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성 가구주 빈곤율 남성에 비해 3배 이상

지난 21일 경기 수원시에서 숨진 채 발견된 세 모녀가 실거주했던 연립주택 현관문 앞 전경. ⓒ뉴시스·여성신문
지난 21일 경기 수원시에서 숨진 채 발견된 세 모녀가 실거주했던 연립주택 현관문 앞 전경. ⓒ뉴시스·여성신문

8년 전 송파 세 모녀 사건 이후 또다시 생활고로 극단적 선택을 하는 사례가 발생했다. 지난 21일 수원시에서 숨진 채 발견된 세 모녀는 송파 세 모녀의 사례와 닮았다. 극심한 생활고에 시달렸다는 것과 제대로 된 복지서비스를 받지 못했다는 것이 그렇다. 또한 이들은 모두 여성들이다. 지난 8일 기록적인 폭우로 인해 반지하 주택에서 나오지 못하고 사망한 일가족도 모두 여성들이었다. 빈곤에 내몰린 여성들은 생사의 갈림길에 서 있다.

가구주의 성별 빈곤율 그래프 ⓒ통계청
가구주의 성별 빈곤율 그래프 ⓒ통계청

여성의 빈곤은 통계상으로도 집계되고 있다. 통계청의 가계금융복지조사에 따르면 생애 전반에 걸쳐 여성 가구주 가주의 빈곤율은 남성 가구주 가구의 빈곤율보다 높다. 특히 노년층에 이르면 빈곤율의 격차가 매우 커지는데, 남성 가구주 가구의 빈곤율은 30.7%로 기록됐지만 여성 가구주 가구 빈곤율은 65.1%로 2배 넘게 기록됐다.

빈곤한 여성들은 주거 빈곤도 함께 겪고 있다. 2020년 국토교통부의 주거실태조사에 따르면 가구주들의 성별에 따른 반지하 거주 비율은 남성이 1.1%, 여성이 2.2%로 기록됐다. 2014년 송파 세 모녀가 발견된 주택도 반지하였다.

11일 서울 관악구 신림동에 위치한 한 반지하에 폭우로 미쳐 빠져나오지 못하고 참변 당한 발달장애인 가족의 주택. ⓒ홍수형 기자
서울 관악구 신림동에 위치한 한 반지하에 폭우로 미쳐 빠져나오지 못하고 참변 당한 발달장애인 가족의 주택. ⓒ홍수형 기자

저임금 일자리·불안한 고용조건

여성들이 경제적 빈곤을 겪는 이유는 여성의 경제활동 참가율이 낮기 때문이다. 2021년 기준 여성은 59.9%로, 남성은 78%로 조사됐다. 또한 한국 사회의 오랜 관습상 ‘가장’인 남성이 경제적 생산을 하고, 여성은 가사노동을 하는 경우가 많아 여성이 자산을 모으지 못하는 상황이 빈번히 벌어지고 있다. 송파 세 모녀 사건과 수원 세 모녀 사건 모두 남편이 지병으로 세상을 떠난 것으로 알려졌다.

복지 서비스 장벽부터 낮춰야

또한 여성이 노동시장 내에서 가지는 일자리가 낮은 임금과 불안한 고용조건의 직종이기 때문이라는 분석도 나온다. 이는 통계로 확인할 수 있는데, 2021년 여성가족부가 발표한 ‘통계로 보는 여성의 삶’에 따르면 여성 비정규직 근로자 비중 또한 남성(29.4%)보다 15.6%p 더 높다. 전체 근로자 중위 임금의 2/3 미만을 받는 저임금 근로자도 2021년 기준 여성이 24.1%, 남성이 12.0%로 기록됐으며, 최저임금 미만 근로자 비율도 2021년 기준 여성이 21.7%, 남성이 10.7%로 조사됐다.

복지 서비스를 받기 위한 높은 장벽부터 낮추는 것이 시급하다. 보건복지부의 ‘2020 기초생활보장 실태조사 및 평가연구’에 따르면 생계급여와 의료급여의 선정기준에 부합하면서도 이를 수급하지 못하는 비수급 빈곤층의 규모는 48만 가구(73만 명)로 추정된다. 주요 원인으로는 부양의무자 기준이 제시되지만 미신청하는 경우도 흔히 발생하고 있다. 미신청하는 이유로는 ‘제도를 몰라서’ ‘제도는 알지만 신청되지 않을 것 같아서’ ‘신청과정이 번거로워서’ 등이 있었다. 이는 제도에 대한 홍보 및 지자체 담당 공무원, 지방생활 보장위원회 등 수급자 발굴 등의 노력 등 제도 개선으로 보완될 수 있다.

2022년 6월 29일 오후 서울 종로구 돈의동 쪽방촌에서 한 어르신이 방으로 들어가고 있다. ⓒ뉴시스·여성신문
2022년 6월 29일 오후 서울 종로구 돈의동 쪽방촌에서 한 어르신이 방으로 들어가고 있다. ⓒ뉴시스·여성신문

공적인 제도를 통한 소득 보장 또한 이뤄져야 한다. 우리나라의 공적 연금 제도는 현재 비정규직이나 자영업자의 상당 부분을 다루지 못하고 있고 여성의 낮은 경제활동 참가율로 인해 많은 여성들이 공적 연금 대상 밖에 있는 것이 현실이다. 65세 이상 인구 대비 국민연금 수급자 비율은 2021년 기준 남성은 62%, 여성은 36%이었다. 여성 노인의 빈곤율이 매우 높은 이유 중 하나다. 여유진 한국보건사회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은 ‘최근 분배 현황과 정책적 시사점’ 보고서에서 “여성 연금 수급권 강화 등을 통해 노후소득의 적정성과 안정성을 지속적으로 강화해 나가야 할 것”이라고 밝혔다.

그러나 근본적으로는 여성의 경제활동참가율을 높이거나 여성의 노동 환경을 개선하는 것이 필요하다. 이승길 아주대학교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한국젠더법학회 2017년 제1차 젠더와 입법포럼에서 저임금 일자리의 개선을 위한 법제도 도입을 강조하며 “성별임금격차를 축소하기 위해 (가칭) 성별임금격차해소법을 제정해 동일가치노동 동일임금원칙을 적용시킬 수 있다”고 짚었다. 이어 “일·가족·돌봄 지원법을 통해 10 TO 4 더불어돌봄제도 도입, 배우자출산휴가 유급휴일 확대, 육아휴직 급여인상, 아빠 육아휴직보너스제, 유급 가족돌봄휴직제도 등을 도입하는 방안도 있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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