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 나경원 전 국민의힘 의원
‘흰머리 새치’ 권성동 발언에 “씁쓸”
2년 뒤 총선 동작구서 재도전
“중요한 지위 맡기까지 여성 정치인 어려움 커”
남성 위주 정치문화 바꾸고 계파 정치 버려야

나경원 전 국민의힘 의원 ⓒ홍수형 기자
나경원 전 국민의힘 의원 ⓒ홍수형 기자

비상대책위원회 체제를 이어가는 국민의힘은 새 지도부를 선출할 전당대회 시기를 내년 1월 말과 2월초로 내다봤다. 당 내부에선 나경원 전 의원의 이름이 거론된다. 나 전 의원은 지난 18일 여성신문과의 인터뷰에서 “당권 도전에 대해 시사한 적 없고 아직도 고민 중”이라고 한발 물러섰다.

차기 국민의힘 당 대표 선호도 조사를 보면 당심에서 나경원 전 의원이 우위를 차지했다. 여론조사기관 넥스트리서치가 SBS 의뢰로 지난 15~16일 이틀간 전국 만 18세 이상 남녀 1005명을 대상으로 조사해 지난 17일 발표한 결과에 따르면 당 대표 선출에 70% 비중을 차지하는 당심에서는 나경원 28.2%, 안철수 20.9%, 이준석 16.2%, 유승민 8.8%, 김기현 6.7%, 권성동 2.5%를 기록했다.

나 전 의원은 이번 여론조사 결과에 일희일비하지 않는다면서 차기 당 대표의 역할이 매우 중요해졌다고 강조했다. “여론조사엔 늘 함정이 있다고 생각합니다. 여론조사만이 모든 국민의 마음을 대변하다고 보지도 않고요. 아무래도 저는 국민의 마음속에 국민의힘의 정통 당원을 대표하는 사람 아닌가 생각하는데 그런 지지에 있어서 조금 부정적일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여론조사에 일희일비하진 않습니다. 사실 차기 당 대표는 중요한 당 대표입니다. 내후년에 있을 총선의 공천 문제를 마무리해야 하고 특히 여당의 공천은 대통령실과의 조율도 필요하기 때문에 국민의 뜻을 잘 받들어야 합니다. 또 국민들과의 소통도 중요하지만 여당 내의 소통도 굉장히 중요합니다. 누가 더 잘 할 수 있을지 지켜봐야 합니다.”

나경원 전 국민의힘 의원이 자신의 지역구인 동작구에서 수해 복구 작업을 하고 있다. ⓒ나경원블로그
나경원 전 국민의힘 의원이 자신의 지역구인 동작구에서 수해 복구 작업을 하고 있다. ⓒ나경원블로그
나경원 전 국민의힘 의원이 자신의 지역구인 동작구에서 수해 복구 작업을 하고 있다. ⓒ나경원블로그
나경원 전 국민의힘 의원이 자신의 지역구인 동작구에서 수해 복구 작업을 하고 있다. ⓒ나경원블로그

2년 뒤 총선에선 자신의 지역구인 동작을에 재도전할 전망이다. “지난 21대 총선에서 제가 실패한 이후에 사실 지역에서 다시 도전할 생각으로 동작을 지켜왔습니다. 물론 작년에 서울시장에 도전했고 당 대표 선거에 나가보기도 했지만 그것이 동작 지역을 떠나겠다는 것은 아니었다는 것을 구민께서 잘 아실 겁니다. 2년 뒤 총선에 대한 준비는 다른 것이 아닙니다. 지역의 중요한 현안들을 주민과 함께 해결해 가려고 노력 중입니다. 다만 지금은 현역 의원이 아니기 때문에 제가 너무 나서서 한다기보다는 주민과의 소통을 게을리 하지 않고 있습니다.”

윤석열 정부에 대해선 응원의 메시지를 냈다. “윤 대통령 취임 100일 기자회견에서 (민심을) 겸허히 받든다는 말씀도 하시고 첫째도 둘째도 국민에 뜻에 따라서 하겠다고 말씀하셨지만 부족한 부분은 보충해 가야 됩니다. 다만 국정 방향은 바르게 설정됐다고 생각합니다. 국정 방향에 맞춰 제대로 갈 수 있도록 여당 내에서도 대통령을 비판하기보다는 좀 더 힘을 실어야 한다는 생각입니다. 국제·외교·경제적으로 어려울 때 힘을 조금만 실어주면 제대로 가지 않을까 싶습니다. 지난 주말에 민노총의 집회를 보면서 우리가 더 이상 물러설 곳이 없다고 판단했습니다. 반미투쟁을 외치며 북한 단체가 보내온 연대사를 읽었습니다. 헌정질서를 흔드는 집회였습니다. 윤 정부가 지지율이 떨어지면서 힘이 빠지는 듯하니까 본격적인 흔들기에 나서고 있는데 이럴 때 일수록 우리가 힘을 합쳐야 합니다.”

