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2 벡델리안’ 토크 3일 열려
‘오마주’ 신수원 감독
‘헤어질 결심’ 정서경 작가
‘앵커’ 신혜연 제작자 등 참석
한국영화와 성평등에 관한 생각 나눠

지난 3일 서울 중구 충무아트센터에서 한국영화감독조합(DGK)이 개최한 올해의 벡델리안 수상자들과 함께하는 토크 프로그램이 열렸다. 감독 부문 수상자 신수원 감독(영화 ‘오마주’), 작가 부문 수상자 정서경 작가(영화 ‘헤어질 결심’), 제작자 부문 수상자 신혜연 제작자(영화 ‘앵커’)가 한국영화와 성평등에 관해 솔직한 의견을 나눴다. 민규동 감독, 봉태규 배우가 진행을 맡았다. ⓒ한국영화감독조합(DGK) 제공
지난 3일 서울 중구 충무아트센터에서 한국영화감독조합(DGK)이 개최한 올해의 벡델리안 수상자들과 함께하는 토크 프로그램이 열렸다. 감독 부문 수상자 신수원 감독(영화 ‘오마주’), 작가 부문 수상자 정서경 작가(영화 ‘헤어질 결심’), 제작자 부문 수상자 신혜연 제작자(영화 ‘앵커’)가 한국영화와 성평등에 관해 솔직한 의견을 나눴다. 민규동 감독, 봉태규 배우가 진행을 맡았다. ⓒ한국영화감독조합(DGK) 제공

한국영화계 성평등에 공헌한 ‘2022 벡델리안’ 수상자들이 지난 3일 서울 중구 충무아트센터에서 모였다. 감독 부문 수상자 신수원 감독(영화 ‘오마주’), 작가 부문 수상자 정서경 작가(영화 ‘헤어질 결심’), 제작자 부문 수상자 신혜연 제작자(영화 ‘앵커’)가 이야기를 나눴다. 한국영화감독조합(DGK) 대표인 민규동 감독, 봉태규 배우가 진행을 맡았다.

이날 수상자들은 한국 영화와 성평등에 관해 솔직한 의견을 나눴다. ‘영화계엔 여성 작가가 부족하고, 드라마계에는 많다’는 지적이 시작이었다.

정서경 작가 “시나리오 작가 노동 여건 취약
상업영화 다수, 남성 감독이 작가 겸해
여성 시청자 의식할 수밖에 없는 드라마
반면 영화는 만드는 사람 중심의 예술

비슷비슷한 ‘남성 서사’ 영화 늘 수밖에”

정서경 작가는 “솔직히 말하겠다. 충무로엔 작가진이 존재하지 않는다”며 “한국 영화계에 (제작비) 100억, 200억 작품은 많아도 전문 시나리오 작가가 없다”고 했다. 드라마 작가와는 달리 영화계에는 체계적·표준적인 작가 교육과정, 입직·양성 모델이 없고, 입지도 취약하다. 감독이 일방적으로 시나리오를 수정해도 문제제기를 하기 어려운 구조다. 애초에 시나리오 작가를 고용하기보다 남성 감독이 직접 시나리오를 쓰는 경우가 많다. 정서경 작가는 이를 비슷비슷한 ‘남성 서사’가 한국 상업영화판을 지배하게 된 요인으로 지적했다.

또 “드라마는 여성이 안 봐주면 망한다. 여성들의 이야기를 하게 돼 있다”, “영화와 달리 분당 시청률을 따진다. 시청자의 반응을 확인하지 않고는 새 시나리오를 쓸 수 없다”고 했다. 반면 “영화는 만드는 사람의 예술에 가까운 행위”, “충무로는 (상업영화 감독과 비슷한) 40대 남성이 좋아하는 영화를 만들려고 하지 않을까. 그렇지 않다면 40대 남성 배우들이 그렇게나 캐스팅될 리 없다”고 말했다.

정서경 작가는 작가를 대하는 영화계와 드라마계의 태도에도 차이가 있다고 했다. “영화계 관계자들은 제게 ‘작가님, 제게 이런 기획이 있는데, 이런 감독과 일하는데, 시나리오를 써 주시겠습니까’라고 묻는다. 드라마 관계자들은 ‘작가님, 어떤 작품 쓰고 싶으십니까, 함께 하고 싶습니다’라고 제안한다. 이렇게 묻지 않는 현 영화계 풍토에서는 새로운 관점의 영화가 나오기 힘들다고 늘 생각해왔다.”

남성 영화인들도 동의했다. 민규동 감독은 “(정서경 작가가) 많은 감독들이 매일 토로하는 현실을 정확히 짚어주셨다”고 했다. 봉태규 배우는 “40대 남성 배우로서 어떤 면에서는 동의한다. 지긋지긋하다”고 했다.

지난 3일 서울 중구 충무아트센터에서 한국영화감독조합(DGK)이 개최한 올해의 벡델리안 수상자들과 함께하는 토크 프로그램이 열렸다. 작가 부문 수상자 정서경 작가(영화 ‘헤어질 결심’)가 수상 소감을 말하고 있다. ⓒ한국영화감독조합(DGK) 제공
지난 3일 서울 중구 충무아트센터에서 한국영화감독조합(DGK)이 개최한 올해의 벡델리안 수상자들과 함께하는 토크 프로그램이 열렸다. 작가 부문 수상자 정서경 작가(영화 ‘헤어질 결심’)가 수상 소감을 말하고 있다. ⓒ한국영화감독조합(DGK) 제공

신혜연 제작자 “여태까지 없던 이야기 찾으니
여성 주연·여성 서사가 많더라”
신수원 감독 “여성 감독이라 배제·비하 경험...
여성 서사 만드는 감독들에 응원·지지를”

영화 투자사 DCG PLUS에서 오랫동안 투자 일을 맡았던 신혜연 제작자는 “제작자가 되니 투자사의 보수적, 안정적 판단을 어떻게 뚫을까가 고민이다”라고 했다.

