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영우’가 남긴 다양성과 포용성]
‘자폐 가진 변호사’ 설정 설명 위해
우영우의 ‘천재성’ 강조하지만
변호사 우영우가 존재할 수 있었던 이유는
주변인들과의 ‘관계’ 덕분
다양한 구성원 인정하려는 노력 필요

ⓒENA채널
드라마 '이상한 변호사 우영우' 포스터 ⓒENA채널

‘이상한 변호사 우영우’의 존재를 가능하게 한 것은 우영우의 장애를 있는 그대로 받아들인 동료 시민들이다.

ENA 수목드라마 <이상한 변호사 우영우>의 주인공 우영우는 자폐 스펙트럼을 가지고 있는 여성 장애인이다. 하지만 동시에 대형 법무법인에서 근무하기도 하는 변호사이기도 하다.

자폐라는 장애의 특성과 장애인에 대한 편견이 공고한 우리 사회의 모습을 고려할 때, ‘자폐 변호사’라는 설정은 다소 비현실적으로 느껴진다.

이를 설명하기 위해 드라마는 극 초반 우영우의 ‘천재성’을 강조한다. 우영우는 5살까지 아무 말도 못 하는 듯 보이지만 사실은 형법을 줄줄 외우고 있을 정도로 뛰어난 습득 능력을 지니고 있으며, 그 능력을 바탕으로 서울대학교 법과대학 수석 졸업이라는 성취를 이뤄낸다. 드라마가 진행되면서 우영우의 ‘천재성’은 더욱 빛을 발한다. 그는 매화 ‘고래가 알을 낳는 것’처럼 창의적인 문제 해결 능력을 바탕으로 담당한 사건을 풀어나간다.

하지만 우영우라는 변호사가 존재할 수 있는 근본적인 이유는 우영우의 천재성 때문이 아니다. 극에서도 우영우는 ‘한바다’ 법무법인에 들어오기 전에는 뛰어난 성적에도 불구하고 장애를 가지고 있다는 이유로 6개월간 취업하지 못한다.

결국 변호사 우영우가 존재할 수 있는 이유는 우영우가 다른 사람들과 맺고 있는 관계 때문이다.

왼쪽부터 우광호(전배수 분), 동그라미(주현영 분), 이준호(강태오 분) ⓒENA채널
왼쪽부터 우광호(전배수 분), 동그라미(주현영 분), 이준호(강태오 분) ⓒENA채널

헌신적인 아버지 우광호와
일상생활 도움주는 동그라미·이준호


우영우의 아버지 우광호는 서울대학교 법과대학에 진학해 사법고시까지 준비할 정도로 능력이 뛰어난 사람이다. 그러나 우영우를 위해 자신의 꿈을 접고 분식집을 운영하며 우영우를 키웠을 정도로 자신의 딸에 대해 헌신적이다. 우영우가 서울대 법대 수석, 대형 법무법인 입사라는 성취를 이룰 수 있었던 것은 아버지의 헌신이 있어서 가능했다. 자폐 장애 증상 치료는 조기교육이 가장 효과적이라고 알려져 있다는 점을 고려하면 우영우 변호사가 의뢰인과 공감하며 사건을 해결해 나가는 사회성을 갖출 수 있었던 것 역시 아버지 덕분이다.

우영우와 우정을 나누는 친구 동그라미와 애정 관계를 맺는 이준호 역시 우영우가 사회에 적응할 수 있도록 도와주는 인물들이다. 동그라미는 학창 시절 장애 때문에 괴롭힘을 당하는 우영우를 지켜준 인물인 동시에 우영우를 끊임없이 사회에 적응하도록 도와주는 인물이다. 이준호는 회전문을 어려워하는 우영우에게 왈츠를 언급하며 회전문을 빠져나가는 요령을 알려주는 등 영우의 일상생활에까지 영향을 미치는 인물이다.

왼쪽부터 최수연(하윤경 분), 한선영(백지원 분), 정명석(강기영 분) ⓒENA채널
왼쪽부터 최수연(하윤경 분), 한선영(백지원 분), 정명석(강기영 분) ⓒENA채널

취업의 길 열어준 한선영
팀의 일원으로 우영우 받아들인 정명석
보호하고 지지해주는 최수연


우영우가 근무하고 있는 법무법인 한바다의 대표 한선영과 우영우의 상사 정명석 변호사, 최수연 변호사도 큰 역할을 한다. 한선영은 우영우를 기꺼이 법무법인의 일원으로 받아들인다. 자신이 운영하고 있는 법무법인 한바다의 라이벌 회사인 태산을 몰락시킬 속셈으로 우영우를 채용한 것으로 비치긴 하지만, 우영우가 자폐 때문에 취업이 안 된다고 말하는 우광호에게 “다른 로펌들도 다 실수하고 있는 거지”라는 말을 한 것으로 비춰보았을 때 그에게 자폐라는 장애는 직원을 고용할 때 큰 걸림돌이 아니었음을 알 수 있다. 우영우가 사회인으로서 기능하기 위한 첫발인 취업을 도와준 인물이다.

