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태종 “1대 종정 유지 따른 70년 전통” 항변
인권위 “여성을 부정한 존재로 인식” 개선 권고

인권위는 4일 어린이날 100회를 맞아 인권위원장 이름으로 성명을 발표했다. ⓒ홍수형 기자
음력 정월과 2월 초하루에는 여성의 사찰 출입을 제한한 대한불교천태종의 관행은 성차별이라는 국가인권위원회의 판단이 나왔다. ⓒ홍수형 기자

새해를 시작하는 음력 정월과 2월 초하루에는 여성의 사찰 출입을 제한한 대한불교천태종의 관행은 성차별이라는 국가인권위원회의 판단이 나왔다.

인권위는 천태종 총무원장에게 성별을 이유로 사찰 입장을 제한하는 관행을 개선하라고 권고했다고 29일 밝혔다. 

지난해 3월 진정인 A씨는 관광 목적으로 천태종의 총본산인 충북 단양 구인사를 찾았다가 출입을 거부당했다. ‘음력 2월 초하루’는 남성만 입장이 가능하다는 천태종의 관례 때문이었다. 

신도 수 250만의 천태종은 한국 불교에서 두 번째로 큰 종단이다. 천태종은 70여년 전 종단을 중창한 제1대 종정(종파의 제일 높은 어른을 뜻하는 말)의 유지를 받들어, 정월과 2월 초하루에는 자정부터 정오까지 여성의 사찰 입장을 제한하고 있다는 입장이다. 구인사 뿐 아니라 천태종 소속 사찰 150여곳 모두 적용되는 관례다.  

총무원 측은 “경상도 지역에는 오늘날에도 초하루에 여성들이 아침 일찍 돌아다니면 혼이 나는 전통이 남아있다. 종교마다 지향하는 바와 신앙의 내용·형식 등이 다름을 인정해야 한다”고도 주장했다.

A씨는 성차별이라며 인권위에 진정을 제기했다.  

조사에 나선 인권위는 A씨의 손을 들어줬다. 인권위는 “여성을 부정한 존재로 보아 입장을 제한하는 것은 성별을 이유로 한 차별을 금지해 남녀평등 이념을 실현하려는 헌법적 가치에 어긋난다”고 판단했다. 

인권위는 특정일에 여성의 사찰 입장을 제한하는 행위는 ‘종교적 교리’라기보다 제1대 종정의 유지, 즉 ‘종파적 전통’에 해당한다고 판단했다. 종파적 전통에 근거해 헌법이 보장하는 기본권을 제한하는 것은 종교의 자유의 범위를 넘어선다고 결론내렸다.

총무원 측은 대안으로 정월과 2월 초하루 이틀 동안 여성뿐 아니라 남성의 출입도 제한하겠다고 제시했다. 이에 대해 인권위는 70년간 여성의 평등권을 침해한 행위를 지속한 데 대한 피해 회복 조치로 볼 수 없으며, 남성의 출입까지 금지하는 것은 차별 해소를 위한 개선 조치로 보기 어렵다고 판단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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