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원 "천연안료 대신 값싼 화학안료 사용...계약 위배"

국보(國寶) 1호 서울 숭례문 곳곳에 칠이 벗겨지고 균열이 생겼다.  ⓒ뉴시스·여성신문
국보(國寶) 1호 서울 숭례문 곳곳에 칠이 벗겨지고 균열이 생겼다. 감사원은 감사 결과 재시공이 필요하다고 밝혔다.ⓒ뉴시스·여성신문

2008년 화재로 소실된 숭례문 단청을 복구하는 과정에서 천연안료 대신 값싼 화학 안료와 화학 접착제를 사용한 홍창원 단청장과 그 제자가 국가에 거액의 손해배상금을 물게 됐다.

16일 법조계에 따르면 서울중앙지법 민사합의19부(이민수 부장판사)는 지난 10일 정부가 홍 단청장과 제자 한모씨를 상대로 낸 손해배상 청구 소송에서 "원고들은 공동으로 9억4550만원과 지연손해금을 지급하라"고 판결했다.

재판부는 "피고들은 문화재청과 협의해 결정한 전통 재료를 사용해 단청공사를 시공할 의무가 있으나 화학 재료의 혼합 사용은 그 자체로 원고가 계획했던 전통 기법대로의 숭례문 복원에 어긋나고 하도급계약에도 위배된다"고 밝혔다.

재판부는 "피고들은 문화재청과 협의한 방식에 반해 숭례문 단청을 시공하는 불법행위를 저지른 것"이라고 말했다.

다만 전통 재료로 시공한 일부 구간에서도 단청이 벗겨진 점, 문화재청이 홍 단청장에게 공사를 빠르게 완성해달라고 요구했던 사정 등을 감안해 이들의 배상 책임을 80%로 제한했다

판결이 확정되면 홍 단청장과 한씨는 단청공사가 마무리된 2013년 2월부터 연 5%로 계산한 지연손해금을 더해 약 14억원을 정부에 지급해야 한다.

국가무형문화재 보유자였던 홍 단청장은 2012년 8월∼2013년 2월 숭례문 단청 복구공사를 맡아 진행했다.

홍 단청장과 한씨는 공사 기간을 줄이기 위해 계약을 어기고 화학 안료 지당과 화학 접착제 아크릴에멀전을 사용했다. 이들은 감리를 피해 주로 새벽 시간대 작업한 것으로 드러났다.

이렇게 색칠된 단청은 결국 복구된 지 3개월 만에 벗겨졌다.

정부는 2017년 3월 홍 단청장과 한씨를 상대로 숭례문 단청의 전면 재시공에 필요한 11억8천여만원을 배상하라며 소송을 냈다.

재판에서 홍 단청장과 한씨는 화학 안료를 섞어 썼기 때문에 단청이 벗겨졌다고 단정할 수 없으므로 손해배상 책임이 성립하지 않는다고 주장했다.

홍 단청장은 2015년 5월 특정경제범죄 가중처벌법상 사기 혐의로 형사 재판에 넘겨져 징역 2년6개월을 선고 받았다. 문화재청은 2017년 그의 무형문화재 보유자 자격을 박탈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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