. 이 대의원은 “죽지 않고 일하고 싶다고 요구했는데 왜 여성을 업무에서 배제시키는 것이 답이 되는가. 여성들은 일터에서 불법촬영 당하고 스토킹당하는 것도 부족해서 조직 내 왕따, 환영받지 못하는 반쪽 노동자가 되어야 하냐”고 지적했다.

박지수 활동가는 이번 사건을 다루는 언론의 문제에 대해 지적했다. 박 활동가는 “언론은 이번 사건을 ‘보복범죄’로 다루지 말아야 한다”며 “이는 피해자에게 범죄의 원인이 있는 것처럼 보이게 만든다”고 꼬집었다. 이어 “단독이라는 이름으로 자극적이고 선정적인 보도를 중단해야 한다”며 “사건의 본질을 파악하고 나아갈 방향을 제안하는 언론을 보고 싶다”고 말했다.

황연주 사무국장은 여성가족부 장관에 대한 비판의 목소리를 냈다. 황 사무국장은 “장관의 최근 발언은 여성폭력을 방지하고 성평등 정책 전담 부처의 장관의 소임을 망각한 발언”이라고 비판했다. 김현숙 여성가족부 장관은 지난 20일 국회 여성가족위원회 회의에서 ‘피해자가 자기 자신을 얼마나 보호할 수 있는지에 대해서 충분한 상담을 받았다면 자신에 대해서 보호하는 조치를 훨씬 더 강화했기 때문에 이렇게까지 비극적인 사건으로 가지 않았을 거라 생각한다’라고 발언했다.

스토킹 처벌법의 보완을 촉구하는 목소리도 나왔다. 도지현 활동가는 “피해자가 첫 번째 신고했을 당시 구속영장은 기각됐고, 두 번째 신고에선 구속영장이 신청되지도 않았다”며 “피해자가 원치 않았다는 이유로 신변보호조치는 중단됐다. 이는 스토킹 처벌법의 한계이기도 했다”며 “스토킹 처벌법 보완하라는 말이 대통령의 말이 임시방편이 아니라는 것을 증명하라”고 지적했다.

노헬레나 연대사업국장은 “이 사건은 한 명의 가해자가 충동적으로 벌인 참극이 아니라 한국 사회의 구조적 성차별이 겹겹이 쌓여 만들어진 사건”이라며 “서울교통공사는 채용 성차별로 논란이 된 바 있다. 면접점수를 조작하며 조직적인 채용 성차별을 자행했다“고 말했다. 이어 ”그러나 이가 단지 서울교통공사만의 문제가 아니“라며 ”젠더감수성 부족은 한국 사회에서 여성 노동자들이 흔히 마주하는 문제“라고 꼬집었다.

22일 서울 종로구 보신각에서 여성단체와 시민 노동단체가 '어디도 안전하지 않았다. 우리는 끝까지 싸울 것이다' 행진 집회를 개최했다. ⓒ홍수형 기자
22일 서울 종로구 보신각에서 여성단체와 시민 노동단체가 '어디도 안전하지 않았다. 우리는 끝까지 싸울 것이다' 행진 집회를 개최했다. ⓒ홍수형 기자

이후 시민들의 연대발언이 있었다. 특히 연대발언 참가자 중 박지현 전 더불어민주당 비상대책위원장이 눈에 띄었다. 박 전 위원장은 “오늘은 정치인보다 언제 목숨을 잃을지 모르는 대한민국 여성으로 섰다”며 “얼마 전 이사를 했다. 집 앞에서 유튜버가 저를 스토킹했기 때문이다. 그러나 제 주소를 공개했던 분은 지금도 아무런 처벌 받지 않았다”고 말했다. 이어 “한국이 선진국이라고 한다. 하지만 범죄 피해자가 숨어 다니고 가해자가 떳떳하게 돌아다니는 사회, 살인을 해도 피해자보다 가해자를 더 걱정해주는 사회가 이런 사회가 선진국이냐”고 물었다.

그는 “우리는 언제 어디서나 불법촬영을 걱정해야 하고, 화장실을 가고 싶어도 가지 못하고, 언제 어디서 죽을지 모르는 불안감을 가지고 살아가고 있다”며 “더 이상 미룰 수 없다. 우리의 안전, 우리의 평범한 일상을 만들어야 한다. 근본적으로 뜯어고쳐야 한다”고 지적했다.

22일 서울 종로구 보신각에서 여성단체와 시민 노동단체가 '어디도 안전하지 않았다. 우리는 끝까지 싸울 것이다' 행진 집회를 개최했다. ⓒ홍수형 기자
22일 서울 종로구 보신각에서 여성단체와 시민 노동단체가 '어디도 안전하지 않았다. 우리는 끝까지 싸울 것이다' 행진 집회를 개최했다. ⓒ홍수형 기자

이후 가수 신승은의 추모공연과 집회 참가자들이 흰색 끈을 묶고 다 함께 들어올리는 퍼포먼스가 이어졌다, 마지막으로 참가자들은 보신각에서 을지로입구역, 시청역, 광화문역, 보신각역으로 행진했다.

행진에 나선 시민 A씨는 “힘을 보태고 싶어서 참여했다”며 “충분히 예방할 수 있는 사건이었는데 모든 분야에서 제대로 조치가 안 됐다. 경찰, 법원 등에서 매뉴얼을 제대로 만들어야 한다”고 말했다.

22일 서울 종로구 보신각에서 여성단체와 시민 노동단체가 '어디도 안전하지 않았다. 우리는 끝까지 싸울 것이다' 행진 집회를 개최했다. ⓒ홍수형 기자
22일 서울 종로구 보신각에서 여성단체와 시민·노동단체가 '어디도 안전하지 않았다. 우리는 끝까지 싸울 것이다' 행진 집회를 개최했다. ⓒ홍수형 기자

 

22일 서울 종로구 보신각에서 여성단체와 시민 노동단체가 '어디도 안전하지 않았다. 우리는 끝까지 싸울 것이다' 행진 집회를 개최했다. ⓒ홍수형 기자
22일 서울 종로구 보신각에서 여성단체와 시민·노동단체가 '어디도 안전하지 않았다. 우리는 끝까지 싸울 것이다' 행진 집회를 개최했다. ⓒ홍수형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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