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향을 만들거나 개발하는 직업인 '조향사'들은 수많은 실험과 영감으로 자신만의 '향'을 만들어낸다. 이들이 영감을 받는 계기는 영화나 오페라, 전설에 이르기까지 다양하다.

1919년 자크 겔랑이 출시한 겔랑의 '미츠코'(Mitsouko)는 인적 드문 깊은 숲 속을 연상하게 하는 시프레 향, 이끼 낀 나무들의 향 계열을 가진 향수다. '미츠코'는 푸치니의 '나비부인'에 나오는 주인공 이름을 따 만든, 신비감 있는 동양 여인의 이미지를 표현한 향수다.

자끄 겔랑이 1925년 탄생시킨 오리엔탈 계열의 향수'샬리마'(Shalimar)는 인도 전설에서 영감을 받아 만들어졌다. 인도의 왕자 샤자한이 산책 중 만난 평민 문타지마할과 사랑을 나누게 된다. 신분 차이를 극복하고 결혼했지만 문타지마할이 일찍 세상을 떠나자 샤자한은 그들이 거닐던 정원을'사랑의 사원'이라는 뜻을 가진 '샬리마'로 정해져 평생 그를 기렸다고 한다. '샬리마'는 이처럼 아름답고도 슬픈 사랑 이야기를 담고 있다.

                                                     일러스트·이지연 <나는 향수로 말한다>▲

랄프 로렌의 '사파리'(Safari)는 메릴 스트립과 로버트 레드포드 주연의 영화'아웃 오브 아프리카'에 영감을 받아 창조된 향수다. 메릴 스트립의 배역에서 느껴지는 강한 매력과 개성을 형상화했다.

캘빈 클라인의 '이터니티'(Eternity)는 영국의 황태자 에드워드 8세와 평민 출신 심프슨 부인과의 세기적 사랑을 배경으로 한다. 평민이면서 이혼녀인 심프슨 부인과의 결혼이 왕실로부터 허락받지 못하자 에드워드 8세는 왕위를 버리고 심프슨 부인과 결혼했다.

결혼식에서 심프슨 부인은 '영원한 사랑'이라는 뜻의 'Eternity'를 새긴 반지를 꼈고 이들의 영원한 사랑처럼 낭만적이고 우아한 플로랄 계열의 향기를 지닌 향수가 탄생하게 되었다.

위베르 드 지방시가 만든 '랑떼르디'(L'interdit)는 오드리 헵번을 위한 향수였다. 지방시와 헵번의 영원한 우정을 상징하는 이 향수는'금지'라는 뜻답게 오드리 헵번 외에는 사용하지 못한다는 메시지를 담고 있다. 그래서 헵번이 죽은 뒤에야 대중에게 시판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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