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성가족부 지정 특화상담소 지원 열악
피해지원 단체 21곳 연대체 ‘전사넷’ 발족
상담원들 “피해경험자 의료비 지원하고 간단 삭제 업무해야”

‘전국 사이버 성폭력 피해지원 네트워크’(전사넷)이 26일 발족했다. 전사넷은 서울 종로구 서울글로벌센터 9층 국제회의장에서 발족식을 열었다. ⓒ여성신문
‘전국 사이버 성폭력 피해지원 네트워크’(전사넷)가 26일 발족했다. 전사넷은 서울 종로구 서울글로벌센터 9층 국제회의장에서 발족식을 열었다. ⓒ여성신문

여성단체들이 전국에서 발생한 사이버성폭력을 지원하기 위해 연대체를 결성했다. 현장에서 사이버성폭력 피해경험자를 지원하는 이들은 “‘디지털 성범죄 지역 특화상담소’에 상담원이 2명뿐인 점, 의료비 미지원, 불법촬영물 삭제 업무가 즉각적으로 이뤄지지 않는 점 등을 개선해야 한다“고 지적한다.

디지털 성범죄 지역 특화상담소는 여성가족부가 지난해부터 운영 중이다. 디지털 성범죄 피해자에게 심층 상담, 삭제 지원, 수사·법률·의료 연계 등 맞춤형 서비스 및 치유회복 프로그램을 지원하는 곳으로 현재 경남, 경북, 대구, 부산, 전북, 제주, 광주, 대전, 인천, 충북 지역을 선정해 운영 중이다. 여가부는 상담소 별로 상담사 2명씩 배치하고 있다.

인력 충원 계획에 대해 여가부 측은 27일 “작년부터 상담소 운영을 시작했기 때문에 운영 성과 등을 점검해 검토해 나갈 예정”이라며 “상담소는 17개 광역으로 확대해 나가는 것을 목표로 추진중”이라고 밝혔다. 

‘전국 사이버 성폭력 피해지원 네트워크’(전사넷)이 26일 발족했다. 전사넷은 서울 종로구 서울글로벌센터 9층 국제회의장에서 발족식을 열었다.

이들은 발족선언문을 통해 “특화상담소 상담원 2명이라는 한계와 피해경험자 의료비 지원이 불가한 조건으로 인해 각 상담소는 피해지원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며 “또 각 지역의 특화상담소들은 현재 피해경험자들이 요청하는 온라인상에 퍼진 피해촬영물에 대한 삭제와 모니터링을 하지 못하고 있다. 예산 부족과 보안상의 문제가 있기에 각 지역의 특화상담소에선 삭제와 모니터링을 진행하는 것이 부적절하다는 여가부의 지침이 있었기 때문”이라고 지적했다. 이어 “즉각적으로 간단한 삭제 시도가 필요한 경우에도 권한이 있는 디지털성범죄피해자지원센터로 연계하기 위해 시간이 소요된다”며 “우리는 변화를 만들어 나가고자 전사넷이라는 이름으로 모였다”고 말했다.

앞으로 전사넷은 각 상담소의 피해지원 사례를 나누고 사이버성폭력 관련 정책을 제언한다. 또 피해지원 체계 효율성 제고를 위해 논의하고 사이버성폭력 관련 이슈에 대해 연대적으로 대응한다.

참여단체는 21개로 △탁틴내일아동청소년성폭력상담소 △한국사이버성폭력대응센터 △십대여성인권센터 △한국성폭력상담소 등이다. 참여단체는 모두 집행단체로 사무국은 한국사이버성폭력대응센터다.

‘전국 사이버 성폭력 피해지원 네트워크’(전사넷)이 26일 발족했다. 전사넷은 서울 종로구 서울글로벌센터 9층 국제회의장에서 발족식을 열었다. ⓒ여성신문
‘전국 사이버 성폭력 피해지원 네트워크’(전사넷)이 26일 발족했다. 전사넷은 서울 종로구 서울글로벌센터 9층 국제회의장에서 발족식을 열었다. ⓒ여성신문

이어지는 토론에선 현장에서 사이버성폭력 피해경험자를 지원하는 상담원들이 발제에 나섰다. 이들은 공통적으로 디지털 성범죄 지역 특화상담소에 상담원이 2명뿐인 점, 의료비 미지원, 불법촬영물 삭제 업무가 즉각적으로 이뤄지지 않는 점 등을 개선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디지털 성범죄 전담 업무를 하고 있는 이진윤 여성긴급전화 1366 부산센터 상담원은  “상담원 2명으로만 구성된 원스톱 피해지원업무, 피해경험자의 의료비 미지원, 모니터링 및 삭제 업무는 중앙에 집중된 점 등의 문제점이 있다”며 “‘디지털 성범죄 지역 특화상담소’라는 이름에 걸맞게 피해경험자들이 의료비 지원을 포함해 한곳에서 원스톱으로 지원받을 수 있는 보다 구체적인 정책이 마련되길 바란다”고 얘기했다. 또 “전문 인력이 이탈되지 않도록 종사자 처우 개선을 바란다”고 촉구했다.