정명석 변호사 역시 극의 초반 우영우의 장애를 문제 삼는 모습을 보이기도 하지만, 이내 팀의 일원으로 우영우를 받아들인다. 처음 맡긴 사건에서 숨겨진 쟁점을 찾아낸 우영우를 인정하며, 비장애인 변호사들을 “보통 변호사”라고 했다가 이 발언이 잘못됐다는 것을 알고 우영우에게 사과하는 모습을 보인다. 이후에도 우영우의 장애를 이해하고 이를 배려해주는 모습을 보이는 등 높은 인권 감수성과 포용력을 가진 인물이다.

최수연 변호사는 직장에서 우영우를 가장 적극적으로 돕는 인물이다. 그는 대학교 시절부터 우영우에게 대학교 시험과 관련한 정보를 알려주거나 우영우를 괴롭히려는 사람들을 적극적으로 막으며 우영우가 공동체에 속할 수 있도록 해왔다. 이후 법무법인 한바다에서도 우영우에게 호감을 보이는 이준호에게 “진심으로 우영우를 좋아하는 거냐, 아니면 자폐 때문에 동정하는 거냐”고 일갈하고, 소동에 놀라 떠는 우영우를 안아 진정시키는 등 직장생활에서 우영우를 보호하고 지지해준다.

하지만 현실은 드라마와 다르다. ‘현실판 우영우’라고 불리는 미국의 자폐 변호사 헤일리 모스는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이상한 변호사 우영우)드라마를 보면서 판타지 같다고 느끼는 점은 스스로조차 받아들이기 힘든 장애를 사람들이 받아들여 주기 시작하고 저와 같은 존재를 인정해 주는 것”이라고 말했다.

권민우(주종혁 분) ⓒENA채널
권민우(주종혁 분) ⓒENA채널

악인이 아닌
'보통사람' 권민우


사실 우리가 장애인을 대하는 태도는 우영우의 또 다른 등장인물인 권민우 변호사의 모습과 닮아있을 가능성이 높다. 극 초반, 그는 우영우의 장애를 ‘약점’으로 생각하고 이를 이용하려고만 할 뿐, 장애를 배려해주는 주변인들의 모습을 이해하지 못한다. 우영우와 함께 일하는 것을 ‘봉사’라고 생각한다. 

권민우는 일견 악인처럼 보이기도 하지만 사실 각박한 현실을 살아가며 ‘생존’에 가장 큰 가치를 두고 있는 ‘보통 사람’일 뿐이다. ‘보통 사람’인 우리는 신자유주의의 논리를 바탕으로 행동하고 생각하는 데 익숙하다. 경쟁사회에서 생존하기 위해 상대의 약점을 이용하고 그것이 ‘공정하다는 착각’에 빠져있다.

하지만 이런 권민우 역시 주변인들과의 소통을 통해 ‘공생’의 가치를 깨닫고 우영우를 엄연한 동료로 인정하게 된 것처럼, 우리 역시 조금의 노력을 통해 우리 주변의 ‘우영우’들을 동료로 맞이할 수 있다.

이를 위해서는 ‘이상한 변호사 우영우’ 드라마 속 인물들의 태도를 배울 필요가 있다. 가족. 직장, 주변 지인들까지. 우영우를 둘러싼 인물들은 우영우의 장애에 대해 편견을 가지지 않고 우영우를 있는 그대로 받아들인다. 그 덕분에 우영우는 ‘자폐인 변호사’가 아닌 ‘이상한 변호사’로 존재할 수 있다.

결국 드라마가 우리에게 남긴 것은 ‘공생’의 가치다. 다양한 생물이 있어서 바다가 풍요로워지는 것처럼 우리 사회도 다양한 사회 구성원들과 상생해야 발전할 수 있다다. 우리가 이를 받아들인다면 ‘이상한 변호사 우영우’는 더 이상 단순히 드라마가 아닌 현실이 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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