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부심과 긍지로 한국영화 지킨 수연이...저세상에서 못다 이룬 일 이루길”
“자부심과 긍지로 한국영화 지킨 수연이...저세상에서 못다 이룬 일 이루길”
  • 이세아 기자
  • 승인 2022.08.26 14:52
  • 수정 2022-08-27 12:01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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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故) 강수연 배우 공로패 수여식
25일 제24회 서울국제여성영화제 개막식서 열려
원로배우 김지미·유족 등 참석
“배우·행정가로 영화사에 족적 남긴
강수연의 폭·깊이 더 적극 탐구해야”
고(故) 강수연 배우 ⓒ마리끌레르/제24회 서울국제여성영화제 제공
고(故) 강수연 배우 ⓒ마리끌레르/제24회 서울국제여성영화제 제공

“저는 수연이를 사랑했어요. 그래서 지금 가슴이 떨려요....” 말을 잇지 못하던 김지미 배우가 힘주어 말했다. “(강수연 배우는) 할 일이 많은 후배, 능력 있고 좋은 연기자, 자부심과 긍지를 갖고 영화계를 지켜줬어요. 저세상에 가서도 자신이 이루지 못한 일들을 이룰 거라고 확신해요.” 객석에서 박수가 쏟아졌다. 

고(故) 강수연 배우가 갑작스럽게 우리 곁을 떠난 지 세 달이 지났다. 한국 영화사에 한 획을 그은 고인을 추모하고 기억하는 공로패 수여식이 지난 25일 서울 마포구 문화비축기지에서 열렸다. 제24회 서울국제여성영화제 개막식의 하나로 마련된 행사다.

강수연 배우는 한국 영화사의 중요한 순간들을 이끌었다. ‘씨받이’(1986)로 한국 배우 최초로 제44회 베니스국제영화제 여우주연상을 수상해 월드 스타의 포문을 열었다. ‘미미와 철수의 청춘스케치’(1987), ‘우리는 지금 제네바로 간다’(1987), ‘아제 아제 바라아제’(1989), ‘추락하는 것은 날개가 있다’(1990), ‘그대 안의 블루’(1992), ‘장미의 나날’(1994), ‘무소의 뿔처럼 혼자서 가라’(1995), ‘처녀들의 저녁식사’(1998), ‘한반도’(2006), ‘달빛 길어올리기’(2011), ‘주리’(2013) 등에 출연해 열연했다. 대종상영화제 여우주연상, 모스크바영화제 여우주연상 등을 받아 한국 배우 최초로 세계 3대 영화제 수상이라는 역사를 썼다. 

1996년 부산국제영화제 초대 심사위원을 맡았고, 이후 집행위원으로 활동하다 2015년~2017년 부산국제영화제 공동집행위원장으로 임명돼 ‘다이빙벨’ 사태를 진화했다. 영화 ‘베테랑’ 명대사인 ‘우리가 돈이 없지, 가오가 없냐’도 강수연 배우가 영화인들을 독려하며 자주 하던 말에서 따왔다고 한다. 연상호 감독의 넷플릭스 영화 ‘정이’ 주연을 맡아 약 10년 만에 장편 상업영화 복귀를 앞두고 있었다. 그러던 지난 5월 뇌출혈로 쓰러져 향년 56세로 별세했다. 

박광수 영화제 집행위원장은 이날 “강수연 배우는 월드스타로서, 국제영화제와 한국 영화 산업 발전에 기여한 행정가로서 굵은 자취를 남겼다. 특히 그녀가 40여 년간 창조해온 여성의 얼굴들은 당대의 우리들, 후대의 우리들과 공감대를 만들어왔다”고 말했다.

25일 서울 마포구 문화비축기지에서 열린 제24회 서울국제여성영화제 개막식. 고(故) 강수연 배우를 추모하고 기억하는 공로패 수여식에서 김지미 배우가 발언하고 있다.  ⓒ제24회 서울국제여성영화제 제공
25일 서울 마포구 문화비축기지에서 열린 제24회 서울국제여성영화제 개막식. 고(故) 강수연 배우를 추모하고 기억하는 공로패 수여식에서 김지미 배우가 발언하고 있다. ⓒ제24회 서울국제여성영화제 제공

고인이 생전 존경하고 흠모해온 선배 김지미 배우가 이날 직접 공로패를 유족에게 전달했다. 김지미 배우는 한국 영화사를 빛낸 원로 배우로, 오랫동안 미국에서 가족들과 지내다가 귀국해 지난 5월 강수연 배우의 영화인장에서 장례위원회 고문을 맡기도 했다.

공로패를 받은 강수연 배우의 동생은 “영화에 대한 깊은 사랑으로 평생을 함께한 배우 강수연으로 영원히 기억되기를 희망하면서 그 마음에 누가 되지 않도록 저희 가족도 최선을 다해서 열심히 살겠다”고 말했다.

또 “언니가 늘 해줬던 말, 언니가 살면서 가장 중요하게 생각했던 것”이라면서 고인이 생전 남긴 편지를 낭독했다. “바라는 것은 어디에 있건 무엇을 하건 네 자신이 행복하고 즐거워야 한다. 지금보다는 내일이 더 행복하고 미래가 즐겁고 그것만을 위해 노력하기를 바란다. 항상 부지런하고, 겸손하고, 검소하고, 너 자신이 주인이 될 수 있도록 노력해라. 많이 웃고 많이 이해하고 많이 먹고 많이 느끼고....”

이날 개막식에서는 ‘내가 죽던 날’(2020)의 박지완 감독이 연출한 강수연 배우 추모 영상도 처음으로 공개됐다. 이 영상은 영화제 기간 열리는 K-Movie Night (여성영화인의 밤)에서도 상영된다.

영화제 측은 강수연 배우 주연 영화 ‘아제 아제 바라아제’(1989, 임권택 감독)도 오는 27일 특별 상영한다. 상영 후에는 변영주 감독, 김아중 배우가 ‘스타 토크’에 참석해 관객들과 강수연 배우가 한국 영화사에 남긴 존재와 자취를 되새기는 시간을 가질 예정이다.

황미요조 프로그래머는 “월드스타로서의 강수연, 한국영화의 정점과 함께 하는 강수연은 우리가 추모하고 간직해야 마땅한 공통 기억이지만, 강수연 배우는 이를 넘어 더 적극적으로 탐구될 필요가 있다”라며 “그가 독자적으로 창조해 낸 공간과 정조, 그리고 당시 여성들과 맺은 공감대는 여성주의적으로 고찰되어야 한다”고 밝혔다. 또 “‘아제 아제 바라아제’ 한 편만 상영하게 되어 무척 아쉽다”, “이번 추모 상영을 준비하는 과정에서 열악한 저작권 현황과 필름 보존 상태에 대해 안타까움을 느낀다. 강수연 배우의 폭과 깊이를 논의하는 것은 마땅히 응답되어야 할 한국 영화의 과제”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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