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례대표 총사퇴 권고안 투표 찬성 40.75%·반대 59.25%
"비례대표 성비 반대였다면 투표 진행 안됐을 것"
‘성평등’과 ‘노동’ 가치 다시 돌아봐야

정의당 이은주 비상대책위원장과 의원들이 5일 오전 여의도 국회 소통관에서 당원 총투표 관련 의원단 합동 기자회견을 마치고 취재진 질문에 답하고 있다. 오른쪽부터 류호정, 강은미 의원, 이은주 비상대책위원장, 배진교, 장혜영 의원. ⓒ뉴시스‧여성신문
정의당 이은주 비상대책위원장과 의원들이 5일 오전 여의도 국회 소통관에서 당원 총투표 관련 의원단 합동 기자회견을 마치고 취재진 질문에 답하고 있다. 오른쪽부터 류호정, 강은미 의원, 이은주 비상대책위원장, 배진교, 장혜영 의원. ⓒ뉴시스‧여성신문

비례대표 의원들 총사퇴란 초유의 사태를 피한 정의당이 분골쇄신의 각오로 혁신 재창당을 결의했다. 하지만 당 지지율과 선거 패배의 원인을 여성의원들에게만 전가해서는 안 된다는 지적이다.

정의당은 지난 4일 비례대표 의원들의 총사퇴 권고할지를 묻는 안건이 찬성 2,290(40.75%), 반대 4,348(59.25%)로 부결됐다고 밝혔다. 안건이 부결되자, 이은주 비상대책위원장과 강은미·류호정·배진교·장혜영 의원 등 정의당 비례대표 의원 5인은 국회 소통관에서 합동 기자회견을 열고 당원과 시민이 의원단에 대한 신뢰와 당에 대한 기대를 다시 회복할 수 있도록 분골쇄신하겠다고 밝혔다.

이들은 당원 총투표 과정과 결과를 의원단의 부족함에 대한 매우 엄중한 경고로 받아들이며 무거운 책임감을 느낀다어려운 여건에도 불구하고 가난하고 억압받는 사람들을 위한 대의에 헌신해온 수많은 당원들과 정의당의 역할과 책임을 기대하며 지지를 보내주신 시민 여러분께 큰 실망을 드렸다다시한번 머리 숙여 깊이 사과드린다면서이번 정기국회부터 불안정노동자, 주거불안에 시달리는 무주택자와 세입자, 가계부채로 고통받는 소상공인 및 자영업자를 지키기 위한 민생 3대 중점과제에 매진하겠다. 시민의 삶과 정의당의 본령을 더욱 든든하게 지키겠다고 강조했다.

정의당 지도부는 오는 17일 예정된 당 대회에서 재창당 수준의 혁신을 약속했다. 이은주 비대위원장은 비대위는 총투표로 확인된 당원들의 요구와 의지를 모아 혁신 재창당 결의를 당 대회에서 힘 있게 추진될 수 있도록 혼신의 노력을 다하겠다고 밝혔다.

정의당의 노선 변경 등 재창당 추진은 10월 중하순경 선출되는 정의당 새 지도부가 맡을 예정이다.

침묵 깬 심상정 산통 견뎌내는 심정

장혜영, 인권·성평등 가치 다시 강조

심상정 정의당 의원 ⓒ뉴시스·여성신문
심상정 정의당 의원 ⓒ뉴시스·여성신문

비례 총사퇴 권고당원 투표가 부결되자, 침묵하던 심상정 의원도 입장을 밝혔다. 심 의원은 5일 본인의 SNS 계정에 의원단이 분골쇄신의 각오로 당을 위해 헌신하는 일만 남았다당이 어려운 시간을 보내고 있다. 희망을 만들어가기 위한 몸부림으로, 산통을 견뎌내는 심정으로 함께 하고 있다고 밝혔다.

심 의원은 "비례대표 국회의원 사퇴 권고에 대한 당원 총투표가 있었다"면서 "저는 지난 '정의당 10년 평가서'에서 오랫동안 누적되어온 당의 위기에 대한 책임을 2년 남짓 활동한 비례 의원들에게 물을 수 없다는 입장을 말씀드렸다당원과 지지자의 뜻을 받아안아 심기일전하겠다. 무한책임의 자세로 당의 미래를 위해 헌신하겠다"고 전했다.

