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 김숙자 명지대 법과대학 명예교수
『눈으로 보고 마음으로 걷다』 출간

김숙자 전 배화여대총장 ⓒ홍수형 기자
김숙자 명지대 법과대학 명예교수 ⓒ홍수형 기자

“세 딸과 세 손주들에게 제가 보고 느낀 삶을 전하고 싶어 기록을 정리하기로 마음먹었지요.”

민법 권위자인 김숙자(78) 명지대 법과대학 명예교수가 최근 에세이 『눈으로 보고 마음으로 걷다』를 펴낸 이유를 이렇게 설명했다. “한 마디 말보다 한 장의 편지가 더 오래, 더 깊게 마음을 전할 때가 많아요. 제 글이 저희 가족뿐 아니라 글을 읽는 분들의 마음에도 다가갈 수 있으면 좋겠습니다.”

이화여대와 연세대에서 법학을 공부한 김 총장은 1984년부터 명지대 법대 교수로 재임하며 학장, 사회교육대학원장을 지냈으며 퇴임 후에는 배화여대 총장으로 8년간 재임했다. 법률구조법인 한국가정법률상담소 자원봉사 부소장으로 일하며 여성의 법적 지위향상을 위한 여성운동도 활발히 전개했다. 법률복지 향상에 기여한 공로로 국민훈장 목련장을 받았다.

김 교수는 지난 2019년 2월 총장직을 내려놓으며 쉼표를 찍었다. ‘시간강사’로 처음 강단에 선 뒤 안식년도 없이 40년 가까이 달려온 그에게 주어진 휴식이었다.

“퇴임 직후엔 아주 신이 났어요. 2주 지나고 나니 식사와 독서로 시간을 보내는 것이 조금 아쉽더라고요. 보다 생산적인 일을 해야겠다고 생각하고 집안 정리를 시작했지요.”

옷장과 가구를 정리한 뒤에는 평생 쓴 일기와 출장과 여행을 다니며 꼼꼼히 정리한 여행 기록을 정리하기 시작했다. 처음에는 기록물을 책으로 출간할 생각이 없었다. 컴퓨터로 정리해 파일로 손자들에게 전달할 생각이었다. 하지만 정리한 글을 본 남편이 “책으로 출간해야 한다”고 강력하게 추진해 마침내 『눈으로 보고 마음으로 걷다』가 세상에 나올 수 있었다. 

『눈으로 보고 마음으로 걷다』 김숙자 지음, 박영사 펴냄
『눈으로 보고 마음으로 걷다』 김숙자 지음, 박영사 펴냄

김 교수는 평생 글쓰기를 해왔다. 논문과 판례 평석 뿐 아니라 하루를 기록하는 일기를 썼다. 삶의 단상뿐 아니라 업무 중 받은 질문에 대한 답변도 꼼꼼히 기록했다. 글쓰기는 그의 오랜 습관이라고 했다.

“어릴 때부터 습관처럼 일상을 기록했어요. 병명도 알지 못하는 질병으로 몸이 아프고 지칠 때 글을 쓰며 속마음을 털어내고 고통도 잊었지요. 기쁜 일이 있을 때는 남들에게 내색하기보다는 차분히 글로 감정을 담아내기도 했고요. ‘과거(어제)를 기록하고 현재(오늘)를 살며 미래(내일)를 꿈꾸자’를 제 삶의 기조로 삼았습니다. 제 삶의 여정에서 글쓰기는 때때로 치유의 처방이 되기도 했고, 때로는 절제와 인내의 묘약도 됐지요.”

김 교수는 평생 써온 일기와 수십 권 분량의 여행 기록과 사진, 추모사 등을 291쪽으로 정리했다. 책은 1부 ‘길 따라, 발길 따라’, 2부 ‘인연을 누리며, 자연과 벗하며’, 3부 ‘세월이 그려내는 이야기’ 등 세 가지 주제로 나뉜다. 그가 “눈으로 보고 마음으로 걷는 심정으로” 일기와 기록물, 직접 찍은 사진 중에 추리고 추린 내용이다. 아름다운 유럽의 풍경과 함께 일생의 여정에서 맺어진 인연, 손자를 향한 애틋한 마음도 이 책에 담아냈다. 고 이태영 박사의 제자로서 써내려간 20주기 추모사도 실었다.

김 교수는 평범한 일상을 기록하며 얻은 충만을 손자들뿐 아니라 더 많은 이들과 나누고 싶다고 했다.

“좌절과 절망으로 방황하거나 고통과 슬픔으로 힘드신 분, 배신 또는 억울함으로 분노에 쌓이신 분에게 저는 치유의 약 처방으로 글쓰기를 권해 드립니다. 즐거움과 기쁨이 충만하고 승승장구하는 분에게도 역시 겸손과 절제, 감사의 묘약이 될 수 있는 글쓰기를 권하고 싶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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