복지부 산하 공공기관서 지난해 집단 괴롭힘
하급자에 비하발언...‘비서’라며 개인 심부름 시켜
사내 신고하자 오히려 업무 배제
피해자, 퇴사 후 정신과 치료 받아
인권위 “직장 내 괴롭힘 인정되나
기관 대응 미비...하급자 무시 직장문화
가해자 경고·인권교육 필요해”

보건복지부 산하 아동권리보장원에서 직장 내 괴롭힘이 발생한 사실이 뒤늦게 드러났다.  ⓒ여성신문
보건복지부 산하 아동권리보장원에서 직장 내 괴롭힘이 발생한 사실이 뒤늦게 드러났다. ⓒ여성신문

보건복지부 산하 아동권리보장원 직원들이 부하 직원에게 폭언을 일삼고 개인 심부름을 시키는 등 직장 내 괴롭힘을 저지른 일이 뒤늦게 드러났다. 피해자는 충격으로 퇴사해 정신과 치료를 받고 있다. 아동권리보장원 측이 뒤늦게 조사에 나섰으나 가벼운 징계에 그쳤다. 조직문화 개선이 필요하다는 지적도 나왔다.

여성신문 취재 결과를 종합하면, 아동권리보장원 직원 3명은 피해자가 2021년 4월 입사해 퇴사하기까지 약 반년간 피해자를 비하하고 모멸감을 주는 발언을 공개적으로 했다.

이들은 주로 하급자인 피해자의 업무 미숙, 실수 등을 트집 잡아 직원들 앞에서 피해자에게 언성을 높였다. “너는 이거 하나도 제대로 못 하냐, 할 줄 아는 게 뭐냐”, “쟤는 너무 답답하다, 답답해”, “OOO(피해자) 내일부터 출근하지 말라고 해”, “공공기관이 어떤 곳인지는 알아요? 공공이 무슨 뜻인지, 개념이 뭔지 알아요?””글자 제대로 읽었어요? 문장 제대로 이해가 안 돼요? 등 폭언을 했다.

한 직원은 피해자를 ‘비서’라고 부르며 일과시간 중 피해자에게 점심 도시락과 커피 심부름 등 사적 심부름을 월 5∼6회가량 시켰다. 

피해자는 인격권을 침해당했고, 다른 상급자에게 ‘갑질’ 피해를 알렸으나 오히려 원하는 업무에서 배제되고 원치 않는 업무를 맡게 돼 부당한 업무 조정이 이뤄졌다면서 인권위에 진정했다.

가해자로 지목된 직원들은 “직원들 앞에서 피해자에게 소리 지르거나 폭언한 적 없다”, “사적인 심부름을 1회 지시한 적 있지만 피해자의 호의에 의한 것이었다”, “부당한 업무 분장이나 지시를 하지 않았다”라고 주장했다.

그러나 인권위 침해구제제2위원회는 “직장 내 갑질”이라고 봤다. 지난 6월24일 내린 결정에서 “(가해 직원들이) 직장 내 지위 또는 관계 등의 우위를 이용해 업무상 적정 범위를 넘은 질책을 했다”며, “각각의 사건들이 모두 직장 내 괴롭힘에 해당한다고 단정할 수 없을지라도 (...) 결과적으로 피해자의 인격권과 인간의 존엄과 가치 등을 침해했다”고 판단했다.

아동권리보장원은 피해자의 인권위 진정 이후 올 초 자체 진상조사에 나섰다. 가해 직원 한 명이 피해자에게 사적 심부름을 월 5∼6회 정도 시켰고, 피해자를 ‘비서’라고 부른 데 대해 5월 23일 ‘견책’ 처분을 내렸다. 경징계에 그친 셈이다. 

인권위는 “(가해 직원들이) 진정인에게 폭언해 인격권을 침해한 사실, 갑질 신고에 대해 적절한 조치를 취하지 않거나 결재권을 남용한 사실 등에 대해서는 별도의 조치가 이루어지지 않았다”, “상급자들이 하급 직원을 무시하는 조직 분위기가 존재한다는 점을 조사 과정에서 확인했다”고 지적했다.

인권위는 아동권리보장원장에게 △(퇴사한 가해 직원 1명 제외) 가해 직원 3명에게 각각 ‘서면경고’ 조치 △임직원이 인권위의 ‘직장 내 갑질 방지’를 위한 특별 인권교육 수강 △조직진단을 통해 인권친화적인 조직문화가 조성되도록 개선하라고 지난 10일 권고했다. 인권위의 권고를 받은 관계기관장은 권고를 받은 날로부터 90일 이내에 답변해야 한다.

아동권리보장원은 아동보호서비스를 통합적·체계적으로 지원하기 위해 2019년 설립된 공공기관이다. 요보호아동지원, 아동학대 대응 및 예방, 아동정책영향평가, 아동정책기본계획 수립 지원 등을 수행한다. 

여성신문은 아동권리보장원의 입장과 재발방지 대책을 듣고자 했으나, “내부 논의 중이다”, “지금은 답할 수 없다”는 답변만 받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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