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여성연구소 2년여 만에 <여성과 사회> 연간호로 복간해 첫 선

히스테리 포르노 사이버 포스트모던 걸 출산문화 등 다양한 여성담론 풍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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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15 총선 전후 과정에서 첨예한 여성운동과 여성정치의 함수관계에 대한 논의가 <여성과 사회> 최근호(제15호, (사)한국여성연구소, 창비)에서 재정리 분석돼 관심을 모으고 있다.

<여성과 사회> '쟁점'에서 다룬 '여성의 정치세력화', 특히 여성단체장의 정계진출과 관련한 주제는 이명호 편집장이 서문에서 밝혔듯이 “특집 못지않게 공들인 기획”이다. 이 논쟁은 “여성운동계가 반드시 짚고 넘어가야 할 사안”으로 “가급적 다른 입장을 견지하는 논자들의 글을 통해 여성운동에 대한 원론적 정의에서부터 정치세력화의 개념과 의미에 대한 입장, 구체적 세력화 방안과 전략에 이르기까지 중요 쟁점들이 두루 드러났”기 때문이다.

▲강금실 법무장관의 여성각료로서 성공은 인문주의적 멋스러움·커리어우먼의 전문성·페미니스트적 열정, 세 요소가 '40:30:30'의 황금비율로 분할된 결과라는 주장이 나왔다.

<사진·민원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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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장미경 성공회대 사회문화연구원 연구교수는 “국가는 여성에게 억압적으로 작용할 때는 여성운동의 비판과 배제의 대상이 되지만, 여성을 후원하는 기능을 할 때는 여성운동의 연대와 공조의 대상이 될 수 있다”는 전제 아래 다수 여성운동계 인사의 정치권 진출로 인한 '국가 페미니즘'과 페모크라트(femocrat, 여성주의 관료) 탄생 가능성을 점친다. 또 17대 총선에서 39명의 여성의원이 탄생한 '사건'을 들어 “사회의 정치의식이 높아지고 여성 정치인의 수가 많아질 때 생물학적 성별 자체가 갖는 영향력은 줄어들 것”이라며 여성들도 각기 다른 이념이나 정치적 견해를 가지는 '정치적 여성주의' 시대가 도래했음을 예고했다.

반면 김은경 한국여성개발원 연구원은 여성운동계 인사를 포함, 시민운동계 인사가 정계에 진출할 때 따를 수 있는 위험성을 지적하며, 초대 국회부터 유신정권 군사정권을 거쳐 17대 국회에 이르기까지 대부분 '외부 영입'식의 '간택' 과정을 거친 여성정치인의 충원과정에 대해 회의를 제기한다. 즉, 여성운동을 발판으로 한 정계진출 '혐의'에서 벗어나기 위해 “'수'라는 소유의 권력개념에서 벗어나 여성운동단체 대표를 비롯해 더 많은 여성을 국회에 보내기 위해 무리한 정치적 행보를 하지 않”을 필요가 있는 것이고, '정치'란 국회뿐 아니라 우리 삶 곳곳에 녹아 있다는 인식에서 여성정치세력화의 의미를 근본적으로 되짚어봐야 한다는 주장이다.

박이은경 <여성신문> 편집국장은 여성단체장의 정계 진출을 중심으로 한 여성 정치세력화 논쟁의 한가운데에서 드러난 선후배 페미니스트들간의 인식의 차이와 미묘한 갈등을 통해 이 같은 논쟁이 여성운동에 생산적 기제로 작용할지, 아니면 위기로 대두될지에 대해 현장 취재를 통한 탐색을 시도하고 있다. 필자는 바로 이 지점에서 여성정치 세력화를 중심으로 여성들의 제2참정권 운동이 시작되고 있다고 분석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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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성 100인 국회 보내기' 운동의 첫 시도 '맑은정치여성네트워크'의 발족식. 여성단체장의 정계진출 문제와 함께, '생물학적' 혹은 '이념적' 잣대로서 여성이 공식적 논쟁으로 떠오른 계기가 됐다.

<사진·민원기 기자>

페미니스트 문화기획집단 '달과 입술' 멤버 김신현경 씨의 '강금실이란 이름의 기표'는 여성이 공적 영역에서 '여성'의 언어와 몸짓을 잃지 않고 어떤 전략으로 정치적 생존을 하느냐에 대해 흥미로운 해석을 하고 있다. 필자는 신드롬 현상까지 일으키며 역대 여성관료의 정형화된 이미지에 도전장을 내고 성공을 거두고 있는 강금실 법무장관에 대해 법과 춤, 물과 기름 같은 두 요소가 적절히 배합되는 인문주의의 멋스러움, 커리어우먼의 전문성, 호주제 폐지 의지가 시사하는 페미니스트의 열정, 이 세 가지 이미지가 중첩된다고 정의한다. 그리고 이 세 요소가 '40: 30: 30'의 황금비율로 적절히 분할됨으로써 “이 사회에서 여성이 성공하기 위해 하나만 선택할 수밖에 없었던 것들을 모두 가질 수 있는 시대가 왔음”을 강금실 장관이 보여준다고 해석한다. 필자는 강 장관의 실례를 통해 “공인으로서 삶을 살아야 하는 여성들이 공/사 영역의 성별화된 정치를 어떤 방식으로 해결할 수 있을 것인가에 대한 단서를 찾을 수 있다”고 결론을 내린다.

이밖에 '몸의 기억, 몸의 언어' 특집을 통해 '히스테리적 육체, 몸으로 글쓰기'(이명호), '몸의 물질성과 사이버공간의 정치성'(임옥희), '애증 속의 공생, 우울증적 모녀관계'(김은하), '출산문화 담론에 나타난 자연개념과 젠더'(정연보) 등의 주제들이 펼쳐진다.

이번 <여성과 사회>는 2002년 봄 이후 반년간지에서 연간지로 바꿔 복간된 첫 호로, 공백기간 동안 여성연구소 내부의 치열한 논쟁을 거쳐 한 호가 하나의 주제를 종합적 심층적 특집 중심으로 꾸리기로 한 편집 방향의 변화를 보여주고 있다.

임인숙 기자isim1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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