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7대 국회 개원에 부쳐

조현옥

여성정치세력민주연대 대표

지난 시기는 정치적으로 참 바빴다. 정치인들뿐 아니라 우리같은 선량한 국민들도 탄핵에, 선거에 그야말로 매일 극적으로 변하는 정치상황을 쫓아가느라 숨가뿐 시기였다. 오죽하면 극적인 정치적 반전 때문에 TV 드라마나 코미디가 썰렁했다는 이야기가 있을 정도였을까. 특히 어느 때보다 여성정치인에 대한 이야기가 많았던 선거이기도 했다. 탄핵가결 이후 위기에 봉착한 정당들이 여성들을 선거총책으로 내세우면서 여성 지도자론이 솔솔 나오기 시작하고, 여성계의 요구에 부응한 제도개선 등을 통해 여성정치인의 숫자도 급격하게 늘어나면서 이젠 여성정치시대 아니냐는 성급한 결론이 나오기도 했다.

13%라는 여성의원 비율로 여성정치시대를 논하는 것은 우습지만 17대 국회는 무엇보다 여성정치인의 능력을 시험해 볼 수 있는 기회다. 그 동안 여성정치인들의 성적이 좋아도 너무 소수여서 일반화시키기 어려웠고, 여성정치인들의 부정부패 연루사건이 있을 때도 특별케이스로 넘길 수도 있었다. 그러나 이제 10%를 넘어서면서 여성정치인은 개인일 뿐 아니라 여성을 대표하는 여성정치인 집단으로 상징된다. 이런 책임감을 떠 안은 여성정치인들에게 부탁하고 싶은 것을 몇 가지 추려보면 다음과 같다.

우선, 도덕적이어야 한다. 물론 도덕성이야 모든 정치인들에게 해당되는 이야기지만 여성들의 경우에는 좀 더 철저하게 지켜져야 한다. 여성들의 경우 한 사람이라도 부정부패에 연루되면 그 개인만의 문제가 아니라 여성 전체의 부도덕으로 돌아가기 때문이다. '여성들이 정치하면 깨끗해진다더니 결국 여자가 해도 마찬가지다'라는 불신의 늪 속으로 빠져들어가 버린다. 그래서 여성들의 경우 부정부패에 관해서는 철저하게 서로를 감시해야 한다.

두 번째 개혁에 앞장서야 한다. 여성의원들은 대부분 초선이고 정치신인들이다. 정치신인들에게 우리가 기대하는 것은 이제까지 나쁜 관행을 깨고 새로운 정치질서를 만들어 달라는 것이다. 따라서 정치적 구태를 벗고 새로운 정치로 나아가는 데에 여성들이 누구보다 앞장서 달라는 주문을 하고 싶다.

세 번째 여성의 눈치를 봐달라는 것이다. 이제 정치인이 되면 눈치 볼 곳이 정말 많을 것이다. 소속 정당의 당론도 봐야 하고, 계파, 지역 등 그야말로 신경써야 할 곳이 한두 군데가 아니리라. 그러나 여성의원들만이라도 중요한 일을 결정하고 법안을 입안할 때 꼭 여성들을 먼저 염두해 달라는 것이다. 이는 여성들만을 생각하라는 이기적인 생각에서가 아니라 그 동안 정치적으로 소외돼 온 소외계층으로서 여성들을 대표한다는 책임감을 잊지 말아 달라는 부탁이다.

다 똑같은 정치인인데 왜 여성들에게만 너무 부담을 주느냐는 논란도 있을 수 있지만 17대 여성의원들이 남성들보다 많은 부담감을 안는 것은 부인할 수 없는 사실이다. 그들의 활동과 성과에 여성문제의 해결의 많은 부분이 달려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기 때문이다. 부디 17대 국회가 마감할 때 '정말 여성의원들 잘했다'라는 이야기를 할 수 있게 되기를 기원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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