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의당, 비례대표 총사퇴 당원투표
"‘낯선 존재’를 또 하나의 가능성으로 만들어 달라" 호소

류호정 정의당 의원이 8월 2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의원총회에서 발언하고 있다. (공동취재사진)
류호정 정의당 의원이 8월 2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의원총회에서 발언하고 있다. (공동취재사진)

정의당 류호정 국회의원은 3일 자신의 페이스북을 통해 정의당이 현재 진행 중인 ‘비례대표 국회의원 총사퇴 권고’ 투표에 대한 입장을 밝혔다.  

정의당의 제21대 국회의원 선거 비례대표 당선자(순번 1~5번) 총사퇴 권고 총투표는 지난 8월 31일 시작했다. 온라인 투표는 3일 오후 6시에 종료되며, 4일 ARS 투표를 끝으로 찬반의 결론을 내리게 된다. 

당원 총투표는 권고안이기 때문에 구속력은 없으나 과반 찬성이 나올 경우 파장은 클 것으로 보인다.

류 의원은 현 상황에 대해 “그야말로 ‘정치의 위기’”라고 진단했다. 내홍을 겪고 있는 국민의힘과 선거 패배의 책임이 있는 세력이 당권을 장악한 민주당, 총사퇴 요구로 인해 당원총투표를 진행하게 된 정의당 모두가 위기라는 것이다. 

류 의원은 “안건이 발의되고, 투표가 진행되는 중에 우리 당원들이 찬반으로 갈려 갈등하고 있다”면서 “안타깝고 슬픈 마음으로, 힘든 글을 시작”한다고 글을 이어갔다. 

찬성 측이 주장하는 사퇴 요구의 근거는 ‘비호감도 1위 정당’을 만든 책임이 비례대표 국회의원에게 있다는 것이다. 그러나 류 의원은 “제21대 국회가 임기를 시작한 이래, 우리당에서는 강은미, 배진교, 이은주 의원의 의정활동에 대해 논쟁한 적이 제 기억에는 없다”면서 이번 투표의 성격을 “류호정과 장혜영이라는 두 ‘낯선 정치인’, ‘시끄러운 존재’에 대한 당원의 평가”라고 했다. 

류 의원은 “제가 잘하지 못했다”고 했다. 또 “1번 비례대표 국회의원에게 요구되는 정치력과 바른 자세를 충분히 갖추지 못했다”며 그간의 소회를 밝혔다. “가장 파괴적인 방법을 써서라도 당의 위기를 극복해야 한다는 발의자 당원들의 마음을 잘 알고 있다”면서 자신의 정체성, 임기 동안 이어진 논란 등에 대해 설명했다.   

류 의원은 자신의 정체성을 ‘노동자’라고 했다. “민주노조에서 노동운동을 배웠고, 정의당에서 노동정치를 익힌 노동 정치인”이라는 것이다. 그러면서도 “기존의 우리당 선배 정치인들과는 다른 정치인”이라며 자신을 ‘낯선’ 존재, ‘위태로워 보이는’ 존재로 평가했다. 선배 노동 정치인들과는 다른 시대적 환경, 공간적 배경에서 살아왔기 때문이라는 것이다. 

류 의원은 그동안 자신이 화제의 중심에 섰던 일로 원피스 논란, 박원순 시장 조문 거부, 민주노총 비판 칼럼, 손실보상 노숙 농성, 그리고 타투 퍼포먼스를 들었다. “평범한 여성 노동자가 입는 원피스가 공론장 위에서 여성혐오의 대상이 됐을 때, 저는 당당히 맞서야 했다”며 원피스 논란을 설명했고, “피해자뿐만 아니라 동종·동질의 피해를 직장에서 경험했거나 경험하게 될 여성노동자를 위해 조문할 수 없다고 해야 했다”며 박원순 시장 조문 거부의 이유를 밝혔다. 민주노총 비판 칼럼과 관련해서는 “비정규직을 차별하는 간부를, 저의 사상적 토대였던 민주노총이 방치한다면 비판해야 했다”고 밝혔다.  

류 의원은 “20년 세월이 흐르는 동안 변화된 세상처럼, 우리의 ‘노동’도 달라져야 한다”고 주장했다. 국가 방역에 협조한 대가로 빚더미에 앉은 영세상공인, 자신의 직업 행위가 불법이라 어떠한 법의 보호도 받지 못하는 타투이스트처럼 근로기준법상 노동자가 아닌 시민도 ‘힘써 일하는 시민’이라면 모두 노동자라는 것이다. 정의당의 의원이 노동이 아닌 이슈에 너무 집중하는 것 아니냐는 비판을 의식한 대목으로 읽힌다. 

류 의원은 “잘 알리고 싶었다”면서  “국회에 대한 예의가 없다”, “훌륭히 살아온 고인을 모욕했다”, “노동을 모르는 얼치기”, “꼭 타투까지 그려 넣어가며 그 난리를 쳤어야 했냐” 등의 손가락질은 자신만 감당하면 되는 일이라 생각했다고 했다. 그러나 그 결과 “당원들이 탈당했고, 당직자들이 시달렸다”면서 “저는 그 돌파구를 찾아낼 수 있을 만큼 완벽한 국회의원은 아니었던 것 같다”고 했다. 

류 의원은 “달라지겠다”고 했다. “당원과 시민을 끊임없이 만나고, 설득하겠다”면서 “우리당의 얼굴이자 대표 선수로서의 ‘막중한 책임’을 절대로 잊지 않겠다”고 밝혔다. 또 “정의당이 아니었다면 92년생 여성이 국회의원이 될 일은 없었을 것”이라며 “저는 그것을 감히, 단 한 번도, 잊은 적이 없다”고 했다.  

류 의원은 “시간과 용기를 주셨으면 좋겠다”고 했다. “저의 '다른 정치'를 진보정치가 시민과 대중적으로 호흡하는 또 하나의 가능성으로 만들어 주시기를 간절히 요청드린다”고 호소했다. 그러면서 “정의당에서 출발했고, 정의당에서 부딪쳤지만, 끝내 정의당에서 성공하는 정치인이 될 수 있도록”, “그래서 10년 뒤에도 이 당에 내린 뿌리를 견고히 지탱하고 선 정치인, 정당인으로 남을 수 있도록 기회를 달라”고 했다. 

류 의원은 끝으로 아직 투표하지 않은 당원에게 부탁한다고 말했다. “투표를 포기하지 말고, ‘반대’ 투표로 기회를 달라”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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