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간호사 근무현실 보니] “주 60시간 근무는 예사, 3일 연속 밤샘 근무도”
[간호사 근무현실 보니] “주 60시간 근무는 예사, 3일 연속 밤샘 근무도”
  • 김민주 기자
  • 승인 2022.08.22 16:15
  • 수정 2022-08-22 16:39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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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간호사 A씨 병원에서 쓰러진 까닭은?]
숨진 A간호사 환자 총관리·연구겸해 업무 과중
간호사 월 평균 초과근무 시간 15.5시간
‘간호인력 인권법’ ‘간호법’ 제정 목소리도

지난 7월 서울아산병원에서 근무 중 쓰러져 숨진 간호사 A씨 사건의 발생 원인을 찾고 근본적인 문제 해결을 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뜨겁다. 의료업계에서는 당시 뇌출혈을 수술할 의사가 없었다는 것을 근거로 들어, 필수 의료 인력이 부족한 것을 원인으로 꼽는다. 간호업계에서는 간호사의 과중한 업무에 대해 지적하고 있다. 인력 부족으로 인한 초과근무, 휴무가 제대로 보장되지 않는 상황은 간호사들이 겪는 고질적인 문제이기 때문이다. 

지역의 한 종합병원에 재직 중인 간호사의 근무 시간표. ⓒ여성신문
지역의 한 종합병원에 재직 중인 간호사의 근무 시간표. ⓒ여성신문

상급종합병원 신입 간호사 근무 현실 보니
규정 상 오후 10시 퇴근, 실제론 새벽 2시 퇴근
사망한 A씨, 책임간호사·인증평가로 근무량 多

서울아산병원은 상급종합병원이다. 다른 종합병원에 비해 담당하는 환자 수가 적지만 중증도가 높은 어려운 환자들이 많아 노동 강도가 높은 편이다. 업계에선 상급종합병원 신규 간호사는 정해진 출퇴근 시간을 넘겨 근무하는 오버타임이 당연한 일이라고 입을 모은다. 건강권 실현을 위한 행동하는 간호사회(행동하는 간호사회)의 김민정 운영위원은 “신입 간호사는 이브닝 타임이 오후 10, 11시에 끝나는데도 오전 2시에 퇴근하는 경우가 많다. 데이 타임인 경우에는 오후 2, 3시에 퇴근인데 오후 6시에 집에 가기도 한다”고 밝혔다.

근속연수 10년이 넘은 A씨는 과장급 간호사로 간호간병통합서비스 병동 책임간호사로 일했다. 책임간호사는 병동에 있는 환자들의 총관리 업무와 연구 사업, 프로젝트를 맡는다. 연구 사업을 위한 시간은 업무 시간으로 들어가지 않아 개인 시간을 따로 내 보고자료를 만들어야 한다.

게다가 9월 병원 인증평가를 앞두고 있는 상황이라 A씨의 업무가 과중했을 것이라고 단체는 설명했다. 김민정 운영위원은 “인증평가가 다가오면 매뉴얼을 외우거나 시험을 치기 위한 준비를 하는 등 상당한 노력을 해야 한다”며 “상급종합병원의 경우 인증평가제도는 홍보에도 활용할 수 있고, 병원 운영에도 중요하기 때문에 사활을 거는 일”이라고 말했다. 

국제 간호사의날 맞아 12일 서울 종로구 동화면세점 앞에서 대한간호사협회와 전국보건의료산업노동조합이 모여 '간호법 제정' 촉구 집회를 열었다. ⓒ홍수형 기자
국제 간호사의날인 5월 12일 서울 종로구 동화면세점 앞에서 대한간호사협회와 전국보건의료산업노동조합이 모여 '간호법 제정' 촉구 집회를 열었다. ⓒ홍수형 기자

간호사 1인당 월평균 초과근무 시간 15.5시간
1인당 환자수 12명 정해져있지만 지켜지지 않아

과중한 업무는 간호사들이 겪는 고질적 문제로 꼽힌다. 여성신문이 입수한 한 지역 종합병원의 2022년 1월 근무 시간표에 따르면, B간호사는 6일 연속 근무(24~29일)로 공식 근무 시간은 주 48시간을 늘 넘겼다. 거의 매일 1, 2시간씩 초과근무하며 주 54~60시간을 일했다. 나이트 근무가 3일 연속 발생한 경우는 보건복지부가 권고하는 ‘간호인력 야간근무 가이드라인’에 어긋나는 것이지만, 권고에 불과해 지키지 않아도 별다른 불이익은 없다. B간호사는 이렇게 근무한 한 달 동안 총 7일만 쉴 수 있었다.

간호사의 초과근무 실태는 통계상으로도 드러나고 있다. 서울시가 2021년 12월 국회 행정안전위원회 소속 한병도 더불어민주당 의원에게 제출한 ‘2018~2021 서울 시립병원 정원 과부족 현황’에 따르면 간호사 1인당 월 평균 초과근무 시간은 2018년 9.6시간, 2019년 9.2시간, 2020년 8.2시간으로 감소하다가 2021년 15.5시간으로 배 가까이 상승했다.

1인당 맡은 환자의 수도 외국의 2배 이상이다. 대한간호협회 관계자는 “외국에선 보통 간호사 1명이 환자 5명을 맡지만, 한국은 12명을 담당하도록 법으로 정해져 있다. 이 또한 간호사가 부족해 보통 2, 30명을 보는 것이 현실”이라고 지적했다. 이어 “밥 한 끼 제때 먹지 못하고 화장실 갈 여유조차 없을 정도로 뛰어다니며 환자들을 살핀다. 간호사가 지치면 환자 간호에 대한 집중력은 당연히 떨어질 수밖에 없는 악순환이 현장에선 계속 반복되고 있다”고 밝혔다.

간호 인력 처우 개선 위해서는
간호법 등 법제정 필요 목소리도

행동하는 간호사회 측에서는 1인당 맡은 환자의 수의 개선을 제일 시급한 일로 꼽았다. 김민정 운영위원은 “간호사가 담당하는 적정한 환자 수를 정해 조정해야 한다. 병원이 이를 준수하면 간호 인력이 확보돼 업무 부담이 줄어들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일반병동과 특수부서 등 간호사 1인당 담당 환자 수를 제한하는 것을 핵심으로 하는 ‘간호인력 인권법’을 제정하는 것이 필요하다”고 밝혔다.

대한간호협회 관계자는 과중한 업무 강도의 해결책으로 간호법 제정을 들었다. 간호법 제정안 5장 29조는 간호사의 근무 환경 및 처우 개선을 위한 국가 및 지방자치단체의 정책 수립 및 지원의 필요성을 제시하고 있다. 간호법은 지난 5월 보건복지위를 통과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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