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네르호다르=AP/뉴시스] 우크라이나 남동부 자포리자 주 에네르호다르에서 러시아군이 유럽 최대 원자력 발전소이자 세계에서 10번째로 큰 자포리자 원자력 발전소 주변을 경비하고 있다.
[에네르호다르=AP/뉴시스] 우크라이나 남동부 자포리자 주 에네르호다르에서 러시아군이 유럽 최대 원자력 발전소이자 세계에서 10번째로 큰 자포리자 원자력 발전소 주변을 경비하고 있다.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 165일째인 7일(현지시각) 우크라이나 남부 자포리자 원자력발전소에 추가 로켓 공격이 발생했다. 사용 후 핵연료 보관창고 인근의 폭발로 방사능 유출 위험이 커진 가운데 양측은 서로의 소행이라며 책임 공방을 이어갔다.

CNN, BBC 등에 따르면 러시아 군이 점령 중인 우크라이나 남부 자포리자의 원자력발전소에 이틀 연속 로켓 공격을 통한 포격이 발생했다. 사용 후 핵연료를 보관중인 창고 인근이 로켓 공격을 받았다.

우크라이나 국영 원전 운영사인 에네르호아톰은 성명을 내고 "러시아 군이 지난 6일 밤 자포리자 원전에 포격을 가해 작업자 1명이 부상을 입고, 방사능 감시 센서 3개가 파괴됐다"고 밝혔다.

에네르호아톰은 "로켓은 사용 후 핵연료를 보관 중인 컨테이너 174개가 있는 저장시설 인근 떨어졌으며, 방사능 감시 센서 3대가 함께 파괴된 탓에 방사능 유출 여부를 확인할 수 없는 상황"이라고 덧붙였다.

우크라이나 군사정보국은 "러시아 군이 우크라이나 국가 전력망에 공급되는 송전선을 파괴하고, 궁극적으로는 우크라이나 남부에 정전을 일으키기 위해 원전을 지속적으로 포격하고 있다"고 말했다.

올렉산드르 스타류크 자포리자 주지사는 현지 언론 인터뷰에서 "로켓 3발이 떨어지는 데까지는 각각 1초씩의 시간밖에 걸리지 않았다"면서 "이는 포격이 인근 러시아 군에 의해 이뤄진 것이라는 증거"라고 주장했다.

러시아는 원전 공격은 우크라이나 군의 소행이라고 주장했다.

리아노보스티 통신에 따르면 러시아가 임명한 예브게니 발리츠키 자포리자주 임시 정부 수장은 "우크라이나 군이 220㎜ 다연장 로켓(MLRS) '허리케인'으로 사용 후 핵연료 저장시설과 자동 통제 초소를 타격했다"고 텔레그램 채널을 통해 주장했다.

그는 "우크라이나 군의 로켓탄 파편이 떨어진 지점은 발전소로부터 불과 400m도 떨어지지 않은 곳이었다"면서 "원전 내부 행정 건물들이 손상을 입었다"고 덧붙였다.

◆ IAEA, "실제적인 핵 재앙 위험" 경고

국제원자력기구(IAEA)는 우크라이나 자포리자 원자력 발전소 인근에서의 모든 군사행동을 즉각 중단할 것을 요구하며 "핵 재앙의 실제적인 위험"을 경고했다.

라파엘 마리아노 그로스 IAEA 사무총장은 유럽 최대 원자력 발전소에서 포격이 있었다는 보도에 대해 "매우 우려스럽다"고 말했다.

그로시 사무총장은 성명에서 지난 금요일 공격은 "우크라이나에서의 핵 재앙으로 공중보건과 환경을 위협할 수 있다"라고 우려했다.

그로시 사무총장은  "이 시설을 향하거나 시설로부터 나오는 어떠한 군사 화력도 불장난이며 잠재적으로 재앙적인 결과를 초래할 것"이라고 경고했다.

그는 "우크라이나 직원들은 위협이나 압박 없이 자신들의 중요한 임무를 수행할 수 있어야 한다"며 IAEA가 기술적 지원을 할 수 있도록 허용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유럽 최대 원자력발전소 에네르호다르에는 원자로 6기를 보유하고 있으며 현재 2기가 가동 중에 있다. 러시아 군은 우크라이나 침공 직후인 지난 3월초 이곳을 장악했다.

러시아 군은 우크라이나 군의 다연장 로켓 공격을 방어한다는 명분으로 원자력발전소 인근에 지대공 미사일 방어시스템을 구축했다. 이를 두고 원전을 방패 삼고 있다는 비판이 제기되고 있다.

최근 원전을 둘러싼 포격이 지속되면서 자칫 1986년 체르노빌 원전 폭발 이후 방사능 유출의 재앙적 상황이 재현될 수 있다는 우려가 지속적으로 나오고 있다.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은 이날 트위터를 통해 샤를 미셸 유럽연합(EU) 정상회의 상임의장과의 통화 사실을 언급하며 "러시아의 핵 테러와 관련해 국제사회의 더욱 강력한 대응을 촉구했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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