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보유출 줄었지만 기록은 복잡

신분·혼인등록부로 나눠 신분 노출 최소화

공시 등 작업 방대…전산화 10년이상 걸릴 듯

호주제 폐지 이후 대안에 대한 논의가 '개인별 신분등록제'로 좁혀지는 가운데, 개인의 프라이버시까지 보장할 수 있는 방안으로 '목적(사건)별 공부(公俯)제'가 제기됐다. 하지만 출생, 결혼 및 변동사항을 각각의 공부에 따로 기재해야 하는 '복잡함'과 개인의 변동사항까지 공개될 경우 발생하는 '프라이버시 침해의 문제'가 논란으로 대두돼 현실화 가능성은 지켜봐야 할 것으로 보인다.

지난 5일 '새로운 신분등록제 마련을 위한 워크숍'에서 '개인별 신분등록 실현을 위한 공동연대'는 “호주제 폐지 대안으로 정부가 채택한 개인별 신분등록 제안은 개인의 신분변동사항(출생·혼인·사망·입양 등)과 더불어 부모, 배우자, 자녀의 기본 신분사항까지도 기재하고 있다”며 “이는 개인 본인과 가족구성원의 신분사항이 드러나 프라이버시 침해와 한부모 가족이나 독신가족, 이혼가족 등 다양한 형태의 가족에 대한 차별을 초래할 수 있다”며 목적별 공부를 제시했다.

지금까지 호주제를 대체 법안으로 제시된 '가족부제도'와 '개인별 신분제도'(1인 1적제)가 인적 편제방식을 취한 반면, 특히 이번 공동연대의 '목적별 공부'안은 개인의 신분을 사건별로 편제해 “개인정보 유출을 최대한 줄였다”는 평가다.

공동연대는 “호적제도는 가족제도 혹은 가계계승제도의 법적 형태가 아니라 개인에 대한 국가신분등록제도”라면서 “개인의 출생 및 국적을 증명하는 '신분등록부'와 당사자의 혼인사실을 증명하는 '혼인등록부'등 목적(사건)별로 최소한을 기록하는 공부가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공동연대안에 따르면 신분등록부에는 ▲신분등록번호 ▲이름 ▲생년월일 ▲출생적 ▲신고일 ▲부기번호가 기록되며, 신분등록번호는 변경불가를 원칙으로 한다. 또한 개명, 정정, 신분등록번호변경, 부기번호변경, 사망, 국적상실 등 변동사항 발생시 신분변동번호와 사유가 별도의 '신분변동부'에 기재, 관리된다.

혼인등록부에는 ▲혼인등록번호 ▲이름 ▲신분등록번호 ▲혼인년월일 ▲신고일이 기록되며, 특히 혼인등록번호는 초혼, 재혼에 상관없이 발급시마다 새로운 혼인등록번호가 부여된다. 또 사망, 국적상실, 이혼, 재혼 등 변동사항 발생시 혼인변동번호와 사유가 별도의 '혼인변동부'에 기재, 관리된다.

하지만 공동연대가 제시한 목적별 공부의 '현실화'에 대해서는 논란이 따른다.

2002년 1인 1적제를 제안한 조대현 변호사(당시 판사)는 “개인의 프라이버시 침해를 우려해 등록 자체를 제한하면 '신분공시'라는 본래 신분등록제도의 근본목적을 잃어버리게 될 것”이라며, “더군다나 신분사항을 공부별로 달리 기록하기 때문에 비용과 노력이 몇 배나 증가돼 신분사항 확인절차도 복잡해질 것”이라고 우려했다.

진선미 변호사는 개인정보 보관과 관리에 대해 문제를 제기하면서 “호적 전산화가 이루어진 상황에서 입력보다는 출력단계에서 필요한 부분만 공개하는 것이 현실적”이라고 말했다.

이구경숙 한국여성단체연합 정책부장은 “결국 무엇을 공시할 것인가가 문제”라면서 “각각의 목적별 공부가 전산화되기 위해서는 10년은 더 걸린다. 당장 호주제 폐지가 절박한 피해자들을 고려해야 해야 할 것”이라고 지적했다.

반면, 민주사회를위한변호사모임의 이은우 변호사는 “개인신분을 사건별로 기록, 공시하는 것이 가족제도의 문제와 사회 편견을 없앨 수 있는 현실적 방법”이라며 “특히 혼인관계를 하나의 이벤트(사건)로 인식, 따로 혼인등록부로 관리하는 것은 좋은 대안”이라고 평가했다.

감현주 기자soo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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