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외된 여성의 해방과 인간화』
손덕수 지음, 동연 펴냄

『소외된 여성의 해방과 인간화』(손덕수/동연) ⓒ동연
소외된 여성의 해방과 인간화(손덕수/동연) ⓒ동연

“미혼모와 이를 위해 미혼부를 찾아 상벌을 주는 법 제도를 확립하자.”
“무임 가사노동 성격은 여성의 매춘을 잉태하고 있다.”
“화장대를 치워라. 그 자리에 지식과 실력을 배양할 수 있는 터전을 쌓자.”

지금 읽어도 낡지 않은 말을 거침없이 써내려간 사람은 바로 여성학자 손덕수다.

손덕수는 1941년 서울에서 태어나 독일로 유학을 떠나 사회교육학 석사, 여성사회학 박사 학위를 취득했다. 이후 귀국해 이화여자대학교 대학원에서 여성학 강의, 효성여자대학교에서 사회복지학 교수를 역임하며 여성의 지위와 복지 향상을 위한 연구와 실천에 반평생을 바쳤다. 2000년대 초부터는 컴퓨터 그래픽을 이용해 여성의 삶에 대한 문제의식을 그림으로 그렸다. 그가 갖고 있던 이론과 현장 실천은 시대를 한참 앞서나갔다. 그런 그의 이론과 그림을 담은 책 『소외된 여성의 해방과 인간화』가 나왔다.

모성은 구조선 ⓒ손덕수
모성은 구조선 ⓒ손덕수

이 책은 사회철학자이자 손덕수의 남편인 이삼열의 자기 반성문으로 시작한다. 아내의 기준으로는 자신 역시 ‘가부장 사회의 전통적 남편’일 뿐이었다고 말하는 그는 아내의 자유나 자율성을 존중해주고 소질과 장점을 인정해주는 데 인색했다고 고백한다. 그런 그가 아픈 아내를 대신해 편집에 나선 것은 아내에게 일생 진 빚을 갚는 일이라고 생각한 것이라 밝히기도 한다.

이 책은 총 5장으로, 1장 ‘억압과 소외의 현장에서’, 2장 ‘나는 왜 페미니스트가 되었는가’, 3장 ‘가사노동과 여성 해방의 과제’, 4장 ‘페미니즘 운동과 인간화의 길’, 5장 ‘여성의 교육, 노동, 봉사’가 그 내용이다. 특히 3장의 가사노동과 여성 해방의 과제는 손덕수가 오랜 시간 주장했던 ‘무보수 가사 노동의 짐을 해결해야 여성 해방이 실현된다’는 이데올로기를 잘 담아내고 있다.

여남 평등의 꿈 ⓒ손덕수
여남 평등의 꿈 ⓒ손덕수

3장에서 인용된 손덕수의 글에 따르면, 손덕수는 슈뢰더의 주장을 빌려 가사노동이 저평가됨에 따라 남녀 간의 부의 편재 현상이 발생하고 이로 인해 경제적으로 ‘무력한’ 여성이 발생했다고 주장한다. 그는 가사노동을 존중하지 않으면 결국 여성들이 결혼도, 출산도 거부할 것이라고 예견했다. 이는 현재 절박한 현실이 돼 한국의 가장 큰 사회문제로 나타나고 있다.

소외된 여성들의 억압된 현실을 드러내며 날카롭게 목소리를 내던 손덕수의 말들은 유효하다. 한국 사회의 성차별이 여전하기 때문이다. 한국의 젠더 격차는 세계 146개국 중 99위(세계경제포럼 성 격차 보고서 2022)고, 페미니즘에 대한 백래시는 강력하다. 이런 상황에서 손덕수의 글과 그림은 혐오와 편견에 더욱 강하게 맞설 수 있는 힘이 되어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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