“못 본 사이에, 나경원도 나잇값 하네 이제….” 지난 11일 서울 동작구 폭우 침수피해 지역에서 나온 권성동 국민의힘 원내대표가 나 전 의원의 흰머리 새치를 언급하며 나온 발언이다. 나 전 의원은 당시 상황을 떠올리며 씁쓸했다고 밝혔다. “사실 저도 당시 말은 아꼈지만 씁쓸한 심정입니다. 제가 (권 원내대표의 발언에 대해) 아무런 말을 하진 않았지만 ‘흰머리가 났다’고 그랬습니다. 가끔은 그런 말에 되받아치기도 하는데 영상이 화제가 되면서 좀 더 씁쓸한 느낌입니다.”

나경원 전 국민의힘 의원 ⓒ홍수형 기자
나경원 전 국민의힘 의원 ⓒ홍수형 기자

다음은 나 전 의원과 나눈 일문일답.

-외모품평 등 여성 정치인이라 겪은 불이익은 무엇입니까?

“여성 정치인은 참 어렵습니다. 여성 정치인들이 초선으로 (국회에) 들어오면 약간의 스포트라이트를 받습니다. 왜냐면 숫자가 적으니까 많은 분들이 기억하기 쉽습니다. 또 위원회에서도 여성은 30%가 들어가야 하기 때문에 여성 정치인이 제일 바쁩니다. 저도 초선 때 가장 많은 위원회에 속한 위원이었습니다. 그러나 진짜 중요한 지위에 가는 순간 여성 정치인이 그 문턱을 넘기엔 아직도 힘들다고 생각합니다. 그 문을 깨어보고자 지금도 뚜벅뚜벅 걸어가는 중입니다.”

-당내 4선 중진의 대표적 여성 정치인으로서 여성 후배 양성에 어떤 역할을 할 수 있습니까?

“원내대표 시절 여성 50% 의무 공천 관련된 선거법 개정을 하지 못한 것이 너무나 아쉽습니다. 원내대표를 생각보다 빠르게 그만두면서 법안을 마무리 하지 못했습니다. 할당제에 대해 여러 가지 비판도 있지만 정치 영역에선 아직 여성이 마이너입니다. 여성이 좀 더 활동할 수 있는 무대를 만드는 것이 선배 정치인으로 가장 중요한 일이라고 생각합니다. 제가 2004년부터 국회에 있었는데 수많은 비례대표 여성 의원들이 한 번 하고 그만두는 것을 보았습니다. 4년 간 정치를 하면서 그들의 정치적 능력도 함양됐을 텐데 어떻게 보면 한 번 쓰이고 버려지는 것입니다. 이런 현상엔 두 가지 이유가 있다고 봅니다. 첫째는 남성 위주의 정치 문화에서 여성 정치인들이 비례대표 다음 지역구 정치인으로 성장하는 데 있어서 한계가 분명합니다. 남성도 비율이 그리 높진 않지만 여성은 그 비율이 더 낮습니다. 둘째는 여성 정치인 스스로 능력을 함양해야 되지 않나 싶습니다. 제 정치 인생이 굉장히 순조로웠을 것 같은데 그렇지 않습니다. 여기까지 올 수 있었던 것은 제가 계파 정치를 하지 않았기 때문이라고 생각합니다. 줄을 서지 않고 자신이 할 수 있는 영역에서 최선을 다한다면 더 많은 기회가 있을 것이라고 봅니다.”

-나경원이 생각하는 페미니즘은 무엇입니까?

“페미니즘이다 아니다를 용어로 구분 짓기 전에 차별과 불편을 해소시키는 것이 맞다고 생각합니다. 장애인이든 여성이든 아직도 약자의 지위에 있는 사람들을 인간답게 살 수 있도록 권리와 기회를 보장해주는 것입니다. 물론 현재 여성이 겪는 차별과 불평등이 더 심각하지만 멀리 내다봤을 때 여성이든 남성이든 누구나의 문제로 갈 수 있다고 봅니다.”

-궁극적으로 만들고 싶은 세상은 무엇입니까?

“여성은 모성애라는 것이 있다고 생각합니다. 이건 결혼 유무나 출산 유무와 다르다고 봅니다. 저는 제가 사는 세상보다 더 나은 세상을 우리 아이들에게 물려주고 싶습니다. 대한민국이 경제 발전을 이루고 기후 위기를 끝내는 것 등을 의미할 수 있는데 가장 중요한 것은 지속 가능한 발전이라고 생각합니다. 그런 의미에서 저는 보수의 가치가 대한민국 아이들에게 더 좋은 대한민국을 물려줄 수 있는 가치라고 생각했기에 보수 정치인의 길을 가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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