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소득층 보육운동에서 중산층 대안 보육운동으로

70년대 말 야학운동 연장선상에서 시작한 빈민층 보육운동이 모태

90년 '탁아제도와 미래의…' 결성 후 본격 시동어린이집 57개,

방과후교실 19개 등으로 확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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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80년 여름, 신림동 난곡 철거민촌 산꼭대기에 빈민지역 아이들을 위한 '해송 유아원'이 개원했다. 반듯한 건물 대신 푸른 천막을 치고 시작했지만 밥벌이 전선에 나선 부모를 둔 아이들에게 올곧은 교육에서만큼은 모든 아이들이 평등한 기회를 누려야 한다는 신념으로 가득 찬 '희망의 학교'였다. 이는 70년대 말 야학운동이 새로운 형태로 발전된 대안교육운동에서 기인한 것으로 공동육아의 모태가 되었다.

현재 사단법인 공동육아와 공동체교육 공동대표를 맡고 있는 정병호(47, 한양대 문화인류학) 교수가 공동육아 역사의 산 증인이다. 그는 70년대 말, 대학생 20여 명과 함께 '해송 어린이 걱정 모임'을 만들었고 낮 시간 동안 비어 있는 철거민촌 야학 천막에 보육교사를 양성하는 '해송보육학교'를 만들어 아이들을 가르칠 교사 양성 운동을 시작했다.

정교수는 “육아의 시기는 어른과 아이 모두에게 삶의 방식이 재구성되는 시기이기 때문에 이 때의 경험을 토대로 개인적 삶의 방식이 결정되고 이를 통해 점진적인 사회 문화적 변화가 가능하다”는 신념으로 공동육아의 틀을 만들어 왔다.

저소득층 아이들이 부유층 아이들과 교육적 측면에서 나란히 하려면 취학 전 교육이 중요하다는 '계급적' 측면에서 시작된 공동육아는 90년대에 들어오면서 새로운 미래를 위한 대안교육의 일환으로 자리잡게 되었다.

특히 여성의 사회활동은 증가 추세인데 반해 정부 차원의 보육 지원이 미약한 상황이 되자 부모들 스스로 '아이 함께 키우기' 운동 전선에 나섰다. 90년 '탁아제도와 미래의 어린이 양육을 걱정하는 모임'이 결성됐고 이것이 92년에 '공동육아연구회'로 발전됐다.

94년엔 공동육아 어린이집 1호인 '우리어린이집'이 마포구 성산동에 문을 열었다. 97년부터는 초등학교 저학년 대상의 방과후 교실이 만들어졌다. 99년부터는 IMF 이후 사회적, 정서적으로 고통을 받고 있는 저소득층 아동과 탈북 아동을 위한 방과후 교실 지원사업이 이루어지고 있다.

부모들의 100%로 출자로 만들어지는 공동육아 시설의 가장 큰 장점은 '아이들을 믿고 맡길 수 있다는 점'과 '교육의 질'이다. 물놀이와 흙장난, 그리고 작은 텃밭에 물도 주고 토끼에게 먹이도 줄 수 있는 자연친화적 환경 속에서 놀고 배우며 모험심과 창의성, 주체성을 길러 나간다. 언제든지 자연 속으로, 역사의 현장으로, 박물관으로 현장학습을 떠나며 아이들 먹거리는 안전한 유기농 우리 농산물로만 준비한다.

또한 연령 구별 없고 장애, 비장애 구별 없는 통합교육을 통해 '함께 살기'를 터득하도록 하는 것도 장점 중 하나다. 무엇보다 부모가 공동육아 시설 운영에 직접 참여하는데다가 선생님 대 아동 비율이 정부 기준보다 높다는 점도 장점이다. 하지만 공동육아 시설을 만들기 위해서는 시설에 보낼 아이를 둔 20∼30가구가 지역별로 가구당 100만원∼200만원에서 500만원 대의 일정액을 출자해 시설이 들어설 건물을 마련하고, 이와 별도로 매월 보육료를 내 교사의 급여와 간식비 활동비 등을 모두 충당해야 하는 현재의 상황에는 한계가 있다. 공동육아, 공동체 교육 10년을 넘어선 지금이야말로 새로운 길을 모색해야 한다.

이에 대해 사단법인 공동육아와 공동체교육의 정영화 간사는 “비록 부모들이 아이들이 공동육아 시설을 떠날 때는 초기 출자금액을 돌려받긴 하지만, 이제는 공동육아 시설이 학부모의 힘이 아니라 지역사회의 구성원의 투자도 받아들이는 방향으로 나아가야 할 때”라며 “가장 바람직한 것은 정부 차원에서 보육사업에 대한 전반적 지원을 늘리는 것'이라고 말하고 있다.

현재 사단법인 공동육아와 공동체교육에 등록된 회원시설로는 전국적으로 어린이집 57곳, 방과후 교실 19곳, 저소득층 아동을 위한 방과후 교실 4곳, 탈북 아동을 위한 방과후 교실 1곳, 대안초등학교 1곳이 있다.

한정림 객원기자

ubikili@empa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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