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 ‘신당역 보복살인’ 스토킹 피해자 보호는 생과 사의 문제
[기고] ‘신당역 보복살인’ 스토킹 피해자 보호는 생과 사의 문제
  • 박찬성 변호사‧포항공대 인권자문위원
  • 승인 2022.09.19 11:53
  • 수정 2022-09-19 16:16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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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6일 서울 중구 신당역 여자화장실 앞에 마련된 추모공간에 피해자를 추모하기 위해 시민들이 작성한 포스트잇들이 수북하게 쌓여있다. ⓒ홍수형 기자
서울 중구 신당역 여자화장실 앞에 마련된 추모공간에 피해자를 추모하기 위해 시민들이 작성한 포스트잇. ⓒ여성신문 홍수형 기자

 

서울교통공사 남성 역무원 전모씨는 지난 14일 저녁 9시쯤 서울 지하철 2호선 신당역 여자 화장실에서 동료 역무원 A씨를 흉기로 살해했다. 또 하나의 무고한 생명이 범죄자의 손에 유명을 달리했다. 가해자는 구속영장청구가 기각되어 불구속상태로 재판을 받던 중 살인을 저질렀단다.

형사소송법은 세 가지의 사유를 직접적 또는 독립적인 구속사유로 정한다. 주거부정, 도망 또는 도망할 염려, 그리고 증거인멸의 위험이 그것이다. 법 규정에 피해자나 중요 참고인에게 위해를 가할 우려를 고려하여야 한다고 언급되어 있고 실무상 이러한 위험성 유무가 함부로 도외시되고 있는 것은 아니지만 여전히 난점은 있다. 피해자 등에 대한 위해 우려는 그 자체만으로는 독립적 구속사유는 아니다. , 현재로서는 주거부정, 도망할 염려, 증거인멸의 위험을 판단하면서 피해자 등에 대한 위해 우려도 부수적으로 함께 고려하여야 할 뿐이다. 그러다보니 통설과 재판실무는 세 가지의 구속사유 중 어느 하나가 직접 인정되기 어려운 경우에는 피해자 등에 대한 위해 가능성만을 우선적으로 고려하여 구속하기는 어렵다는 입장이다.

필자가 사건 처리에 관여했던 스토킹 피해 사례들이다. 수백 회 가량 일방적인 연락 시도를 반복하다가 갑자기 피해자의 집에 불을 질렀던 가해자, 예전 연인인 피해자의 자취방 앞을 몇 번 가량 서성대다가 급기야 어느 날 흉기를 들고 주거침입을 시도한 가해자도 있었다.

생각해 보면 주거부정, 도망 또는 도망할 염려나 증거인멸의 위험만을 기준으로 단면적으로 판단할 경우 앞의 가해자들은 모두 구속할 만한 충분한 사유가 인정되기는 어려웠을 것 같다. 그러나 방화행위, 흉기를 손에 든 행위는 끝끝내 일어나고야 말았다.

상당수의 스토킹 행위들은 피상적으로 외형만 보면 위험한 범죄로까지 보이지는 않는 반복적인 연락과 대면 시도 등으로부터 시작된다. 처음부터 명백히 강력범죄 수준에 이르는 스토킹 행위란 오히려 생각하기 어렵다. 그러다가 적지 않은 수의 스토킹 행위들이 어느 순간 갑자기 강력범죄로 격화된다. 그러다보니 강력범죄 수준으로 넘어가기 이전까지의 행위사실만을 놓고 본다면 외견상 범죄의 중대성이 인정되기 어려운 때가 적지 않을 것이고, 그 때문에 피해자 등에 대한 위해 우려도 실제로 위험한 정도보다 훨씬 더 저평가되는 경우도 많을 것이다. 그렇기에 많은 수의 스토킹 행위는, 피해자가 이미 매우 위험한 상태임에도 종래의 구속사유 판단기준에 따라서만 평가할 때는 구속사유에 해당하지는 않는 것으로 판단될 가능성이 그 행위의 본질적 특성상 작지 않을 것으로 생각된다. 이를 감안하면 피해자 등에 대한 위해 우려를 독립적인 구속사유로 격상시킬 필요가 있다는 일각의 주장은 음미해 볼 가치가 크다.

누군가는 볼멘소리로 이렇게 지적할지도 모른다. 피해자에게 위해를 가할 우려가 정말로 있는지 없는지 그 마음속을 어떻게 아느냐고. 그러나 범죄사실 유무가 재판을 통해서 확정되지 않은 피의자나 피고인을 구속시키는 것은 객관적으로 주거가 부정한 경우를 제외한다면 모두 장래에 발생할 가능성 내지 위험성에 대한 잠정적 평가에 근거한 사전 조치에 해당한다. 과거에도 범죄를 저지르고 도망을 갔던 전력이 있다거나 또는 도주 중에 검거되어 구속영장이 청구된 경우가 아니라면 누군가에게 도망할 염려가 지금 정말로 있는지를 어떻게 단정할 수 있을까. 하지만 지금 당장 도주 중에 있는 사람이 아니라고 해도 법원은 누군가에게 도망할 염려가 있음을 인정하여 구속영장을 발부한다.

피해자에게 위해를 가할 우려가 있는지 여부에 대하여도 달리 볼 이유는 없을 것이다. 과거의 자료들에 근거하여 미래의 가능성을 예측한다는 점에서 도망할 염려 등 현재 독립적 구속사유로 다루어지는 요소들과 피해자 등에 대한 위해 우려는 그 성격상 동일하다. 누군가가 스토킹 행위를 계속하고 있어서 주변의 만류에도 제지되지 않을 때 그 가해자에게 피해자에 대한 추가적 위해 우려가 있다고 평가하는 것이 크게 부당한 것 같지도 않다. 무엇보다도 이제까지 누적된 여러 피해사례들이 그 위해 우려를 넉넉히 실증하고 있다.

스토킹 피해자를 어떻게 실효적으로 보호할 것이냐 하는 문제는 생과 사를 가르는 실존적 문제다. 정책적 숙고와 결단이 필요한 때가 되었다는 징후가 나타난 지도 오래다. 피해자 등에 대한 위해 우려를 새로운 독립적 구속사유로 두어야 할 이유는 현실 속에서 충분히 확인된 것이 아닐까.

박찬성 변호사‧포항공대 상담센터 자문위원
박찬성 변호사‧포항공대 인권자문위원

* 외부기고문은 본지 편집방향과 일치하지 않을 수도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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