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제 시대 여성 흡연 담론

인류학도 고한나 <일제 시대 여성 흡연에…>

1920년대부터 흡연 신여성 증가 지적개신교, 여성단체 캠페인으로 된서리

일제 시대에도 흡연 여성 담론은 잠깐 일었다.

서울대학교 인류학과 고한나는 논문 <일제 시대 여성 흡연에 대한 담론 분석>을 통해 식민지 치하라는 상황에서 기인한 민족주의, 식민주의와 개화라는 시대적 상황과 함께 여성 흡연 담론을 함께 고찰할 필요가 있다고 주장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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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에 따르면 개화기 당시 흡연은 개화를 위해 '없어져야 할 것' '버려야 할 것'이라는 도덕 규범의 견지에서 규정되기 시작했는데, 특히 개신교 여성단체 등을 통해 캠페인 형식으로 구체화되기 시작했다. 이들은 개신교의 희생정신을 바탕으로 '민족의 어머니'로서 여성성을 강조하기 시작했는데, 이를 위해 여성들에게 요구된 정숙함을 갖추기 위해서는 흡연을 지양해야 한다는 규범이 자연스레 형성된 것이다.

◀일제 시대 신여성들의 공개적 흡연은 저고리 입은 여성들을 담배광고에 등장시킬 정도로 파급력이 컸다.

20세기 초부터 등장한 '신여성'들의 흡연 증가 현상 역시 이 같은 규제를 정당화하는 기제로 작용했다. 근대 교육을 받은 이들은 기존 기생들의 전유물 정도로만 간주되던 공개적 흡연을 근대 여성의 '심볼'로 여기기 시작했다. 1914년 당시 매일신보 등 대중매체를 통해 저고리를 입은 여성이 당당하게 담배를 피우는 연초 광고가 게재, 공격적 담론의 배경이 되기도 했지만 그와 동시에 과감하고 근사한 근대 여성의 이미지를 확산시킨 계기가 됐다.

그러나 신여성들에 의해 주도된 흡연 열풍은 그리 오래 가지 못했다. 앞서 언급한 바도 있지만 일본의 담배 전매 실시에 맞서 금연 운동을 펼치자는 민족주의 물결에 묻혀 신여성들은 물론 기생들까지 금연 운동에 동참하자는 사회적 분위기가 팽배했기 때문이다.

한편 ▲가정 생활에 정숙하지 못하고 ▲남편을 귀중히 여겨 곤란을 참는 덕스러움이 없으며 ▲사치스럽고 ▲살림에는 무관심한, 한마디로 사회가 요구하는 '현모양처'의 전형과 대치하는 신여성들의 이미지는 이들이 즐겼던 흡연과 그 맥락을 같이하면서 지금의 '흡연 여성=방탕하고 타락한 여성'이라는 담론으로 발전하게 됐다. 이와 함께 흡연을 통해 '근사해지고자'했던 이들의 열망은 식민지적 상황에서 '줏대 없이 서양인들을 따라한다'는 식의 공격 대상이 되기도 했다.

김은수 기자 eski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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