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기업의 과장인 K씨는 그동안 열심히 살아왔던 사람인데 수년전부

터 식후에 변의를 느껴 하루에 수차례 화장실을 들락거리고 간헐적으

로 복통이 수반되며, 어쩌다 저녁에 회식자리에 어울려 술이라도 들

게 되면 더욱 증상이 악화되어 본인의 외래를 찾아왔다. 진찰소견은

정상이었고 일반혈액검사와 대변잠혈 및 기생충검사, 대장조영촬영,

S결장내시경검사 등을 시행하였는데 모두 정상이었다. 단지 K씨는 과

민성 대장증후군 환자로서 나는 그에게 질병의 성격과 식이요법에 대

해서 설명하였고, 외래에서 약물치료를 하고 있다.

'과민성 대장증후군'이란 기질적 질병이 아닌 대장기능에이상이 생

겨 장기간 반복되는 하복부 불편감, 혹은 통증을 동반한 배변습관의

장애를 주증상으로 하는 일련의 장운동 장애를 지칭한다. 외국의 경

우에는 건강한 성인의 약 3분의 1에서 복통 및 비정상적인 배변습관

을 경험하며 이들의 약 절반이 의사를 찾게 되고 소화기 전문의를 찾

는 환자의 17-52%는 과민성 대장증후군이라고 알려져 있으나 아직까

지 국내의 발생 빈도에 대한 보고는 없는 실정이다. 우리나라도 점차

서구화돼가는 식생활의 변화로 미루어 보아 외물?유사할 것으로 생

각된다. 과민성 대장증후군은 20-60세에서 많이 발생하며, 서구에서

의 남녀비는 1:2로 여자에게 흔하지만 동양에서는 남녀비가 비슷하다

는 보고도 있다. 과민성 대장증후군은 증상에 따라 복통과 변비가 주

증상인 유형, 복통은 없이 설사만을 호소하는 유형 및 설사와 변비가

반복적으로 나타나는 유형 등 세가지로 구분하는데 복통과 변비를 주

증상으로 하는 유형이 가장 흔하다.

첫째, 복통을 호소하는 환자들은 대부분 통증이 하복부, 특히 좌측

하복부에 발생하고 복부 어디서나 발생할 수 있는데, 드물게 우상복

부 또는 심와부 동통을 호소하기도 하여 담관 질환이나 소화성궤양으

로 오인하기도 한다. 대변의 양은 적고 단단하며 마치 토끼똥 같은

연필 모양의 가는 변을 보기도 하며 배변 후 복통이 소실되는 특징이

있다. 정신적인 스트레스 및 많은 양의 지방식은 증상을 악화되시키

며 과일, 샐러드, 커피 및 음주 등이 증상을 유발시키기도 한다.

둘째, 복통이 동반되지 않고 설사만을 호소하는 유형은 수주 또는

수개월간 설사가 계속되다가 일정기간 증상이 자연적으로 소실되고

다시 재발하는 경우가 많다. 대부분 아침 기상 직후 또는 아침식사

직후에 증상이 발생하며 3-4회 정도의 점액이 포함된 묽은 대변을 보

고 나면 하루의 나머지 동안은 별 이상 없이 지내는 경우가 많으며

야간에 증상이 나타나는 경우는 거의 없다.

셋째, 설사 및 변비가 반복적으로 나타나는 유형은 변비 또는 소량

의 묽은 변을 자주 보게 되며 이와 같은 증상이 교대로 나타나는 것

이 특징이다.

과민성 대장증후군의 원인은 아직까지 확실하지 않으나 장운동장애,

정신적인 요인, 음식물 또는 감염 등과 관련이 있을 것으로 생각되고

있다. 정신적인 요인과의 연관성은 과민성 대장증후군 환자의 대부분

이 스트레스에 대처하는 방법이 정상인에 비해 다소 부적합하고, 의

존적이며, 경직되어 있고, 일상생활에서 흔히 접하는 일에 과민한 반

응을 보이는 경우가 많다고 한다.

과민성 대장증후군 환자를 심리검사해보면 이들이 사회적 관습에 얽

매어 융통성이 결여되었고 또한 갈등을 쉽게 표출하는 경향이 있고

건강 염려증이나 우울증, 히스테리척도가 높아 신체적 증상이나 그

기능에 대한 우려가 심하고 정서적 우울감과 비관성 및 근심, 걱정이

많으며 자기중심적이고 대인관계에서 통찰력이 결여된 경우가 많아서

우울증, 히스테리 및 강박관념 등의 심각한 정신질환이 동반된 경우

를 간혹 관찰할 수 있다. 또 과민성 대장증후군 환자가 호소하는 증

상이 정신적인 스트레스에 의해서 악화되는 것을 흔히 경험하게 된

다. 이외에도 세균 또는 바이러스 감염, 음식 특히 우유에 대한 불내

성에 의해서도 생길 수 있다.

과민성 대장증후군의 치료를 위해서는 대장조영 촬영과 대장내시경

검사를 통해 만성 염증성 장질환 또는 악성 종양 등의 기질적 장질환

과 뚜렷이 구별할 수 있는 것이 무엇보다도 중요하다. 증상의 정도에

따라 경증, 중등도, 중증으로 나누어 볼 때 경증군은 환자의 약 70%

정도를 차지하며 비교적 정상생활을 영위할 수 있고, 정신사회적인

문제가 거의 없어 별로 의료기관을 찾지 않는다. 이러한 환자들은 대

부분 질병에 대한 인식 및 식생활의 교정으로 치료될 수 있다. 식이

요법으로는 예를 들면, 우유 같은 특정 음식물이 증상을 유발시키는

지 본인이 알아야 하며 복통이 동반된 변비형의 경우 대변의 양을 증

가시키는 음식물 즉 호밀빵, 과일 및 채소 등의 섭취가 도움을 줄 수

있으며 밀겨를 주면 호전된다. 설사가 주증상인 유형은 초기에는 대

변량을 줄일 수 있는 식사를 하도록 하며 카페인이 함유되어 있는 음

료수, 지방식이, 알콜, 껌, 과식, 가스형성 음식, 맥주 등의 주류 섭

취를 금하여야 한다. 이와 같은 요법에도 증세의 호전이 없을 경우에

는 유당 불내성의 가능성을 고려하여 유당이 적게 함유되어 있는 음

식물을 들고 솔비듬이나 설탕 같은 탄수화물의 섭취를 피해야 할 것

이다. 중등도군은 약 25%를 차지하는데 증상이 때로는 심하게 나타날

수 있다.

이들은 증상에 의해 정신적, 사회적인 고통을 겪기도 하며 증상들이

장관운동과 연관되어 있어 식사 후 악화되고 배변 후 완화되는 특징

을 갖는다. 증상을 악화시키는 요인(음식물, 호르몬의 변화, 약물,

스트레스)이 있는지 관찰한 후에 이것들을 교정하도록 노력하여야 한

다.

이러한 식이요법이나 약물치료 등의 보존적인 치료에 반응하지 않으

며 정신의학적 치료를 병행하면 많은 효과를 얻을 수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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