권주리 십대여성인권센터 사무국장도 “현재까지 지역별 디지털 성범죄 지역 특화상담소 10개소가 운영중이지만 상담소 2명이 업무를 담당하고 있어 현실적인 피해지원이 가능할 수 없다”며 “인력의 한계뿐 아니라 권한의 한계, 예산의 한계가 있어 구색만 맞춰져 있을 뿐”이라고 지적했다.

디지털 성폭력의 사각지대를 메울 수 있는 촘촘한 법안 제·개정이 필요하다는 의견도 나왔다. 윤수빈 (사)대구여성의전화 상담원은 “현행법은 디지털 성폭력을 촬영물 중심으로 처벌하고 있지만 사각지대가 존재한다”며 “우선 촬영의 범위에 대한 정의가 저장을 기준으로 하기에 가해자를 제대로 처벌하기 어렵다”고 말했다. 또 “촬영물뿐 아니라 성관계 등의 상황을 몰래 녹음하고 유포하거나 유포하겠다고 협박하는 행위, 성적 촬영물을 동반하지 않고 피해 경험자를 사칭해 사이버 공간에 성적 모욕을 게시해 놓는 행위, 피해경험자들의 신상정보를 판매하고 구입한 자들이 피해경험자에게 각종 성착취 영상 등을 요구하는 행위 등이 이워지는데도 촬영물을 동반하지 않고 있어 이를 제대로 처벌할 기준이 마련돼 있지 않다”고 지적했다. 이어 “피해경험자는 자포자기 상태로 촬영에 응하게 되곤 하는데 이러한 경우 동의했다고 볼 수 없기에 성인 대상으로 촬영을 강요한 행위 역시 처벌할 수 있도록 기준이 마련돼야 한다”고 덧붙였다.

‘전국 사이버 성폭력 피해지원 네트워크’(전사넷)이 26일 발족했다. 전사넷은 서울 종로구 서울글로벌센터 9층 국제회의장에서 발족식을 열었다. ⓒ여성신문
‘전국 사이버 성폭력 피해지원 네트워크’(전사넷)가 26일 발족했다. 전사넷은 서울 종로구 서울글로벌센터 9층 국제회의장에서 발족식을 열었다. ⓒ여성신문

청소년이 겪는 사이버성폭력 피해에 대한 제언도 있었다. 김지숙 (사)제주YWCA 사무총장은 청소년들을 위한 디지털 성범죄 방지 및 예방 교육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김 사무총장은 “아직 성적 자기 결정권이 덜 확립된 청소년기에 디지털성범죄의 노출이 더 많아진 만큼 학부모 및 학교, 청소년기관 실무자를 대상으로 한 교육이 절실히 필요한 상황”이라며 “디지털성범죄상담소 내의 예산에는 교육비가 별도로 측정돼있지 않기 때문에 외부사업 및 자체 사업으로 교육을 진행하는 어려움이 있다”고 말했다. 또 “상담소를 홍보하기 위한 홍보 예산이 터무니없이 적으면서 피해자를 위한 의료비 또한 지원되지 않아 타 상담 기관을 연계해야 하는 점에서 상담소 운영에 대한 한계점도 발생한다”며 “지역적으로 디지털 성범죄 지역 특화상담소가 각 지방에 있다는 점만 보여주기 식이지 상담소 내부적으로 효과적인 대처 및 피해자를 위한 실질적 지원은 하기 힘들다는 현실”이라고 지적했다.

이승혜 탁틴내일아동청소년성폭력상담소 상담원은 피해 아동·청소년이 법정대리인 통지 없이 신고할 수 있도록 범죄수사규칙이 개정돼야 한다고 말했다. 이 상담원은 “아동·청소년의 최상의 이익은 법적대리인이 피해 아동·청소년의 보호자가 돼야 하지만 예외적 상황에서 법정대리인을 대신할 수 있는 보호자를 명시해 권리 구제 과정을 진행할 수 있도록 최선의 대안을 찾아야 한다”며 “아동·청소년의 성범죄 신고 시 가해행위 제재의 즉시성 및 처벌의 확실성이 보장돼야 한다”고 얘기했다. 이어 “처벌 받을지에 대한 의문이 생길 경우 신고 중에 자신의 권리르 포기하는 사태가 발생하는데 권리 보장을 위해 신고까지는 반드시 진행돼야 한다”며 “신고접수는 하되 보호자 통지 연기 및 수사 개시에 대한 건은 논의 후에 결정할 수 있도록 추진하는 방향으로 나아가야 한다”고 설명했다.

저작권자 © 여성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