급여 등 대우 좋아…미국 간호사 시험 응시 급증

어학 테스트 까다로워 취업 성공률은 10% 안돼

전문 인력으로 꼽히는 간호사들이 경기 한파를 맞아 미국으로 눈을 돌리고 있다.

한국산업인력공단 해외취업센터에 따르면 해외 취업 간호사들의 수는 2000년 이래 꾸준히 감소해 왔으나 지난해 다시 전년 대비 37.5%의 증가율을 보인 것으로 집계됐다 (표 참조). 특히 미국의 경우에는 1998년 이래 현지 취업한 한국인 간호사 86명 중 64%가 지난해 집중된 것으로 나타났다.

최근 미국이 베이비 붐 세대의 노령화 등으로 간호 인력의 수요는 급증하는 반면 인력 공급은 이를 뒷받침하지 못해 해외 전문인력을 적극 수용하는 추세인만큼 향후에도 미국 취업을 희망하는 간호 인력은 계속 늘어날 것으로 추정된다.

전문직 인정 자부심 높아

국내에서 15년간 간호사로 일하다가 최근 미국 간호사 면허 시험(NCLEX-RN)에 합격, 미국 취업을 준비하고 있는 김정옥 씨(여·38)는 “미국의 경우 나이가 들어서도 취업이 가능하고 간호사에 대한 자부심과 예우가 높아 미국행을 결심하게 됐다”며 “아이들의 교육문제 역시 이민을 결심하게 한 요인”이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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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미국 간호사 면허 시험에 지원하는 간호사들이 늘고 있다. 그러나 무조건적 지원보다 실효성이나 취업 연계 가능성을 따져봐야 한다.

김순옥 대한간호협회 복지부장 역시 “국내 간호사들이 높은 경쟁률에도 불구, 미국 취업을 선호하는 것은 국내보다 몇 배나 높은 급여 수준뿐 아니라 간호사를 의사와 동등한 전문직종으로 인정하는 사회 분위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3교대 등의 강도 높은 노동에 시달리면서도 낮은 보수나 같은 의료 종사자인 의사에 비해 상대적으로 낮은 인지도 등 열악한 근무 환경을 탈피, 미국 현지 취업을 통해 보다 나은 환경에서 대우를 받으며 일하겠다는 것. 면허 취득 후 현지 취업에 성공할 경우 영주권 발급이 쉽다는 점도 국내 간호사들의 미국행을 부추기는 요인으로 지적되고 있다.

서울 응시 가능 작년 922명 합격

지난해 미국 간호사 면허 시험(NCLEX-RN)에 지원한 국내 간호사의 수는 1444명으로 필리핀, 인도, 캐나다에 이어 4번째로 많은 수를 기록했다. 합격자 수 역시 922명에 달했다. 최근에는 미국간호협의회(NCSBN, The National Council of State Boards of Nursing)가 기존 미국령에 한정돼 있던 간호사 면허 시험의 실시 지역을 2005년 1월부터 서울, 런던, 홍콩 등 3개 지역으로 확대함에 따라 향후 국내 간호 인력의 시험 지원은 더욱 가속화될 전망이다.

김희순 국립의료원간호대학 NCLEX 과정 전임교수는 “이번 면허 시험의 서울 유치로 괌이나 미국 본토까지 가는 경비가 절약되고 시차도 없기 때문에 훨씬 편안한 여건에서 시험을 볼 수 있게 됐다”며 “아시아권 여러 나라 수험생들이 한국으로 오게 되면 여행 관련 비즈니스도 활기를 띠게 될 것”이라고 내다보았다. 그러나 미국 간호사 면허를 취득했다고 바로 현지 취업으로 연결되는 것은 아니라는 게 전문가들의 중평이다. 실제로 지난해 922명의 미국 간호사 면허 합격자 중 미국 현지 의료기관 취업에 성공한 간호사는 5월 현재 78명에 불과해 합격자 수에 비해 취업자 수는 턱없이 낮은 것으로 나타났다.

각종 지원 프로그램 활용을

일단 간호사 면허를 취득하더라도 현지 취업으로 연계되기까지는 각종 과제들이 산재해 있다. 비자 발급시 요구되는 어학 능력 기준이 일반 이민자보다 까다로운 데 따른 언어 문제부터 2∼3년 이상 걸리는 영주권 취득 기간 등이 미국 구직자들의 현지 취업을 어렵게 하는 요인들이다. 현지 취업 인력에 대한 실질적인 통계 자료 미비 역시 어려운 점으로 꼽힌다.

이와 관련, 한국산업인력공단의 해외취업지원부 관계자는 “최근 자격증 관련 연구과정을 개설해 운영하는 기관이 늘고 있고 공단 등에서는 각 연수기관과 연계, 연수기간 동안 1인당 최대 400만원까지 지원하는 프로그램 등을 운영하고 있는만큼 관련 제도 및 프로그램을 제대로 활용하는 노력이 필요하다”며 “그러나 무조건적인 자격증 취득보다는 그 실효성 여부나 취업으로의 연계 가능성 등을 꼼꼼히 따져봐야 한다”고 조언했다.

민간단체의 현지연수 프로그램도 눈여겨볼 만하다. SLS미국간호사면허연구소나 지원USA 등은 국내 의료 인력의 해외 취업과 현지 업무 적응에 주안점을 둔 연수 프로그램을 온·오프라인으로 운영하고 있다. 최근에는 국립의료원간호대 등의 간호전문대 외에 대구 계명대 및 산업정보대, 경북 선린대 등에서도 NCLEX-RN 특별과정 개설을 준비하고 있다.

■미국 간호사 면허 시험은

;미국에서 통용되는 간호사 면허 시험인 NCLEX-RN(National Council Examination for Registered Nurse)은NCS

BN(National Council of State Boards of Nursingㆍ미국간호사면허국)이 주관하고 있다. 이 시험에 응시할 수 있는 자격은 공인된 국가 기관이 인정하는 학교를 수료한 경우로 그 나라에 등록된 간호사에 한한다.

RN을 취득하면 미국 내 51개 주(州), 괌, 미국령 사모아, 콜롬비아 지역, 북 마리나 군도, 푸에르토리코, 버진 군도 등에서 인정받아 취업할 수 있다. 이 면허를 따기 위해서는 우선 어느 주에서 딸 것인지 결정해야 하는데, 국내 지원자들의 경우는 통상 별도의 절차나 신분상의 제약을 두지 않는 뉴욕에서 시험을 치르는 추세다.

김은수 기자 eski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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