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여성의정 ‘성평등 지방의회 구축 방안 토론회’

30일 서울 여의도 국회의사당에서 한국여성의정이 '성평등 지방의회 구축방안' 토론회를 개최했다. ⓒ홍수형 기자
한국여성의정은 8월 30일 서울 여의도 국회의사당에서 '성평등 지방의회 구축방안' 토론회를 개최했다. ⓒ홍수형 기자

성평등 지방의회를 만들기 위해선 여성지방의원들의 전국적 협의체를 설립해 의원들의 성인지 감수성 교육을 해야한다는 의견이 나왔다.

한국여성의정은 8월 30일 서울 영등포구 국회도서관 소회의실에서 ‘성평등 지방의회 구축 방안 토론회’를 열었다. 이날 토론회에 참석한 전직 지방의회 의원들과 전문가들은 성평등 지방의회를 만들기 위해선 여성·남성 의원뿐 아니라 정당의 초당적 노력이 필요하다고 입을 모았다.

신명 한국여성의정 상임대표는 “정치권의 남녀동수를 목표로 9년째 활동 중”이라며 “국회 후반기에 남인순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정치개혁특별위원회 위원장을 맡게 됐는데 선거법 개정에 힘써주셨으면 좋겠다”고 밝혔다.

전국 여성지방의원협의체를 법적으로 설립할 수 있도록 ‘지방자치법 일부개정법률안’ 통과를 촉구하는 목소리도 있었다. 종로구2 지역구에서 4~5대 서울시의원을 지낸 양경숙 민주당 의원은 개정안을 지난해 발의했다. 양 의원은 “공동발의에 여야 여성 국회의원들이 최소한 10명 이상 참여하지 못했고 오히려 남성 의원이 참여했다”며 “현재 행안위에 계류 중인데 통과된다면 여성 지방의원에게 힘이 될 수 있다고 생각한다. 힘을 모아 달라”고 요청했다.

임의 기구인 전국여성지방의원네트워크(전여네)를 여성지방의원들의 전국적 협의체로 전환하려는 것이다. 전여네는 작년 성평등한 의회 조성을 위해 ‘전국성평등의회지원센터’를 산하에 설립했다. 센터는 여성정치대표성 확대, 지방의원 성평등 역량 강화 교육 등을 위한 역할을 한다.

30일 서울 여의도 국회의사당에서 한국여성의정이 개최한 '성평등 지방의회 구축방안' 토론회에서 문춘단 전 전남강진군 군의원이 발언을 듣고 있다. ⓒ홍수형 기자
문춘단 전 전남강진군 군의원. ⓒ홍수형 기자
30일 서울 여의도 국회의사당에서 한국여성의정이 개최한 '성평등 지방의회 구축방안' 토론회에서 윤금이 성평등전문가가 발언을 듣고 있다. ⓒ홍수형 기자
윤금이 전 충남시의원. ⓒ홍수형 기자

전직 지방의원들은 성평등 의회를 만들기 위해선 공천을 다양한 분야로 제도화하고 의원들의 성인지 감수성을 길러주는 교육이 시급하다고 말한다. 문춘단 전 전남 강진군 군의원은 의원들에게 성평등 인식을 길러주는 교육이 시급하다고 말했다. 문 전 의원은 “아직도 정당에선 충성심과 공로만으로 공천 후보를 평가하는 경우가 많기 때문에 여성 정치인의 역량을 강화시키고 성인지 감수성을 길러주는 교육이 필요하다”며 “한국여성의정과 같은 곳의 역할이 중요하다”고 얘기했다.

윤금이 전 충남 아산시 시의원은 성평등한 의회를 만들기 위해선 여성, 농업, 환경 등 다양한 분야의 공천이 제도화돼야 한다고 말했다. 윤 전 시의원은 “충남의회의 경우 서천군의 여성 의원 2명을 제외하곤 모두 다 남성이 지역구 의원”이라며 “여성 의원의 대표성을 확보하기 위해선 정당 공천이 매우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국회의원들을 보면 출신학교, 직업, 연령 등 다양성이 결여돼 있어서 다양한 국민의 삶을 대표하는 것에 문제적임을 보여주고 있는 것처럼 지방의회 의원들 역시 시민의 다양한 삶을 반영하기 위해 다양한 분야의 공천이 제도화돼야 한다”며 “같은 여성이라도 학력, 직업, 연령, 거주조건, 장애유무 등에 따라 정책을 바라보는 관점이 다르기 때문에 다양한 시민의 삶을 대변할 수 있는 분야별 공천이 이뤄져야 성평등한 의회로 향하는 길이라 생각한다”고 주장했다.

30일 서울 여의도 국회의사당에서 한국여성의정이 개최한 '성평등 지방의회 구축방안' 토론회에서 이현출 지방의회학 회장이 발언을 듣고 있다. ⓒ홍수형 기자
 이현출 지방의회학 회장 ⓒ홍수형 기자

전문가들은 정당의 공천을 성평등 의회를 만드는 조건으로 꼽았다. 이현출 지방의회학회 회장(건국대 교수)은 빅데이터 분석결과 여성대표성 확대를 위해선 주요 정당의 공천이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이 교수는 “여성 정치인이 심의과정에서 전통적 여성 관련 이슈뿐 아니라 인사청문회, 예결산 심의, 철도파업 등 견제 기능 수행에도 남성보다 더 적극적이었음을 확인했다”며 “여성대표성 향상을 위한 제도 개선에 힘을 실어주는 결과를 보여주는 것”이라고 분석했다. 이어 “비례대표제의 영향력은 임계점에 도달했다. 지역구 여성후보자 확대가 관건”이라며 “공천을 통해 지명도를 제고하고 조직기반 정당차원에서 배양해야 한다”고 말했다.

권수현 젠더정치연구소 여.세.연 대표는 성평등 의회를 만드는 데 있어 여성·남성의원, 정당과 사무처가 함께 노력해야한다고 말했다. ‘성평등 의회를 위한 지방의회 운영실태와 제도개선 방안 모색을 위한 설문조사’를 실시한 권 대표는 “여성의 수적 대표성 확대에도 불구하고 위계화되고 성별화된 정치 구조와 문화는 여전히 공고하다”며 “여성 의원 개인의 노력이나 열정으로 바꾸기 어려운 문제이며 여성의원들만이 아닌 남성 의원들도 함께 변화해야 한다”고 얘기했다. 이어 “지방의회에서 여성·젠더 의제가 중요하게 다뤄지지 않는 데는 남성 의원만이 아니라 여성 의원의 무관심도 큰 요인”이라며 “남성 의원뿐 아니라 여성 의원의 성인지 감수성 부족과 남성화도 중요한 요인”이라고 짚었다. 그는 “의원만이 아닌 정당과 사무처의 역할 강화도 함께 고려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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