또 “‘여성 영화’라서가 아니라 여태까지 없던 이야기를 찾다 보니 여성 주인공, 여성의 이야기가 많더라”라며 “성비 균형도 중요하다고 본다. 예를 들면 ‘앵커’는 감독·각본·제작자가 모두 여성이라서 균형을 맞추려고 일부러 남성 각색작가를 기용했다”고 했다.

여섯 번째 작품인 ‘오마주’로 올해 전주국제영화제, 서울국제여성영화제 등 유수의 영화제에서 주목받은 신수원 감독은 “영화를 계속 찍으려면 응원과 지지가 굉장히 중요한데 외롭다고 느낄 때가 있다. 여성 감독이라서 중요한 자리에서 배제되거나 ‘아줌마’로 불리기도 했다. 투자가 안 들어와서 몇 년간 쉬는 여성 상업 영화 감독들도 있다. 우리나라 최초 그리고 두 번째 여성 감독인 박남옥, 홍은원 감독도 여성 영화인으로서 겪는 어려움을 이야기했더라”라고 했다. 또 “아직 발견되지 않은 보석 같은 서사를 ‘여성 서사’에서 찾을 수 있다. 그러한 작업을 하는 감독들에게 응원과 지지를 보낼 필요가 있다”고 했다.

지난 3일 서울 중구 충무아트센터에서 한국영화감독조합(DGK)이 개최한 올해의 벡델리안 수상자들과 함께하는 토크 프로그램이 열렸다. 제작자 부문 수상자 신혜연 제작자(영화 ‘앵커’)가 이야기하고 있다. ⓒ한국영화감독조합(DGK) 제공
지난 3일 서울 중구 충무아트센터에서 한국영화감독조합(DGK)이 개최한 올해의 벡델리안 수상자들과 함께하는 토크 프로그램이 열렸다. 제작자 부문 수상자 신혜연 제작자(영화 ‘앵커’)가 이야기하고 있다. ⓒ한국영화감독조합(DGK) 제공
지난 3일 서울 중구 충무아트센터에서 한국영화감독조합(DGK)이 개최한 올해의 벡델리안 수상자들과 함께하는 토크 프로그램이 열렸다. 감독 부문 수상자 신수원 감독(영화 ‘오마주’)이 이야기하고 있다. ⓒ한국영화감독조합(DGK) 제공
지난 3일 서울 중구 충무아트센터에서 한국영화감독조합(DGK)이 개최한 올해의 벡델리안 수상자들과 함께하는 토크 프로그램이 열렸다. 감독 부문 수상자 신수원 감독(영화 ‘오마주’)이 이야기하고 있다. ⓒ한국영화감독조합(DGK) 제공

이날 수상자들은 상을 받아 기뻐하면서도 ‘부끄럽다’고 했다. “제가 벡델 테스트를 세세하게 알고 있지 못해서 부끄러웠어요.”(신수원 감독) “‘헤어질 결심’이 벡델 테스트를 통과하는지 생각해보니 안 되더라고요. 지금 하는 드라마(tvN ‘작은 아씨들’)에 여성 인물이 많아 남성을 기준으로 벡델 테스트를 해봤는데 그것도 통과하지 못했어요.”(정서경 작가) “평소 (성평등 관점으로 영화를 만든다는) 사명감이나 의지를 갖고 작품을 대하지 못했어요. 이 상이 새롭게 생각할 기회가 됐어요.”(신혜연 제작자)

시나리오 작가를 꿈꾸는 여성들에게 조언도 전했다. 신혜연 제작자는 “자신과 성별이 다른 캐릭터에 대해서도 써야 한다. 나와 다른 집단에 대해서도 공부하고, 가급적이면 협업할 필요가 있다”며 “감독 혼자 대본을 쓰던 시대는 지났다. 전문 작가의 입지가 커질 것이다. 제작자로서 여성 작가들을 많이 뵙고 싶다. 포기하지 말고 계속하시라”고 전했다. 

정서경 작가는 “작가가 되려고 한다면 지금이다. 드라마 보조작가가 필요한데 작가를 못 찾을 정도로 수요가 많다”며 격려했다. 신수원 감독은 “‘존버’하시라”며 “제가 처음 시나리오 작가로 일하기 시작했을 때 타이틀을 갖기까지 7년은 걸린다길래 도망가고 싶었다. 하지만 자기를 존중하고 아끼면서 끝까지 버티다 보면 훌륭한 작가가 될 수 있다”고 격려했다.

‘벡델리안’이란 한국영화감독조합이 주최·주관하고 문화체육관광부가 후원하는 ‘벡델데이 2022’의 하나다. 성평등 관점에서 유의미한 성과를 보인 한국 영화 10편을 매년 선정하고, 선정작에 참여한 감독, 작가, 제작자, 배우 중 성평등 관점에서 가장 눈부신 활약을 보인 영화인을 ‘벡델리안’으로 꼽아 시상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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