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 3대 문학상’ 부커상 최종후보 정보라 작가
“대학 강의 절반 맡는 교원이지만
교원 대우 못 받고 ‘그림자 노동’
퇴직금·연차·주휴수당도 못 받아”

전국민주노동조합총연맹 한국비정규교수노동조합과 정보라 작가가 31일 서울서부지법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대학강사 처우 개선과 관련 법제도 개정을 촉구했다. ⓒ전국민주노동조합총연맹 한국비정규교수노동조합
전국민주노동조합총연맹 한국비정규교수노동조합과 정보라 작가가 31일 서울서부지법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대학강사 처우 개선과 관련 법제도 개정을 촉구했다. ⓒ전국민주노동조합총연맹 한국비정규교수노동조합

『저주토끼』로 ‘세계 3대 문학상’ 부커상 후보에 올랐던 정보라 작가가 연세대를 상대로 대학강사 퇴직금과 각종 수당 청구 소송을 제기했다.

전국민주노동조합총연맹 한국비정규교수노동조합과 정 작가는 31일 서울서부지법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대학강사들은 대학 강의의 절반을 담당하는 교원임에도 교원 대우를 받고 있지 않다”며 관련 법제도 개선을 촉구했다. 

정 작가는 지난 4월 연세대를 상대로 퇴직금, 주휴·연차수당, 노동절 급여 청구 소송을 제기했다. 이날 서울서부지법에서 첫 공판이 열리기 전 기자회견을 열었다.

‘강사법’은 학교가 주당 5시간 이상 강의를 담당한 강사에게 퇴직금을 지급하도록 명시하고 있다. 그러나 연세대는 이러한 내용의 강사법 개정안이 시행된 2019년 8월 1일부터 임용된 강사에게만 퇴직금을 지급한다는 방침이다. 정 작가는 연세대의 조처가 부당하며, 자신이 연세대에서 근무한 11년을 퇴직금 산정 기준으로 삼아야 한다고 주장한다. 
 

전국민주노동조합총연맹 한국비정규교수노동조합과 정보라 작가가 31일 서울서부지법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대학강사 처우 개선과 관련 법제도 개정을 촉구했다. ⓒ정보라 작가 제공
전국민주노동조합총연맹 한국비정규교수노동조합과 정보라 작가가 31일 서울서부지법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대학강사 처우 개선과 관련 법제도 개정을 촉구했다. ⓒ정보라 작가 제공

정 작가를 포함한 대학 시간강사들은 강의뿐 아니라 강의 준비, 과제 첨삭, 시험 준비, 개인 면담 등 보이지 않는 노동을 하고 있다. 정 작가는 2010년~2021년까지 연세대에서 러시아어, 러시아 문학, 러시아문화체험 등 과목을 가르쳤다. “학기마다 과목당 32.5시간~49.5시간을 강의했는데, 강의 준비, 시험 출제 등을 합치면 실제 소요 시간은 230.5시간~298.5시간 정도”였다. 여기에 “강사직을 유지하기 위해 학교 내외에서 수행하는 연구활동, 학과 행정업무, 전임교수들의 지시 사항 수행 등도 모두 노동시간에 포함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법의 고려 대상은 아니다. 단순 강의시간만 노동시간으로 계산한다. 시간강사들은 주 15시간 미만 일하는 초단시간근로자로 간주된다. 대학은 이를 핑계로 퇴직금과 각종 수당을 지급하지 않고 있다. 한교조는 “이러한 시도 자체가 반노동적이고 차별적”이라고 비판했다.

2021년 서울북부지방법원이 시간강사의 주휴수당, 연차수당 등을 인정하는 판결을 처음으로 내렸다. 강사들은 아직 갈 길이 멀다고 말한다. 이들은 이날 기자회견에서 ▲교육부는 모든 대학강사에게 퇴직금을 지급토록 강제하면서 예산을 확보하고 ▲국회는 교원에게 제대로 된 임금·노동조건을 보장하는 특별법을 즉각 입법하고 교원이 아닌 사람은 강의를 할 수 없도록 조치하며 ▲전임교원과 차별이 없도록 대학강사의 급여, 연금, 퇴직금, 연구비, 수당 지급을 명시하라고 요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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