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치적 흡연자' 자처하는 유숙렬 문화일보 여성전문위원

방송위 상견례, 남북방송교류 만찬장 등 에피소드…

공적 자리 가부장적 관행격파 효과

~B3-4.JPG

“담배는 우리가 순종적인 여성이 아님을 드러내는 표식이었고, 남자들에게 '엿 먹어라' 내지르는 감자주먹이었고, 우리의 영혼을 자유롭게 해방시키는 해원의 깃발이었다.”

서명숙 전 <시사저널> 편집장의 <흡연 여성 잔혹사> 중 한 구절은 여성의 흡연 행위에 대한 정치적 의미를 함축하고 있다.

◀'정치적 흡연자'를 자처하는 유숙렬 씨.

<사진·웅진닷컴>

페미니스트의 정체성 때문에 '정치적 흡연자'임을 자처하는 유숙렬 문화일보 여성전문위원은 “젊거나 늙거나 잘났거나 못났거나 온갖 남자들이 다 담배를 공개적으로 피는데 여성운동 하면서 그런 자유 하나 없으면 되겠는가”라고 반문한다. 그는 언뜻 보면 얌전해 보이는 외모 때문에 남자들이 저지르기 쉬운 오해(?)를 미연에 방지하기 위해 “나 이런 여자야, 담배 피우는 여자야. 우습게 보면 큰 코 다쳐”식의 선언으로 자신의 흡연행위를 규정한다.

유씨가 차관급 방송위원으로 임명된 후 첫 상견례 자리 첫 공식회의에서 정치적 흡연을 했다는 것은 알 만한 사람은 다 아는 에피소드. 당시 방송위 노조의 시위에다 카메라가 돌아가는 상황이었지만 회의가 하도 답보상태라 그는 “여성 방송위원이 담배 피우는 장면쯤은 그다지 뉴스거리도 아니며, 카메라에 잡히더라도 자료화면쯤이 될 것”이라고 확신했다고 한다. 오히려 금연중이던 다른 남성 방송위원 3명이 “잘 됐다”며 담배를 피워 물었고, 이를 지켜본 한 노조원이 “그림 좋은데…”란 비아냥을 터트린 정도의 반응에 그쳤다고 한다.

그가 정작 마음을 다져먹고 정치적 흡연을 한 자리는 2003년 10월 북한에서 열린 남북 방송교류 세미나 환영 만찬장 자리. 헤드 테이블에 배정된 유씨는 남북한 남성들이 주거니 받거니 담배를 피우는 모습을 지켜보다가 “닫힌 사회에 문화적 충격을 주고자” 담배를 피워 물었다. 헤드 테이블 주변은 물론, 2백여 명의 참석자들의 분위기가 일순 썰렁해진 것은 당연지사. 의외로 가부장제적 관습이 강하게 남아 있는 북한 남성들의 “아니 남조선에서는 여자도 담배를 피웁네까?”라는 힐난조의 지적에 이를 변론하는 남한 남성들의 옹호로 만찬장 분위기는 흡사 여성 흡연 토론장 같았다고 한다.

그는 “시집 행사나 모임 등 사적 자리에선 상대방을 배려하는 차원에서 흡연을 자제하지만, 공적 입장에선 이와 반대로 당당하고 공개적으로 담배 피우는 여성들이 흡연을 해야 한다고 생각한다”고 단호히 말했다. 공적인 자리일수록, 가부장적 관습을 깨는데 '담배 피우는 여자'만큼 충격적 효과는 없다는 것이 그 나름의 소신이다.

박이은경 편집국장pleun@

sumatriptan patch http://sumatriptannow.com/patch sumatriptan patch
저작권자 © 여성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