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쟁 후 첫 전국서 시위..경찰, 1300명 이상 체포
국외 탈출 행렬...무비자 국가 직항편 매진

[예카테린부르크=AP/뉴시스] 21일(현지시각) 러시아 예카테린부르크에서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의 예비군 일부 동원령에 반대하는 시위대가 체포되고 있다.
[예카테린부르크=AP/뉴시스] 21일(현지시각) 러시아 예카테린부르크에서 블라디미르 푸틴 대통령의 예비군 일부 동원령에 반대하는 시위대가 체포되고 있다.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이 우크라이나와의 전쟁에 예비군 30만 명 동원령을 내리자 러시아 곳곳에서 반대 시위가 벌어졌다. 해외로 탈출하려는 사람들이 몰리면서 항공편이 매진되기도 했다.

21일(현지시각) 로이터통신은 러시아 38개 도시에서 동원령 반대 시위가 벌어져 1300명이 넘게 체포됐다고 인권단체 OVD-인포를 인용해 보도했다. 

모스크바 시내 중심가에 모인 시위대가 "동원령 반대" 구호를 외치거나 상트페테르부르크에서 소규모 그룹이 시위를 벌이다 경찰에 연행되는 장면이 목격됐다. 올해 2월 우크라이나를 침공한 이후 러시아에서 전국적 차원에서 일어난 첫 반전 시위라고 로이터통신은 전했다.

앞서 수감 중인 러시아 반체제 지도자 알렉세이 나발니는 변호인들이 녹화하고 배포한 비디오 메시지를 통해 "이 범죄적인 전쟁이 더욱 악화, 심화하고 있으며 푸틴이 가능한 한 많은 사람을 여기에 끌어들이려 한다는 사실이 분명해졌다"면서 시민들에게 항의에 나설 것을 촉구했다.

전쟁 공포가 확산하면서 여론은 더 악화될 것으로 보인다. 

러시아 청년 민주화 운동 '베스나'(vesna)는 푸틴 대통령의 발표 몇 시간 만에 러시아 군과 예비군에게 우크라이나 전쟁 참여를 거부할 것을 호소하며 전국적인 동원령 반대 시위를 촉구했다.

베스나는 현지 오후 4시(한국시간 오후 11시) 러시아 전역 도시와 마을에서 동원 반대 시위를 벌일 것을 독려했다.

주최측은 웹사이트를 통해 "우리는 부대와 최전선에서 러시아군이 '특수작전' 참여를 거부하거나 가능한 빨리 항복할 것을 촉구한다"고 밝혔다.

이어 "푸틴을 위해 죽을 필요는 없다. 당신은 러시아에서 당신을 사랑하는 사람들에게 필요하다"며 "당국에게 당신은 아무 의미도, 목적도 없는 총알받이(cannon fodder)일 뿐"이라고 강조했다.

시위가 예상되는 도시의 광장들을 나열하면서 "당신의 도시가 목록에 없으면 중앙 광장으로 가라"며 시위 중 안전 지침과 체포된 경우 대응에 대해서도 조언했다.

국외 탈출 러시도 이어졌다. 모스크바에서 무비자로 갈 수 있는 튀르키예(터키) 이스탄불, 아르메니아 예레반, 우즈베키스탄 타슈켄트, 아제르바이잔 바쿠 등의 직항편이 매진됐다고 영국 가디언은 보도했다. 

이스탄불행 비행기표 최저가는 8만 루블(약 184만원)에서 17만3,000루블(약 398만원)으로 두 배 넘게 뛰었다. 러시아와 국경을 맞대고 있는 5개 유럽연합(EU) 회원국 가운데 4개국이 러시아 관광객 입국을 불허하기로 하면서 육로를 통해 러시아를 빠져나가는 것도 힘들어졌기 때문이다.

구글과 러시아 검색 사이트 얀덱스에서는 '팔 부러뜨리는 방법', '징병을 피하는 방법' 등의 검색이 크게 늘었다. 전쟁이 발발하기 전에도 입대를 회피하기 위한 뇌물은 성행했지만 앞으로는 훨씬 더 흔해질 것이라고 가디언은 전망했다.

이날 오전 푸틴 대통령은 러시아의 주권과 영토 보호를 위해 예비군을 대상으로 부분 동원령을 내린다고 발표했다. 러시아에서 동원령이 내려진 것은 제2차 세계대전 이후 처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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