이번 비례대표 사퇴 권고 투표가 성평등 가치를 추가해 온 정의당의 노력을 평가 절하하는 것이 아니냐는 우려도 있다.

장혜영 의원은 당원 투표 전날 저의 부족함은 어디까지나 저의 실천의 부족함일 뿐, 제가 지향하고자 했던 소수자의 인권보장과 성평등, 기후위기 극복이라는 가치의 부족함일 수는 없다고 밝혔다.

장 의원은 6더 많은 권력을 얻는 결론으로 이어질 때만 소수자와 약자의 권리를 말하는 정치를 좋은 정치라고 생각하지 않는다며 의미심장한 짧은 글을 남기기도 했다.

정의당의 이번 비례대표 탄핵이라는 초유의 사태는 투표 부결로 최악은 면했다는 평가다. 하지만 후유증도 만만치 않을 것으로 보인다. 현 비례대표에 대한 중간평가식의 진통도 이어질 수 있기 때문이다.

앞서 대선과 지방선거 참패에 따른 당 쇄신책을 주장하며 이번 당원총투표를 이끈 정호진 전 수석대변인은 투표 종료 후 입장문을 내고 "총투표는 부결됐지만, 여러분이 만든 거대한 물결은 멈추지 않는다"라며 "정의당의 실질 혁신을 위한 아래로부터의 청원 운동이자 직접 행동의 의미는 정의당 역사에 남을 것"이라고 밝혔다.

그러면서 "찬성투표 운동을 위해 함께 뛰신 분과 소중한 정의당의 혁신을 위한 긍정적이고 건설적 역할을 다하도록 최선을 다하겠다"라며 다른 형태의 행동을 시사했다.

이동영 수석대변인은 투표 부결 결과가 나오자 4일 국회 브리핑에서 "가부를 떠나 투표 결과를 무겁게 받아들인다"라며 "정의당을 바라보는 당원, 국민의 우려와 비판을 깊이 새기고 유능한 정당으로 거듭나기 위한 혼신의 노력을 다하겠다"고 밝혔다.

반여성주의적행태 없는지 자성해야

 

이은주 정의당 비상대책위원장이 6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정의당 의원총회에서 발언하고 있다.  ⓒ뉴시스‧여성신문
이은주 정의당 비상대책위원장이 6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정의당 의원총회에서 발언하고 있다. ⓒ뉴시스‧여성신문

문제는 정의당의 혁신 배경에는 드러나진 않지만 반여성주의적 시각도 보인다는 것이다.

송문희 정치평론가는 정의당 비례대표 5명 중 여성이 4명이다. 만약 성비가 반대라면, 이런 투표가 진행될 수 있었을까 의문이다. 정의당의 비호감이 비례의원들의 책임은 아니다. 심상정 전 대표를 중심으로 정의당이 혁신에 실패한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송 평론가는 정의당은 당헌당규에도 성평등을 명시한 정당이다. 형식적인 면은 갖추고 있다. 다만 진전이 없었다. 당 내 성폭력 사건 대처도 올드했다. 기존 정당과 차별점이 없었다고 꼬집었다.

유창선 정치평론가는 기본적으로 무리한 투표였다. 정당 투표로 선출된 비례대표들을 당원 투표로 무효화 시킨다는 생각부터가 잘못됐다고 꼬집었다. 유 평론가는 정의당이 민주당 2중대낙인부터 벗어나야 한다고 지적했다.

당원총투표 반대 입장을 고수 해온 이기중 정의당 전 관악구 의원도 류호정·장혜영 의원으로 대표되는 당내의 '여성주의''민주당 견제 행위에 대한 반감'을 공식적으로 승인받는 것이다. 당을 반여성주의·친민주당 노선으로 바꾸려는 시도라고 5일 오마이뉴스와의 인터뷰에서 밝혔다.

이번 투표안이 올라 온 것은 꼼수라는 지적도 있다. 정의당은 당원소환제라는 표준적인 절차가 있는데도 권고란 형태로 진행했기 때문이다.

전문가들은 정의당이 지향하는 것이 무엇인지 분명히 해야 한다고 본다. 성평등과 노동의 가치 추구를 낡은 해법이 아닌 현대에 맞는 관점으로 돌아보고 진영논리에서 벗어나야 한다고 조언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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