필리핀 최초 여성 외무부 장관 델리아 도밍고 알버트

필리핀 첫 여성 외무부 장관,

-국가안보 경제외교 해외이주 필리핀인 복지문제 주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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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필리핀의 경우, 여성교육이 다른 아시아 국가들보다 상대적으로 일찍 시작됐고, 대가족제 안에서도 여성의 다양한 역할과 능력을 인정하는 관대한 가정 분위기 때문에 2명의 여성대통령이 탄생했다고 본다. 특히 모든 정부 부처에서 성인지적 관점의 발전 예산을 5% 책정한 것도 여성의 고위직 진출에 중요한 영향을 끼쳤다고 생각한다.”

세계여성지도자회의(GSW)에 참가, 장관급 원탁회의 리포트 작업에 활발히 참여한 필리핀 첫 여성 외무부장관 델리아 도밍고 알버트(62). 글로리아 마카파갈 아로요 대통령의 재선이 확실시되고 있는 가운데 알버트 장관은 “필리핀 국민들이 아로요 대통령의 정책에 대해 인정한다는 반응이 이번 대선 결과로 나타날 것이고, 아로요가 재선에 성공한다면 경제대통령으로서 경제정책을 밀고 나갈 시간을 좀 더 여유 있게 가질 것이다”라는 의견을 표했다. 그는 또한 한국의 여성 대통령 탄생 가능성에 대해 “멀지 않은 장래에 한국에 여성대통령이 탄생할 것이고, 한국인의 선택은 최선이라는 점을 확신한다”라고 낙관했다.

알버트 장관은 국가안보, 경제외교 그리고 해외이주 필리핀인들의 복지, 이 3가지 축을 필리핀 외교정책의 핵으로 보고 있다. 이번 한국 방문에서도 반기문 외교통상부 장관과 만나 북핵문제의 평화적 해결 필요성을 강조했다는 알버트 장관은 '크리스탈 볼'이란 표현을 빌려 북한문제 해결의 난해성을 시사하기도 했다. 그는 필리핀 여성들의 최대문제를 실업으로 보고 있는데, 이때 필연적으로 따라 나오는 문제가 바로 해외이주 여성노동자들의 문제다. 28일 인터뷰에서도 “아침에 대사관저에서 필리핀 이주노동자 문제와 관련한 교회 관계자들로부터 성매매 등 많은 슬픈 얘기를 들었다”고 전하는 그의 어조엔 침울함이 깔려 있었다. 알버트 장관은 호주 대사 시절, 대부분이 여성인 20여 만 명에 이르는 호주 거주 필리핀인들의 이미지를 개선시키고 사기를 북돋우기 위해 '성공한 필리핀 여성상'을 제정한 일화를 들려주며 한국에서도 이 같은 노력이 필요한 점을 시사했다. 이 상의 수상자 중 한 여성은 호주에 처음 왔을 때 공항 청소부로 일했으나 각고의 노력 끝에 이젠 그 공항에서 잡역부들을 총괄 지휘하는 책임자가 되었다고. 한편, 7년간에 걸쳐 필리핀산 망고를 호주에 수입시키려 꾸준히 노력했고, 그 결과 이젠 필리핀산 망고가 호주를 넘어 미국까지 수입될 수 있게 됐다는 경제 외교관으로서 면모를 과시하기도 했다.

알버트 장관은 67년부터 외무부에 수습직원으로 발을 들여놓은 후 73년 정식 외무고시에 합격, 직업 외교관의 길을 걸어 왔다. 그는 모국어를 포함, 영어 독일어 프랑스어 루마니아어 스페인어 일본어 등 7개 국어를 구사하면서 유럽 외교통으로 활약해 왔다. 이 공로로 독일연방공화국으로부터 훈장을 받은 알버트 장관은 호주 대사를 거쳐 지난해 12월 22일 필리핀 첫 여성 외무부 장관으로 지명됐다. 가족으로는 ZDF TV 간부를 역임한 독일인 남편과 경제학과 법대생인 딸이 있다. 취미는 출근시 장관실이 있는 14층까지를 매일 걸어 올라가는 것과, 골프, 그리고 역사책 읽기라고.

박이은경 편집국장pleu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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