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은 교수 '기러기 가족' 첫 학술 담론화

대다수 아들 출세 위해 선택 딸은 '곁다리'

모성 담보한 가부장적 가족주의 도구의 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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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에서 서울대 갈 애가 미국에서는 하바드에 가요. 고생을 더 많이 하지만 더 넓은 시야를 가질 수 있죠. 적어도 내 자식은 영어를 못한다는 자격지심 없이 살 수 있길 바랍니다.”

아내와 11살짜리 초등학생 아들을 미국에 보내고 홀로 살고 있는 '기러기 아빠' K씨(42)의 말이다. 국내 유수 대학원까지 졸업하고 한국의 로펌에 취직한 K씨는 처음엔 가족이 떨어져 사는 것을 상상도 하지 못했다고 한다. 그러나 몇년전 대학 때 미국으로 간 아버지 친구의 딸이 그의 상관들하고 맞먹는 자리에 자기 연봉의 3배 이상을 받고 오는 것을 보고 마음이 '확' 바뀌었다고 전했다.

조은 동국대 사회학과 교수가 지난달 29일 '또하나의 문화' 월례발표회에서 첫 선을 보인뒤 31일 한국학술진흥재단에 제출한 '세계화의 최첨단에 선 한국의 가족: 신글로벌 모자녀 가족 사례 연구'에는 K씨와 같은 처지에 있는 30여 기러기 가족들이 등장한다. 조 교수는 2001년 미국 캘리포니아의 한 대학 도시에서 체류하는 동안 이들을 만나 인터뷰 했으며 한국 사회에서 가족의 의미를 다시 생각하게 됐다고 밝혔다.

그는 “사회복지시스템이 갖춰지지 않은 한국 사회에서 가난한 사람들에게 가족은 생존의 발판이 되는 한편 중산층 이상에게 가족은 경쟁의 도구적 기제로 작용한다”고 전제했다.

기러기 가족은 세계화 담론이 뜨기 시작한 90년대 중반부터 특정계층을 중심으로 나타나기 시작했다. 새로운 가족의 등장은 사회구조의 변화와 무관하지 않다.

조 교수는 “부부 중심 핵가족 주기의 최정점에 있는 30~40대 부인들이 남편을 한국에 남겨놓고 아이들을 데리고 국제적 별거 가족이 되고 있는 것은 외국에서 사례를 찾아보기 힘든 한국 사회의 특징”이라며 “기러기 가족의 확산은 세계화에 대한 발 빠른 행보의 한 형태”라고 지적했다. 한국 가족은 '사회 이동에 대한 욕망의 장'이며 '모성을 전략적 거점으로 한 가부장적 가족주의의 도구성이 작동하는 장'이란 것이다.

조 교수가 만난 한국인 기러기 가족 부부는 대부분 30대~40대 였으며 초등학생과 중학생 자녀를 둔 대졸 이상의 고학력자들이었다. 배우자의 직업은 무역업, 고위직 공무원, 교수, 변호사, 의사, 컴퓨터 관련 사업가 등 한국의 중산층 이상 재력을 가진 사람들이었다. 그들은 1년 평균 생활비와 학비로 1억원의 돈을 썼으며 아버지는 한국에 남아있고 엄마와 자녀로 구성된 한부모 가정의 형태를 이루고 있었다.

그는 “사례 연구 결과를 일반화할 수는 없겠지만 내가 만난 '기러기 가족'의 대다수는 아들을 자녀로 두고 있었으며 딸만 데리고 온 경우는 없었다”면서 “많은 돈을 쓰고 남편과 별거하면서 아이들을 영어권 국가에서 키우려는 목적은 오직 자녀를 성공시키기 위해서였다”고 말했다.

조 교수의 연구사례로 알 수 있듯 세계화는 여러 다른 방식으로 가족관계에 영향을 미치고 있다. 해마다 그 수가 급증하는 '기러기 가족'은 가족이 '세계화'라는 거시 구조에 기민하게 적응해 나가는 과정과 방식으로 해석될 수 있다.

조 교수는 “세계화라는 유연한 자본 축적 구조에서 살아남기 위해 자녀 중심성이 강한 한국의 가족은 부부 관계를 희생하고 있다”고 결론을 내리면서 “이번 보고서는 '기러기 가족'에 대한 첫 학술 담론이란 점에 의의가 있다”고 말했다.

임현선 기자 sun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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