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딸은 딸, 나는 나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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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성의 심리를 사실적으로 묘사해 온 마샤 노먼의 문제작 '잘자요, 엄마'(원제 Night Mother)가 윤소정·오지혜 주연, 심재찬 연출로 동숭아트센터 소극장에서 6월 4일부터 7월 25일까지 공연된다. 1983년 퓰리처상 수상작인 '잘자요, 엄마'는 죽음을 '선포'하는 딸과 이를 만류하는 엄마의 하룻밤 대화를 통해 모녀라는 관계 속에 내재된 인간의 욕망과 갈등을 그렸다. 딸에게 병적으로 집착하는 델마와 그런 엄마로부터 탈출을 꿈꾸는 제시. 애증이 교차하는 이들 관계엔 실제 모녀인 윤소정(60)·오지혜씨(37)가 열연했다. 지난 27일, 동숭아트센터 연습실에서 막바지 연습에 한창인 이들을 만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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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학 때 박정자 선생님 주연의 연극을 보고 망치로 얻어맞은 것처럼 감명을 받았어요. 꼭 해보고 싶다는 마음이 있었고, 데뷔하고 나서 엄마에게 같이 해보자고 프로포즈를 했죠.”

◀연극 '잘자요, 엄마'의 연습장면.

'첼로' '청바지를 입은 여자' '메디슨 카운티의 다리'등 연극 무대에서 잔뼈가 굵은 윤씨와 '태백산맥' '초록물고기' '와이키키 브라더스' 등 스크린을 누빈 오씨가 함께 무대에 서는 것은 1991년 '따라지의 향연'이후 처음이다.

윤씨는 “어떻게 딸 죽어나가는 것을 보느냐”며 처음엔 딸의 제안을 거절했다고 한다. 반면 오씨의 답은 다르다. “학생 때 전혜린이 우상이어서 딸 이름도 수린이라고 지었어요. 결혼하기 전에는 어떻게 저런 예쁜 딸을 두고 죽을 수 있을까 싶었는데 자식을 낳고 보니, 엄마가 되고 보니 오히려 충분히 그럴 수 있겠다 싶어요. 딸은 딸, 나는 나고, 다른 인생이라고 생각해요.” 윤씨가 슬며시 “딸이 자기 분신이라는 건 그 아픔을 이해한다든가 내적인 것이지, 딸이 내 소유라는 건 아니다”며 그의 말을 거든다.

겉보기에도 닮지 않고 성격마저 판이해 보이는 두 사람. '딴따라'임을 자처하는 오지혜씨는 탤런트 오현경씨가 아버지, 영화배우 윤봉춘씨가 외할아버지다. 가수 양희은이 '여자 오현경'이란 부를 만큼 외모부터 아버지를 쏙 빼 닮은 그는 “어렸을 적엔 엄마에게 못생겼다는 말을 많이 들었다”고 웃으며 말한다.

“엄마의 섹시함이나 우아함을 안 닮아 한 때는 콤플렉스였지만 지금은 많이 자유로워졌어요.”“성격도 아버지를 닮은 것 같다”고 말하자 옆에 있던 심재찬 연출가가 “그래도 사고의 폭은 엄마를 닮아 넓다”고 말을 보탠다.

얼굴 볼 새도 없을 만큼 바빴던 두 사람은 이번 작품을 준비하며 오히려 이전보다 많은 시간을 함께 보낸다.

“만날 겨를이 없었는데, 연극하면서 딸을 자주 만날 수 있게 됐죠. 극중에서 델마가 딸이 내 거라고 생각하는 이유는 오히려 집에서 단 둘이 사는 상황 때문이 아니었을까 싶기도 해요.”

“저는 부모들이 가장 하지 말아야 할 말이 '내가 널 어떻게 키웠는데'라고 생각해요. 제시는 자기 의지대로 할 수 있는 게 하나도 없었죠. 포기가 아니라 선택이라는 얘기가 이해가 가요.”

연극 '잘자요, 엄마'는 릴레이 연극 '연극열전'의 7번째 작품으로, 화·목·금요일 오후 7시 30분, 수요일 오후 3시와 7시 30분, 토요일 오후 4시 30분, 7시 30분. 일요일 오후 4시 30분에 공연한다.

관람료는 3만원(일반). 문의)02-762-0010

임인숙 기자isim1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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